# Thinking in Language > 다국어 지원의 언어와 글쓰기 Public Ghost content for AI and LLM tooling. This file includes a bounded export of public pages first, then recent public posts. Append `.md` to any post or page URL to get the content in Markdown (for example, `/example-post.md`). ## Pages ### 소개 URL: https://jiwonkwak.co/introduction/ Last updated: 2025-07-17T13:14:02.000Z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7/240309G1_3928-1-copy-2-1.jpg) ## About Me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한 뒤, 블록체인과 게임 산업을 거쳐 현재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Rebellions**에서 테크니컬 라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언어 기반의 배경 덕분에 커리어 초기에는 번역 업무가 주를 이뤘지만, 점차 기술 문서 작성으로 역할이 확장되었고, **Docs-as-Code** 원칙을 체화하며 기초 프로그래밍과 버전 관리를 익혔습니다. (참고 링크: [커리어 단상](https://jiwonkwak.co/career-thoughts/)) 지금은 기술 문서를 넘어서 **문서 사이트 구축**, **UI 커스터마이징**, **API 테스트 환경 구성**, **내부 도구 자동화**까지 직접 다루며, 기술 커뮤니케이션의 전 과정을 설계하는 ‘문과생 출신 테크라이터’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몇 년째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자기 관리 루틴을 실천하며, (일명 '갓생') 꾸준한 루틴 안에서 일과 공부, 사이드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외국어는 여전히 저의 취미이자 강점이며, 영어·독일어·프랑스어·네덜란드어 서적을 번역해 왔습니다. 테크와 언어, 양쪽 다리를 딛고 있는 지금의 정체성이 꽤 마음에 듭니다. --- ## Selected Projects ### [Rebellions FAQ Site](https://faq.rbln.ai/?ref=jiwonkwak.co) **\- 첫 프로덕션 배포 코딩 프로젝트** > 기획부터 개발, 배포까지 전 과정을 단독 수행한 첫 실전 프로젝트입니다.**Eleventy + Tailwind CSS + Node.js** 기반 구축다국어 지원 (국/영)[GA4 사용자 행동 분석, 커스텀 이벤트 태깅 적용 ](https://jiwonkwak.co/custom-event-google-analytics/)카테고리/검색/토글 추적 자동화 지금도 회사 고객 응대와 마케팅에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사이트입니다. ### [PepTalk Generator](https://peptalk.jiwonkwak.co/?ref=jiwonkwak.co) – **셀프 응원 메시지 생성기** > 감정이 흔들릴 때, 자신을 다시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되는 셀프 피드백 툴.코딩 공부 초기 처음으로 만든 API 기반 앱으로, 감정 상태에 따른 **맞춤형 응원 메시지**를 생성감정 분류 로직을 활용해 메시지를 다양화반응형 UI와 심플한 UX 설계로 **모바일에서도 사용 최적화** > → 언어, 심리, 기술이 결합된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 ### [Translation Tracker](https://translation-tracker.vercel.app/?ref=jiwonkwak.co) – **번역 프로젝트 전용 생산성 트래커** > 책 한 권 분량의 번역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발한 웹 앱.전체 페이지 수, 마감일, 휴식일 설정 → **자동 일일 목표량 계산** **월간 캘린더 뷰**를 통해 매일 진행 현황 시각화Supabase 연동으로 **데이터 저장 가능** > → 현재 진행 중인 번역 프로젝트에 실제로 사용 중이며, 모바일 앱으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 ## Published Translations 출판 번역은 제게 단순한 언어 작업을 넘어, 다른 시대와 사고방식을 통역하는 일입니다. 아래는 지금까지 작업한 책들입니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들도 있습니다.) 1. **글로벌 트렌드 2040** (영한 / 공동역자) 2. **원자폭탄** (불한 / 그래픽노블 / 다수 수상작) 3. **고민하는 리더를 위한 삐뚤어진 리더들의 전쟁사** (영한) 4. **선생님도 몰랐던 미래의 직업 가이드** (불한 / 어린이 대상) 5. **안녕! 미래도시** (불한 / 어린이 대상) 6. **한계를 넘어서** (영한 / 전쟁기념관 프로젝트, 미군 참전용사 수훈 기록 번역) 7. **에센셜 오일로 하는 시니어테라피** (공동번역 / 협회 출판) 8. **코드 밖 커뮤니케이션** (영한 / 첫 IT 번역서, 테크라이터로서 전환점) [번역서 소개](https://jiwonkwak.co/about/) [나의 출판 번역 데뷔기](https://jiwonkwak.co/translation-journey/) --- ##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비전공자도 기술의 언어를 말할 수 있습니다. 문과 출신의 백그라운드가 오히려 복잡한 기술을 더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습니다. ### Vigor & Equillibrium URL: https://jiwonkwak.co/wellness/ Last updated: 2026-01-01T11:33:13.000Z _No content available._ ### 곽지원 | Jiwon Kwak URL: https://jiwonkwak.co/profile/ Last updated: 2026-08-26T11:06:32.000Z **언어학적 정교함과 정보 설계를 연결하는 테크니컬 라이터 & 번역가** ### **\[ABOUT ME\]** #### **1\. Language & Craft** **언어에 매료되어 오래, 깊게 파고듭니다.** 공부한 언어는 10개가 넘으며, 4개 국어(영어·독일어·프랑스어·네덜란드어)로 10권 이상의 도서를 번역했습니다.독학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문법의 구조를 파헤치고 분석하는 일 자체를 즐깁니다. 각국의 출판사 비교, 지역별 방언과 억양 차이 분석, 언어 교재의 구성 검토, 그리고 언어 공부책에 정교한 필기를 남기는 것이 오랜 취미이자 가장 즐기는 작업 방식입니다. 앞으로도 언어를 향한 이 집요한 애정과 탐구를 계속해서 이어가려 합니다. #### **2\. Technical Writing & Information Architecture** > **글쓰기는 오랜 습관이며, 문서 설계는 조직의 기준이 됩니다.** 언어에 대한 깊은 애정과 별개로, 본업은 6년 차 테크니컬 라이터입니다. 통번역대학원 출신이지만 제 역할을 특정 직무에 한정하지 않고 글쓰기, 정보 구조(IA), 문서 설계의 경계를 확장해 왔습니다. AI 하드웨어, 게임, 블록체인 등 기술 밀도가 높은 조직을 거치며 복잡한 기술 맥락을 명확한 문서로 가공해 왔습니다. 테크니컬 라이터로서 저의 역할은 단순한 문장 작성을 넘어섭니다. - **문서와 정보를 어떻게 쌓고,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재사용되게 할 것인가** - **잘 설계된 문서 체계가 조직의 유산이자 신뢰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 지난 수년간 기술 문서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조직 곳곳의 빈틈을 찾고, 팀과 팀 사이의 언어를 연결하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 **3\. Knowledge Sharing & Side Projects** **지식을 체계화하고 공유하는 실천적 실험을 지속합니다.**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지식 공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Vibing Basics** ](https://vibing.jiwonkwak.co/?ref=jiwonkwak.co)**(2026.01)**: 비전공자/문과생을 위한 코딩 입문 가이드 제작 - [Language Babe / 다국어지원](https://youtube.com/@language%5F%5Fbabe?ref=jiwonkwak.co): 언어 학습 커뮤니티 및 미디어 콘텐츠 운영 ### **\[TRANSLATIONS\]** **출판 및 프로젝트 번역 도서 (+14 vols)** - [히피를 위한 양자 물리학](https://www.yes24.com/product/goods/195407516?ref=jiwonkwak.co) **(2026 | 에코리브르)** — *독일어 → 한국어* - [**모든 하루는 뇌에서 시작된다**](https://www.yes24.com/product/goods/195253483?ref=jiwonkwak.co) **(2026 | 알에이코리아)** — *독일어 → 한국어* - [**권력중독**](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9564496?ref=jiwonkwak.co) (2026 | 미래의창) — *독일어 → 한국어* - [**일러스트로 보는 월드컵의 역사**](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9616137?ref=jiwonkwak.co) (2026 | 한스출판사) — *독일어 → 한국어* - [**뇌의 하루**](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726647?ref=jiwonkwak.co) (2025 | 에코리브르) — *네덜란드어 → 한국어* - [**코드 밖 커뮤니케이션**](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080584?ref=jiwonkwak.co) (2024 | 한빛미디어) — *영어 → 한국어* - [**우리는 모두 생물이니까**](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390752?ref=jiwonkwak.co) (2024 | 다산어린이) — *프랑스어 → 한국어* - **한계를 넘어서** (2024 | 전쟁기념관 프로젝트) — *영어 → 한국어* (미군 참전용사 147명 수훈 기록 번역) - **에센셜 오일로 하는 시니어테라피** (2024 | 샹다롬에디션) — *영어 → 한국어 (공동 번역)* - [**안녕! 미래 도시**](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588?ref=jiwonkwak.co) (2023 | 다산어린이) — *프랑스어 → 한국어* - [**삐뚤어진 리더들의 전쟁사**](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1694231?ref=jiwonkwak.co) (2022 | 레드리버) — *영어 → 한국어* - [**선생님도 몰랐던 미래의 직업**](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1896901?ref=jiwonkwak.co) (2022 | 다산어린이) — *프랑스어 → 한국어* - **글로벌 트렌드 2040** (2021 | 투나미스) — *영어 → 한국어 (공동 번역)* - [**원자폭탄**](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11512?ref=jiwonkwak.co) (2021 | 레드리버) — *프랑스어 → 한국어* ### **\[FOOTER / CONTACT\]** - **Email**: contact@jiwonkwak.co - **LinkedIn**: [linkedin.com/in/jiwon-kwak](https://www.google.com/search?q=https%3A%2F%2Flinkedin.com%2Fin%2Fjiwon-kwak&ref=jiwonkwak.co) - **YouTube**: [Language Babe / 다국어지원](https://youtube.com/@language%5F%5Fbabe?ref=jiwonkwak.co) ## Posts ### 태국 여행기 2: 이민하고 싶은 이유 URL: https://jiwonkwak.co/thai-beauty/ Last updated: 2026-05-13T21:24:19.000Z 태국은 인구의 90%가 불교를 믿는 나라이며, 도시 곳곳에 불상을 볼 수 있고, 그 앞에 꽃, 향, 붉은 음료수를 공양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사당 앞에 높인 붉은 환타,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합장을 하고 기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굉장히 자주 볼 수 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불교 경전이나설화에서 자주 들었던 내용이 생각났다. 전생에 부처님이나 사리탑에 꽃을 정성껏 올리거나, 남이 올린 꽃의 먼지를 털어낸 공덕으로 다음 생에 '위덕을 갖춘 아름다운 외모'를 얻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태국인들이 남녀를 불문하고 유난히 아름다운 것은, 단순한 유전적 우연이 아니라 오랜 공덕의 축적일까. 실제로 태국 사회에서 아름다운 외모는 전생에 쌓은 '탐분(Tham Bun, 공덕)'의 결과물로 여겨지기에, 치장은 단순한 허영을 넘어 자신의 업을 돌보는 긍정적인 행위로 존중받기도 한다. ![a group of candles](https://images.unsplash.com/photo-1663075039782-59a2330a2ec1?crop=entropy&cs=tinysrgb&fit=max&fm=jpg&ixid=M3wxMTc3M3wwfDF8c2VhcmNofDR8fHRoYWklMjBhbHRhcnxlbnwwfHx8fDE3Nzg3MDcyNTN8MA&ixlib=rb-4.1.0&q=80&w=2000) Photo by [Norbert Braun](https://unsplash.com/@medion4you?ref=jiwonkwak.co) / [Unsplash](https://unsplash.com/?utm%5Fsource=ghost&utm%5Fmedium=referral&utm%5Fcampaign=api-credit) 반면, 내가 나고 자란 한국의 미는 청순, 순수, 절제에 있다. 하얗고 가느다란 몸, 여리여리한 실루엣이 미의 표준이며 종종 그에 벗어나는 여성에게는 ‘섹시’, ‘건강미’라는 레이블이 별도로 붙는다. 몸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패션을 선호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 기준과 명백히 어긋났다. 한국적 미의 질서가 허용하는 이른바 ‘건강미’라는 수사조차 선에서조차 나의 추구미를 수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청소년기부터 주변인들의 검열에 노출되며, 스스로를 계속 축소시켜야 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옷장을 타협시켜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국 여성들과 느낀 동질감이 얼마나 큰 해방구였을 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내가 소속될 곳을 찾았구나’는 감격이 물밀듯 밀려왔다. 그곳의 여성들은 XS부터 XL에 이르기까지, 신체 스펙트럼 상 모양과 크기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실루엣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었다. 정말 다양한 체형들을 볼 수 있었는데, 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하이패션 체형, 작고 마른 요정 체형, 심미적인 근육 데피니션이 드러나는 체형, 풍만한 곡선형 등 다양성 그 자체였다. 이들은 각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각자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심미적 상태를 구현하는 수행 주체였다. 일원화된 미적 규범에 억눌려 있던 나의 감각이 비로소 확장되는, 형언하기 어려운 인류학적 동질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물론 [밤 거리의 쥐와 바퀴벌레와의 조우](https://jiwonkwak.co/thai-food/)가 이 고양된 감격을 어느 정도 조정시켰지만 말이다.) 한국 중장년 여성의 경우, 스스로 ‘여자로서의 정체성’과의 단절을 겸허히 수용하고 '무성적(Asexual) 존재'로 규정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아줌마 파마 머리’는 그 결의의 표현이자 통과 의례이다. 반면 태국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과감한 컷의 드레스와 굽 높은 구두를 통해 여전히 매력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 해방적인 광경 앞에서, 나는 비로소 이곳을 내 삶의 터전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이곳은 남자들 조차 아름다웠다. **태국의 상좌부 불교는 성별을 고정된 실체가 아닌 전생의 업에 따라 잠시 머무는 상태로 보기에, 제3의 성(Kathoey)에 대해서도 유독 관용적인 문화를 지닌다.** 소년의 마른 근육질 몸에 정교한 의술과 탐미적 집착이 결합된 이들의 신체는, 때로 생물학적 여성성을 압도하는 고혹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며 젠더 퍼포먼스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방콕 길거리는 강남의 의료 자본주의를 연상케 하는 피부과와 성형외과로 빼곡하며, 친숙한 시술의 이름들이 메뉴판에 적혀있었다. 편의점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소비 공간조차 한국과는 그 위계가 다르다. 화장품과 스킨케어 섹션은 단순한 구색 맞추기를 넘어 생활 필수재로서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 파운데이션과 콜라겐, 각종 미백 성분들이 일용품의 형태로 유통되는 이 현상은, 태국인들에게 ‘미(美)’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향유하고 갱신해야 할 보편적 권리이자, 현생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자기 수행적 공덕’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 태국 여행기 1: 음식에 대하여 URL: https://jiwonkwak.co/thai-food/ Last updated: 2026-05-10T11:29:19.000Z 이미 태국 여행을 가기 전부터 ‘태국은 음식이 맛있다’는 말은 살면서 지겹도록 들어왔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결과 '태국 음식이 맛있다'는 발언은 '한국은 김치가 맛있다'는 말만큼이나 그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 언어를 연구하던 비트겐슈타인은 결국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태국 음식에 대해 고작 '맛있다'고 평할 거라면, 그냥 말을 아끼는 편이 낫다. 그것은 누군가 수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 소설을 보고 겨우 '재밌다'고 갈음하거나,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 ‘착하다’고 정의해 버리는 것과 같다. 이토록 쉽게 뱉은 안일한 가치 판단은 실상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다. 사실 어느 나라든 음식을 잘 찾아보면 맛은 있다. 식욕은 인류 보편적인 욕망이기에, 인간은 어떤 기후와 풍토 속에서든 기어코 미식을 구현해낸다. 그러니 '맛있다'는 말은 특정 식문화의 개성을 표현하기에 지나치게 진부화*trivialize*된 표현이다. 특히 '태국 과일이 맛있다'는 말에는 속이 뒤집어진다. 과일은 본래 자연이 선사한 선물이자 그 자체로 완성된 맛이다.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태국의 식재료와 음식의 실체는 단순히 ‘맛있다’는 일차원적인 언어적 프리즘을 통해 전달될 수도, 전달되어서도 안 된다. 잠깐 태국에서 시선을 돌려보자. 남아공에서 먹은 것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름 아닌 아보카도였다. 아보카도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흘려듣곤 하지만, 한국에서 유통되는 것과는 질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한 손에 기분 좋게 쥐어지는 넉넉한 크기, 돌기 없이 매끄러운 표면. 저항 없이 미끄러지며 들어가는 칼날과 한 치의 미련도 없이 껍질에서 분리되는 과육. 게다가 이런 아보카도 한 바구니가 고작 3,000원(비록 농장에서 도난된 장물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지만)이었다는 사실은, 그것을 단순히 ‘맛있다’고 평하기엔 질적인 우월함이 너무나 압도적이었음을 방증한다. 다시 태국 얘기로 돌아와 보자면, 팟타이든 카오팟무쌉이든 특정 메뉴의 맛을 따지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태국 음식을 다른 세계와 구분 짓는 진정한 요소는 다름 아닌 **작지만 농축된 생명력**, 그리고 **무자비한 풍요**다. ## 생명력 한 주먹에 꼭 쥐어지는 아담하고 매끄러운 사과. 유럽에서 운 나쁘게 마주치던 퍼석한 사과에 대한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킬 만큼, 과육은 아삭하고 달콤했다. 얇은 초록 껍질 속에 단단히 응축된 귤은 입안에서 터지는 순간 새콤달콤함의 파편을 흩뿌렸다. 반으로 갈린 패션프루트는 한 방울의 잔여물도 허락지 않겠다는 듯 스푼 위로 소복이 올라앉았고, 씨앗 사이사이 맺힌 과즙의 농도 짙은 상큼함을 수류탄처럼 터뜨리며 미뢰 위에서 화려한 난장을 벌였다. 그리고 태국의 작은 고추들. 그것들은 고농축 우라늄과 같은 폭발력을 품고 혀끝을 강타한 뒤 깔끔한 감칠맛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작지만 농축되어 있다는 것. 그것은 비단 식재료에만 국한된 형용이 아니다. 이곳의 모든 생명은 작고 알차며, 어떤 자의식의 제약도 없이 모든 가능성을 펼치며 자유롭게 존재한다. 심지어는 쥐와 바퀴벌레까지도 말이다. 잠시 주제를 이탈하자면, 야간 비행 일정으로 인해 새벽 2시경 음료를 사기 위해 방콕 시내를 배회하던 날의 일이다. 나는 살면서 그렇게 건강미 넘치는 해충을 본 적이 없었다. 나의 모국인 한국은 내가 아는 가장 결벽에 가까운 위생을 지닌 민족의 나라다. 그 사이에 있을 때 나는 지극히 평균적 지위를 유지했으나, 그날 밤 방콕의 만난 어둠의 생물들이 방출하는 활력*vitality*과 생명력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유난히 습했던 하수구 증기와 뒤섞인 그 생경한 에너지는 역류하는 구역질을 동반했고, 숙소로 돌아온 뒤에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까지 흘려야 했다. '자연'에 익숙한 로날드 조차, 꽉 잡은 손에서 본능적인*visceral* 혐오를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풍요 어쨌든 이렇게 식재료와 생태계에서 빛을 발하는 농축된 생명력에 더해, 오감에 쏟아져 들어오는 풍요로움은 나를 또 한번 감탄시켰다. (환율 하락으로 인해 더이상 크게 저렴하진 않다) 비슷한 가격으로 한국 기준 2인분 같은 1인분을 받는 것에 느끼는 감동은 사그러들지 않았고, 시각적 풍족함 또한 문화 충격을 줄 정도의 자극이었다. 한국에서 타코야키란 모름지기 인내하며 기다려 얻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곳엔 언제든 취할 수 있도록 산더미처럼 쌓인 채, 완벽한 온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자제력을 상실한 방문객이라면 필연적으로 탐식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그런 무자비한 풍요였다. 그럼에도 태국 사람들은 외적인 관리와 정체성 구현에 거국적인 정성을 쏟는 듯했다.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여성의 몸이 사실은 남성의 것이었음을 깨닫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화에 이어서 쓰겠다. ### 남아공 필수 기념품 URL: https://jiwonkwak.co/must-in-sa/ Last updated: 2026-05-08T11:43:19.000Z 남아공에 가게 된다면, 아니면 영연방(Commonwealth) 국가를 방문했을 때 남아공 수입품을 발견한다면, 꼭 시도해보면 좋은 품목을 정리했다. ## 빌통 빌통(Biltong)은 남아공을 방문했을 때 반드시 시도해봐야 하는 식품이다. 빌통은 육포가 아니다. *말린 스테이크다.* 남아공 사람 앞에서 빌통을 육포(Jerky)에 비교하는 것은 문화적인 실례에 준하는 것이고, 상대에 따라 기분이 크게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아공 사람은 이미 수많은 도발을 겪었기 때문에 정중하게 당신의 무지를 정정해줄 것이다. 빌통은 *생고기에 절대 열을 가하지 않고 찬 바람으로 건조하여 제조한다.* 그리고 설탕이나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식초, 설탕, 후추로 큐어링하기 때문에 단순 육포에 비해 더 건강하고, 우월한 음식이라고 여겨진다. ‘육포류’라서 안타깝게도 한국 국내 반입이 금지되는데, 심지어는 수입도 안 된다.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허용한 육포 수입 국가 목록](https://www.mfds.go.kr/brd/m%5F562/list.do?ref=jiwonkwak.co)에 남아공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접 만드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는 빌통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이 없다. 그래서 몇 안 되는 국내 빌통 판매자들도 자체 제조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짓수도 제한적이다. 언젠가 영연방 중 한 곳의 빌통이 국내에 들어온다면(왠지 남아공이 수입 허가를 받는 것 보다 더 현실적일 것 같다), 단순 와인 안주 취급을 할 것이 아니라 마트 정육 코너 옆에 작은 판매대를 하나 내어주는 것이 존중을 표하는 마땅한 방법이다. 실제 남아공 마트에서는 정육점내 큰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Screenshot-2026-05-06-at-10.48.53---AM.png) 빌통 건조 시설. 출처: Biltong Depot 빌통의 국내 생산이 더 어려운 이유는, 한국의 기후가 빌통 제조에 이상적인 조건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필요한 빌통에게 일년 중 습한 날이 꽤 많은 한국은 결코 적합한 장소가 아니라고 한다. 나는 콰줄루나탈(KwaZulu-Natal)지역만 가봐서 그런지, 남아공이 훨씬 습하고 끈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여튼, 그렇다고 한다. 기후 뿐만이 아니다. 대량 생산할 시설도 갖춰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국내 빌통 생산자들이 이러한 수고를 들이면서까지 빌통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이익을 위해서라고 하기엔 감수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너무 크다. 대한민국 국민의 견문을 넓히고, 국내 거주 남아공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주려는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 ### 드루어보르스 로날드와 친구였던 시절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 받곤 했었는데, 언젠가 '이게 뭔지 맞춰보라'며 사진을 하나 보내온 적이 있다. 사진 속에는 나뭇가지로 보이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아프리카 부족들이 구강위생 도구로 사용하는 막대기인 치목(齒木)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것이 바로 드루어보르스(Droëwors)였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KakaoTalk_Photo_2026-05-05-17-18-25-1.jpeg) 당시 나에게 보내온 사진. 드루어보르스는 말린 소세지라는 뜻이다. 쉽게 건조되도록 얇게 잘랐다고 한다. 빌통을 취급하는 곳이라면 무조건 드루어보르스도 판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치 개껌 같이 생겼지만, 실제로는 소금 함량이 좀 높은 편이라 반려견 급여로는 적합하지 않다. 맛은 짭짤한 말린 고기. 건조 정도에 따라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도 있고, 문방구에 팔던 ‘숏다리’같이 건조하고 딱딱한 것도 있다. 촉촉할 수록 더 맛있다. 남아공 사람들의 건강 상식에는 '촉촉한 드루어보르스는 지방 함량이 높고, 건조한 것이 건강에 낫다'라는 내용이 있다. 무엇이 더 맛있을 지 짐작이 갈 것이다. ### 결론 모든 나라에는 자국만의 육포가 있다. 싱가포르의 비첸향(Bee Cheng Hiang), 달달하고 덜 자극적인 한국식 육포, 이탈리아의 살라미(Salami), 독일의 되르플라이쉬(Dörrfleisch), 그리고 남아공의 빌통. 나는 사실 육포를 자주 먹지 않기 때문에 어느 나라 말린 고기든 전부 거기서 거기지만, 빌통의 우월성에 대한 남아공인들의 자부심을 이해한다면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선제적으로 존중을 표할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참고로 편의상 드루어보르스를 빌통의 하위 개념으로 배치했지만, 실제 위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 러스크 많은 사람들이 ‘러스크’라고 하면 튀겨서 설탕을 입힌 식빵 조각을 떠올릴 것이다. 아프리칸스어 이름은 *Beskuit*인데, 17세기에 네덜란드인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오랜 항해를 견딜 수 있도록 두 번 구워 딱딱하게 만든 빵 *Beschuit가 아프리카 기후에 맞게 현지화된 것이다*. 버터밀크(*Karringmelk)*를 넣는다는 특징도 있다. 참고로 버터밀크는 버터 생산의 부산물로, 이름과는 달리 저지방이며 영양적 가치도 높다. 남아공 마트에서는 항상 유제품 칸에서 볼 수 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61TcytmFDZS._SY879_.jpg) 그냥 먹으면 턱이 나갈 수 있지만, 일부러 딱딱하게 먹는 사람들도 있다(내 이야기다). 공식 레시피가 존재하는 라면을 생으로 부숴서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어쨌든 커피에 적셔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Screenshot-2026-05-05-at-5.23.22---PM.png) 구글 검색 결과 작년 남아공 방문 당시 나는 아직 과잉 절제를 하던 중이었어서, 딱 봐도 설탕과 밀가루가 압축되어 칼로리 밀도도 높고 중독성도 강해보이는 러스크를 먹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참고로 나는 수년간 디저트라는 개념을 외면하며 살았고, 한때는 그 억압된 식욕이 컬리플라워와 브로콜리 과식으로 귀결되었을 정도로 보상 체계가 왜곡된 상태였다. *참고로 러스크는 디저트가 아니라 아침 식사지만, 나는 단맛이 나는 탄수화물은 무조건 디저트 취급을 한다.* 디저트는 여성의 3대 본능 중 하나로, 아무리 외면하고 길들이더라도 수천년간 깊숙이 뿌리 내린 강력한 갈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슈퍼마켓에서 무설탕 & 무밀가루 버전을 봤을 때 내가 얼마나 가슴이 뛰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근위대가 손 흔드는 어린이들을 무시하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듯, 나 또한 러스크에 대한 본능적인 호기심을 힘겹게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건강한' 버전이 존재한다는 것은, 러스크에 대한 나의 호기심과 디저트 욕구를 해소시킬 수 있음을 의미했다. 건강 디저트는 오랫동안 '진짜 디저트'의 망령 취급을 받아 왔지만, 최근에는 퀄리티가 좋아져서 섭취했을 때 만족감이 결코 부족하지 않은 편이다. (물론 스테비아 등 감미료는 화학적 작용에 있어서 설탕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설탕을 오래 안 먹다보면 맛을 까먹기 때문에 대체 가능하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IMG_2257.jpeg)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IMG_2262.jpeg)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IMG_2307.png) 건조한 편인 시리얼 위트빅스(Weet-bix)를 기준으로 보자면 러스크는 더 촉촉하지만, 커피에 적셔서 먹는 목적으로 생산되었으므로 밀도가 높고 두께 자체가 묵직해서 씹는 데 상당한 노동이 요구된다. 굳이 적셔서 먹지 않더라도 커피와 잘 어울린다. 내가 고른 버전은 밀가루 대신 아마씨, 코코넛 등으로 만들어 섬유소도 훨씬 많고, 영양적으로도 더 밀도 높다. 요새는 키토제닉(Ketogenic) 식품의 품질이 너무 좋아서 밀가루의 수요탄력성이 많이 높아졌을 거라 예상이 된다. 한국에서도 점점 구하기 쉬워지고 있지만, 아직은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내가 해외 생활을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키토제닉 및 대체 식단 식품에 대한 접근성이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Screenshot-2026-05-05-at-4.38.41---PM.png) 남아공에서도 구하기 힘들어졌나보다 혈당 관리를 하시지만 '건강 음식'에 의심이 있으신 로날드 아버지께도 드렸는데, 먹을만 하다고 놀라셨다. 그래서 우리는 이 러스크를 현지에 있는 동안 세 번 정도 사 먹었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사왔는가? 아니다. 회사에 기념품으로 가져갈 것을 제외하고, 개인 소비용으로는 사오지 않았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IMG_9134.jpeg) 회사에 가져간 것 다 먹고 나면 또 먹고 싶을 것이 분명한데, 한국에서는 와인을 제외하면 남아공 수입품은 구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일회성 소비에는 관심이 없다.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예 가까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 난도스 소스 난도스(Nando's)는 포르투갈인들이 남아공에 넘어와 만든 치킨 브랜드로, 영연방 국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닭을 튀기지 않아 패스트푸드 중에서는 나름 건강식으로 간주된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Screenshot-2026-05-05-at-5.34.48---PM.png) 난도스는 식사 메뉴로도 유명하지만, 더 유명한 것은 바로 시그니처 소스. 한국에 사오면 좋은 것이 바로 이 소스다. 페리페리 칠리로 만들었으며, 설탕이 첨가되어 있지 않다.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현지가 더 저렴하기 때문에 기념품으로서의 정당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Screenshot-2026-05-05-at-5.16.00---PM.png) 매운맛도 별로 안 맵다. 우리도 작년에 남아공을 방문했을 때 한 병을 사왔는데, 나는 사실 1년이 넘도록 무슨 맛인지 알지 못했다. 사온 직후 닭가슴살과 같이 먹어보려 했지만, 로날드가 굉장히 소중하게 아껴 쓰는 것을 알고는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닭가슴살은 야채 취급을 받는 남아공 출신이다보니, 로날드는 내심 소스를 낭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로날드는 너무 착하기 때문에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선제적으로 안 건드렸다) 최근들어 처음으로 난도 소스를 제대로 맛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영연방 중 한 곳인 싱가포르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부기스(Bugis)의 몰에 자리한 난도스에서 점심을 먹었다. 소스가 무제한으로 제공되었는데, 신맛을 좋아하고 타바스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난도 소스가 정말 잘 맞을 것이다. 우리도 출국 전에 소스 세 병을 샀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로날드에게 전부 양보할 것 같다. ## 아마룰라 코끼리 열매라고 불리는 마룰라(Marula)와 크림, 설탕으로 만든 남아공 리큐르. 이 제품은 국내에서도 가끔 발견할 수 있다. 설탕이 잔뜩 들어가다 보니 입에 착착 감기는 화사한 성인용 아이스크림에 가깝다. 작년 남아공 방문 당시에도 나는 설탕을 피하는 중이었지만, 외국을 방문한 손님이 된 입장에서 호스트가 권하는 것을 거절할 수는 없는 법. 아래 사진이 찍힌 날, 아마룰라는 많이 마셨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5/IMG_9109-1.jpeg) 알코올이 함유된 굉장히 달콤하고, 짙은 농도 아이스크림을 녹여서 마시는 맛이다. 그런데 실제 아이스크림과도 잘 어울린다. 깔루아 밀크 같이 칵테일을 만들기에도 좋다. 나는 참고로 술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일년에 5회 이하로 마신다. 하지만 아마룰라는 그 5회 중 2회 정도는 내어줄 수 있는 특별한 술이다. ## 결**론** 다음 번 남아공을 두 번째로 방문한다면, 더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하면서 이 목록을 더 확장할 계획이다. ### AI 시대 번역에 대해… URL: https://jiwonkwak.co/translation/ Last updated: 2026-04-21T11:50:57.000Z 저는 4개 국어 책을 번역했습니다. 개인적 바람으로는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나 아프리칸스어 번역도 해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실력을 갈고 닦아 놓을 생각입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4/Screenshot-2026-04-21-at-8.05.13---PM.png) 독자 입장에서는 생각을 잘 안 하지만, 출판 프로세스는 사실 정말 길고 지루합니다. 원고를 넘긴 뒤 빠르면 몇 달, 때로는 1년 가까이 지나서야 책을 손에 쥘 수 있거든요. 이번에 제가 번역한 독일어 책 두 권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어요. 하나는**《**[**일러스트로 보는 월드컵의 역사 1930\~2026**](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9616137?ref=jiwonkwak.co)**》인데요.**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4/9791124272121.jpg) 아르헨티나 출신 세계적인 카투니스트 Aczel의 작품입니다. 1930년 우루과이 대회부터 2026년까지 역대 월드컵의 위대한 순간들을 생생한 일러스트와 깨알 같은 정보로 풀어낸 책이에요. 이런 책은 번역의 상당 부분이 **검색 전쟁**입니다. “Das Wunder von Bern(베른의 기적)”처럼 이미 고유명사화된 역사적 명장면은 한국어로 굳어진 표현이 무조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용어를 쓰기 위해서 수없이 검색하고, 기존 번역·기사 등을 확인했습니다. 축구 선수 이름들도 만만치 않았어요.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발음 체계를 조금 아는 게 도움이 되긴 했지만, 결국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습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4/data-src-image-7a418a86-dbb4-4d6d-b57b-3ec193a25e79.png) 체코어는 제가 하나도 모르는데요... 그래서 이름이 어려웠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아무래도 일러스트레이션인 것 같습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4/IMG_0235.PNG) 홀란드 얼굴 좀 보세요.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4/IMG_0827.gif) 펠레도 좀 너무합니다. _This post is for subscribers only._ ### AI 피로증후군 벗어나기 URL: https://jiwonkwak.co/ai-fatigue/ Last updated: 2026-04-16T09:00:28.000Z 새벽 루틴, 그리고 언어 덕후로서의 귀환 _This post is for subscribers only._ ### 200년 걸릴 언어를 50년 만에 만든 집념의 언어 이야기 URL: https://jiwonkwak.co/afrikaans/ Last updated: 2026-04-13T01:52:54.000Z 제가 전공하지도 않은 네덜란드어 책을 두 권 번역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많은 우연이 작용했습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4/76081743-E9B3-4092-B783-26CBE345DEE5-1.JPG) 첫 네덜란드어 역서 사실 소수 언어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탓에, 독일어 전공자로서 유리한 입장에 있으면서도 회피했던 언어 목록에 네덜란드어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에서 가장 신생어이자 네덜란드어의 크레올에 속하는 소수 중의 소수 언어 **아프리칸스어**를 할 줄 알았던 것이 번역의 매개가 됐습니다. (물론 독일어 전공을 했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긴 하지만요.) 까다로운 언어 취향을 가진 제가 매력을 느낀 아프리칸스어는 오해도 많이 받는 언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프리칸스어의 역사를 훑어보며 몇 가지 오해를 풀고, 흥미로운 지점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4/IMG_8996-1-1.png) 눈 돌아갔던 남아공 중고서점 ## **기원과 특징** 아프리칸스어는 17세기 네덜란드어에서 출발한 언어입니다. 유럽 국가들이 항해술을 익혀 새로운 무역로를 개척하고 식민지를 만들던 시기, 아프리카 최남단에 네덜란드인들이 정착하면서 시작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문법이 상당히 단순화되고 형태가 크게 변형됐습니다. 동사 변화가 거의 사라지고, 성(性) 구분이 없어지는 등 구조적으로 훨씬 가벼워졌죠. 이 과정을 크레올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안 그래도 복잡도 순으로 독일어 >>>> 네덜란드어였는데, 이제 그보다 한층 쉬운 아프리칸스어가 된 셈입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4/afrikaans.png) 동사 변화가 없는 아프리칸스어 좀 보세요. 출처: [https://zubindoshi.com/a-brief-history-of-languages-their-future/](https://zubindoshi.com/a-brief-history-of-languages-their-future/?ref=jiwonkwak.co) 노예로 유입된 말레이·인도네시아 계열 언어, 그리고 현지 코이산어 등과 섞이면서 유럽 본토 네덜란드어와는 꽤 다른 특징도 생겼어요. 예를 들어 ‘바나나’는 대부분 언어에서 banana(🇬🇧), Banane(🇩🇪), banane(🇫🇷), banaan(🇳🇱), banana(🇮🇹), plátano(🇪🇸) 식으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아프리칸스어로는 **piesang**입니다. 말레이어 pisang에서 왔어요. ‘satay’도 sosatie 같은 형태로 쓰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기존 네덜란드어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언어로 자리 잡게 됩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려 해요. 점차 이곳으로 이주해 정착한 유럽인들, 즉 **아프리카너**(Afrikaner, 남아프리카에 정착한 네덜란드계 백인과 그 후손들을 가리키는 말)들은 유럽 본토로부터 점점 외면당했습니다. 당시엔 지금 같이 비행기도 없었고, 네덜란드 본국은 이미 쇠락한 상태라 제대로 된 지원을 해줄 형편이 아니었어요. 조상이 유럽인이고 피부색이 백인이지만, 남아프리카 땅에 정착한 이들의 정체성은 아프리카에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그러면 “여기 살던 네이티브 아프리카인들을 쫓아낸 거 아니냐?”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생각보다 아프리카 종족들끼리도 치열하게 싸워 왔습니다. 다양한 그룹들이 이주해 온 역사라서 피부색 하나만으로 ‘주인’을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_This post is for subscribers only._ ### 언어라는 오만: 외계인을 인간처럼 이해하려는 착각 - <프로젝트 헤일 메리>를 통해 URL: https://jiwonkwak.co/project-hailmary/ Last updated: 2026-04-04T05:35:33.000Z <프로젝트 헤일 메리>의 감동적인 소통 뒤에는, 인간 중심적 언어관이라는 전제가 숨어 있다. _This post is for subscribers only._ ### 당신의 외국어가 제자리걸음인 이유 URL: https://jiwonkwak.co/why-your-english-sucks/ Last updated: 2026-03-15T02:18:06.000Z 운동장에 몸만 던져놓는다고 근육이 생기지 않듯, 책상 앞에 앉아만 있다고 언어가 늘지는 않는다. 스쿼트를 할 때도 힙 힌지(Hip hinge)를 제대로 잡지 않고, 타겟 근육에 자극을 느끼지도 않으면서 그저 '숫자 채우기'식으로 몸만 움직이다 오면 몇 달을 해도 근육은 늘지 않는다. 무릎만 상할 뿐이다. 영어 공부, 혹은 외국어 공부도 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공부하는 '기분'만 내는 사람들에게 부족한 세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 1\. 공부하는 '기분'이라는 함정 일주일에 몇 번 영어 스터디에 나가거나 학원에 등록하는 것은 훌륭한 '시작점'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그것이 단지 시작점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몸만 덜렁 와서는 절대 실력이 늘지 않는다. 지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 **모르는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 **새로 알게 된 것을 기록하기** - **집요하게 복습하기** 이 과정이 빠진 공부는 아무 소용이 없다. 최근 유행하는 듀오링고 같은 앱의 맹점도 여기 있다. 게임화(Gamification) 전략은 훌륭하지만, 어느 순간 '연속 학습 일수'를 지키기 위해 뇌를 뺀 채 손가락만 움직이는 행위가 되어버린다. 남는 것 없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전형적인 코스다. ### 2\. '집요한 호기심'의 부재 나는 외국어로 된 콘텐츠를 볼 때 병적으로 메모한다. 최근 즐겨보는 남아공 시리즈 Die Kantoor(The Office의 남아공 버전)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참고로 나는 스티브 카렐의 열혈 팬이지만, 단언컨대 남아공 버전이 10배는 더 재밌다. 아프리칸스어를 사용하는 소수 언어권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고퀄리티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지 경이로울 따름이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3/image.png) 당장 블로그에 이 글을 쓰면서 기억나는 표현들은 아래와 같다. - **Kruip jy weg?** (Are you hiding? 너 숨어 있니?) - **Bel my rêrig!** (Call me really! 진짜 전화해!) - **Kom haal my!** (Come fetch me! 날 데려가세요!) 현재는 일주일에 에피소드가 하나씩 나오는데, 조만간 주말을 비워 'Kantoor 마라톤'을 할 예정이다. 어쨌든 나는 모르는 단어나 좋은 표현을 보면 메모해 놓고, 기억하기 위해 계속 찾아보고, 입에 붙을 때까지 혼잣말을 반복한다. 뉴욕 타임즈를 읽든, 프랑스어나 독일어 영상을 보든 주옥같은 표현은 수십 개씩 쏟아진다. 한창 공부할 때는 그 표현들을 받아 적고 복습하는 데 하루의 대부분을 썼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모르는 표현이 나와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냥 넘어가거나, 모르는 것을 인정하기 부끄러워서 덮어버린다. 공부할 동기에 불을 지피는 연료는 호기심이어야 한다. 호기심이 없으면 집요함도 생기지 않는다.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일찌감치 극복하는 것이 좋다. ### 3\. '기본'을 무시하는 태도 주어와 동사 수 일치도 맞지 않는 엉망진창인 문장 구조에, 어디서 본 고급 어휘를 섞어 쓰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건 상대방에게 인지 부조화를 일으켜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할 뿐이다. 사람들은 쉬운 문법을 우습게 본다. '내가 다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독해는 누구나 하겠지만, 직접 말을 뱉을 때 문장이 망가지는 이유는 그 문법이 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기본 동사 100개 정도를 인칭대명사 별로 올바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 *기본 전치사와 형용사의 정확한 쓰임새와 발음을 숙지했는가?* - *기본 문법 오류를 스스로 찾고 검열할 수 있는가?* 이 단계를 넘어서야 어려운 단계로 갈 자격이 생긴다. 영어는 동사 변화가 양반이다. 다른 언어에서 동사는 고통의 근원이며 정체성 혼란을 유발하기도 한다. 겨우 영어의 동사 변화 정도에서 귀찮음을 느낀다면, 다른 언어는 꿈도 꾸지 않는 게 좋다. --- ## 마치며 스쿼트의 핵심이 근육의 자극을 느끼는 것이듯, 공부의 핵심은 뇌의 자극을 느끼는 것이다. 오늘 당신의 공부는 '뇌를 뺀 행위'였는가, 아니면 '집요한 추적'이었는가? 만약 후자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듀오링고를 끄고 기본 동사 변화표부터 다시 펼치길 권한다. ### 남아공 때문에 심난한 이야기 URL: https://jiwonkwak.co/south-africa/ Last updated: 2026-03-02T05:29:06.000Z 나는 남아공을 좋아한다. 아프리카너(Afrikaner) 특유의 투박한 억양과, 불과 백 년 만에 아프리칸스어를 학문적 수준으로 격상시킨 그 광기 어린 의지력에 경외감을 느낀다. 육식에 진심인 성향과 은근히 보수적인 면모도 내 취향에 닿아 있다. 한편으론 지독한 현실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흑인 여성들의 지적 잠재력과 회복탄력성에서 이 나라의 희망을 엿보기도 한다. 먹방을 보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남아공 흑인 여성의 먹방이다. 그녀의 성공이 다른 여학생들에게 희망이 되면 좋겠다. 하지만 개별 존재의 반짝임과는 별개로, 이 국가의 시스템은 형용할 수 없는 괴사 상태에 놓여 있다. 내가 목격한 남아공은 인적 자원의 풍요와 구조적 파멸이 공존하는 기묘한 공간이다. ## 강제된 평등: B-BBEE와 고용 쿼터제의 역설 남아공에는 B-BBEE(Broad-Based Black Economic Empowerment)라 불리는 흑인 경제 육성법이 존재한다. 단순히 권장하는 수준이 아니다. 기업의 소유권, 경영진 구성, 심지어 공급망까지 흑인 비율에 따라 '점수(Scorecard)'를 매긴다. 점수가 낮으면 정부 사업 입찰은 물론, 민간 기업 간의 거래에서도 후순위로 밀려난다. 2024년부터 강화된 고용 평등법(EEA)은 숙련직군에서 흑인 비율을 최대 90%까지 요구하며, 위반 시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부과한다. 의도는 선했으나 결과는 냉혹하다. ***숙련된 기술자나 경영진이 인종 쿼터에 밀려 현장을 떠나고, 그 자리를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한 이들이 채우면서 국가 기간망이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개노답 사례 1: 힐브로우 70-80년대 요하네스버그의 중심이었던 힐브로우(Hillbrow)는 이제 범죄와 오물의 상징이 되었다. 아파르트하이트가 끝나고 부유한 사람들은 샌튼(Sandton)으로 넘어갔고, 힐브로우는 점점 황폐화되었다. 갱단이 점거한 고층 빌딩에는 상하수도가 끊겼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변기를 사용한다. 지하실에 수백 명분의 인분이 쌓여가는 풍경을 상상할 수 있는가?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2/image-3.png) 말티즈 한 마리가 사용하는 배변 패드도 악취가 생기는데, 수백명 사람들에게서 나온 오물이 지하실 전체를 덮고 있는 사실은 말문이 막힌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2/image-4.png) 힐브로우 전과 후 화려했던 근대 건축의 껍데기 속에서 도시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 개노답 사례 2: 전기 국영화 남아공에 있다보면 종종 전기가 끊기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Load Shedding이다. 그래서 태양열 발전기가 있는 집이 많다. 이 전력난은 단순한 에너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효율적이었던 전력사 에스콤(Eskom)이 국영화 이후 부실 경영, 부정부패의 온상이되어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게 된 결과이다. 이를 개혁하려던 전 CEO 안드레 드 루이터(André de Ruyter)는 커피에 청산가리 투척을 당해 결국 사임하고 잠깐 나라를 떠나야 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2/Screenshot-2026-02-19-at-8.00.31---PM.png) 정의를 바로잡으려는 지식인은 목숨을 걸고 개인 경호원에 의지하거나 망명을 택해야 하는 것이 남아공의 문법이다. 실제 현지인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 **"Snitches get stitches, and end up in ditches."** (밀고자는 꿰맬 상처를 입고, 결국 도랑에 처박힌다.) ### 개노답 사례 3: 택시 조폭 남아공의 택시 산업은 태생부터 비극적이다. 70\~80년대 아파르트하이트 시절, 인종차별 정권은 흑인들을 일터에서 먼 변두리로 몰아넣고도 어떠한 이동 수단도 제공하지 않았다. 국가가 외면한 이 거대한 공백을 메운 것이 바로 민간 미니버스 택시였다. 초기엔 불법이었으나 생존을 위해 자생했던 이 산업은 1987년 규제 완화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버스와 기차를 불태우고, 전문 킬러(Izinkabi)를 고용해 정적을 제거한다. 택시에서 총을 쏘고 유유히 사라지는 청부 살인 장면은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2/image-5.png) 택시 기사들과 우버 기사들 간의 폭력 사태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2/image-6.png) 과거 흑인 인권을 위한 유일한 발이었던 조직이, 이제는 대낮에 정적을 제거하고 국가 인프라를 불태우는 '그림자 국가'가 된 것이다. ### 개노답 4: 경호 업체도 연루된 농장 서리 남아공 길거리에서 타조알 만한 아보카도 5개를 3천 원에 샀을 때, 나는 그것이 아프리카 대지의 축복인 줄로만 알았다. 순진한 오판이었다. 수확까지 8년이 걸리는 아보카도 나무를 뿌리째 뽑아가거나, 농장 보안 업체와 결탁해 조직적으로 훔친 장물이었다. 무지한 소비자가 누린 저렴한 가격의 배후에는 생산자의 절망이 깔려 있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3/Screenshot-2026-03-02-at-2.28.48---PM.png) 물어보는 사람마다 '축복받은 남아공의 아보카도' 얘기를 하고 다녔는데, 알고보니 마트에서 사면 한국과 크게 다른 가격은 아니다. ## 결론 개개인을 보면 여전히 이 나라의 미래를 믿고 싶어진다. 어떻게 해야 이 비극이 멈출 수 있을지 혼자 머리를 싸매며 고민에 잠기기도 한다. 오프라 윈프리처럼 사재를 털어 학교를 지으면 해결될까? 하지만 문제는 파편화된 시설이 아니라 붕괴된 공교육 시스템 그 자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백을 메운 사교육 시장은 기형적일 만큼 비대해졌다.) 개인이 시스템 차원의 개혁을 시도하기엔 대가가 너무나 가혹하다. 부패를 척결하려 하면 지나가던 택시에서 날아오는 총탄에 맞거나, 아침 커피에 든 청산가리를 마주해야 할 것이다. 정의감은 목숨과 맞바꿔야 한다. 위와 같은 사례를 접할 때마다 짙은 무력감이 든다. 개노답 사례는 언급한 것 외에도 더 많다. 시스템이 머리부터 부패한 이 곳에서, 축복 받은 자연과 자원이 구조적 어둠에 먹혀버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몹시 괴롭다. ### 자제력 URL: https://jiwonkwak.co/discipline/ Last updated: 2026-02-18T02:33:18.000Z 최근 나는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는 외적인 성취뿐 아니라,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인 ‘자제력(Discipline)’을 포함한다. 특히 기술이 즉각적인 보상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시대일수록, 본능을 거스르고 보상을 지연시키는 능력은 점점 희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 비만은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중대한 사회적 문제였다. 풍족의 시대 속에서 우리의 미각은 설탕과 지방에 길들여졌다. 하지만 위고비(Wegovy) 같은 GLP-1 수용체 효능제의 등장으로 체중 관리는 이전보다 훨씬 쉬워지고 있다. ‘자기 수용(Body Positivity)’을 외치던 유명인들이 하나둘 날씬해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그간의 담론의 진실성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물론 몸을 조형하는 일에는 여전히 고통이 따른다. 삼두근의 데피니션을 살리거나 유전적 한계를 넘어 중둔근을 키우는 과정은 고되다. 하지만 기술은 이 지점마저 파고들고 있다. 미주와 남미에서 성행하는 브라질리언 엉덩이 리프트(BBL) 란 게 있다. 한국에서는 미감과 맞지 않아 비교적 드물지만, 신체의 굴곡을 극대화시켜주는 수술이다. 저속노화에 수백만 달러를 쓰는 브라이언 존슨은 $5,700 수준의 EMS 장치로 30분 만에 복근 운동 20,000회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 (물론 그도 매우 엄격한 운동을 한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2/Screenshot-2026-02-18-at-11.28.41---AM.png) > 이제 날씬해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앞으로도 점점 쉬워질 것이다. 식욕 억제제, 근육 형성 기기, 신체 재구성 수술. 이제 '노력'이라는 지루한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 인간은 운동을 안 하고 안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면 몸이 망가지고, 살이 찐다. 과거에는 이를 거스르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본능과 싸워야 했다. 그런데 이제 그 '인내'의 영역이 점차 자본과 기술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데 기술이 노력의 과정을 자동화한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위고비를 통해 식욕이 사라진 상태에서 나는 굶을 것인가, 술을 마실 것인가, 고단백 영양 밀도가 높은 식단을 선택할 것인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몸이 아프지 않아도, 당장 불편하지 않아도, 나는 스스로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기술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지만, 그 자유가 방종과 구분되지 않으면 삶은 금방 붕괴한다. 신체 대사를 약물에 맡기고 근육 형성을 기기에 의존하더라도, 매일 정해진 일과를 수행하고 식단을 결정하는 주체성은 결국 개인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 인간의 동물적 본능은 여전히 저항이 적은 편안한 길을 찾는다. 몸은 부드러운 이불 속에서 게으르길 원하며, 입은 달고 기름진 것을 찾으며, 우리의 정신은 즉각적인 보상 반응을 좇는다. 기술이 우리를 본능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빈자리를 채울 '의식적인 선택'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들 뿐이다. 현시대에 자제력이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외부의 유혹 속에서도 정신적 명징함과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불편함'을 수용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자제력은 동물적 본능을 이겨내는 인간다움의 핵심 요소이며, 이를 통해 쌓은 가치는 복리로 축적된다. --- 머지않아 날씬함 그 자체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규율을 세우고 지켜내는 자제력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 더욱 강력한 지적 신호가 될 것이다. ### 타인의 신경계를 빌려 쓰는 무례함, ASAP URL: https://jiwonkwak.co/pseudowork/ Last updated: 2026-02-16T20:37:37.000Z > 대부분의 ASAP은 상대가 게으르다는 불신을 전제로, 인위적인 위급함을 동원해 결과물을 쥐어짜내는 비합리적인 방식이다. “ASAP” 요청을 받으면 내 중추신경은 즉각 과잉 각성 상태에 돌입한다. 나의 뇌는 ‘맥락도 모른 채 내일까지 넘겨야 하는 문서’와 ‘당장 출산을 앞둔,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는 강아지’의 위급함을 변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모든 일을 제쳐두고 주말을 반납해서라도 마감을 맞췄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며 기이한 패턴을 발견했다. ‘급하다’던 그 문서가 정작 요청자에 의해 열람된 건 열흘 뒤인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진짜 위급한 상황에서 함께 속도를 내는 경험은 팀워크를 강화한다. 그런데 ‘일단 급하다고 말해두는’ 무분별한 ASAP 요청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일단 상대가 느릴 것이라는 편견을 전제로, 타인의 에너지를 자기중심적으로 탈취하여 상황을 통제하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런 부조리함이 지식 노동의 현장에서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진 것일까? ## 1\. 파킨슨 법칙: 시간의 팽창이 만든 공격적 방어 기제 최근 덴마크 학자들이 쓴 『가짜 노동』을 읽으며 이 실체 없는 귀신을 비로소 언어화할 수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화이트칼라 직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바쁨’이 성과와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을 다룬 책이다. 저자들은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을 인용한다. 업무는 그것을 위해 주어진 시간만큼 팽창한다는 법칙이다. 같은 일이라도 3일이 주어지면 3일을 쓰고, 10시간이 주어지면 10시간을 쓴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6/02/image-2.png)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일을 늘어뜨려 ‘바빠 보이는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그리고 ASAP은 **바로 이 ‘팽창하는 시간’에 대한 공격적인 방어 기제**였던 것이다. 상대가 시간을 허비할 것이라는 가정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로 쌓여온 결과다.결국 ASAP은 개개인의 조급함 때문이라기보다, 이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내놓은 기형적인 부산물인 셈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바쁨'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 **2\. 텅 빈 유능함: 바쁨이라는 이름의 알리바이** 이 책은 ‘바쁨’이 성과와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을 ‘텅 빈 유능함(Empty Competence)’이라 명명한다. 우리가 ASAP을 던지고 받는 행위는 종종 실제 업무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나는 이만큼 긴박한 시스템의 중심에 있는 유능한 인재다"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실존적 알리바이**가 아닐까? 결국 ASAP이라는 요청은 타인의 신경계를 빌려 쓰는 무례함인 동시에, 조직 내에 ‘가짜 바쁨’을 전염시키는 촉매가 된다. 누군가 무리하게 ASAP을 던지면, 받은 사람은 이를 처리하기 위해 다른 유의미한 업무를 뒤로 미루거나, 정작 결과물이 방치되는 것을 보며 ‘의미 없는 속도전’에 냉소하게 된다. 실질적 의미 없이 '바쁨'의 외형만 제공하는, 소모적인 ‘가짜 노동’의 굴레다. ## **3\. 가짜 노동의 번아웃: ‘연기’가 소모하는 에너지** 꼭 마감 직전에 과제를 제출하는 친구들. 낮에 할 일을 굳이 밤에 하는 사람들. 1시간이면 끝날 일을 4시간 걸렸다고 말하던 사람들. 어떤 모양의 글머리 기호를 사용할지 미팅을 10분 넘게 이어지는 광경. 이 파편화된 기억들이 뇌리를 스쳤다. 그 아득한 어지러움의 정체가 바로 ‘가짜 노동(Pseudo-work)’이었던 셈이다. 가짜 노동이 우리를 번아웃으로 몰아넣는 이유는 노동의 절대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무 가치 없는 일을 가치 있는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쏟아야 하는 '연기'의 에너지가 본질적인 노동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내가 과거에 느낀 공허함은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싶다는 직업적 본능이 시스템의 무의미함과 충돌하며 발생한 파열음이었다. ## **4\. 본능적 저항: 의미의 박탈에서 존엄을 회복하는 법** 저자들은 가짜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으로 ‘진짜 삶으로의 회귀’를 제안한다. 의미 없는 보고서를 붙들고 앉아 시간을 죽이는 대신, 차라리 일찍 퇴근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거나, 진정한 자기 계발에 몰입하라는 것이다. 조직이 요구하는 ‘바쁜 척’이라는 연기를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실질적 효능감을 회복하라고 조언한다. 나 역시 그랬다. 의미 없이 시간을 늘어뜨리는 행위는 단순한 지루함을 넘어 자괴감을 일으킨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시스템이 요구하는 '바쁨을 위한 바쁨'에 매몰되는 대신, 남는 에너지를 조직과 동료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더하는 활동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사내 영어 동호회를 운영하고 코딩 세션을 연 것은 고과 평가나 보상을 바란 일이 아니다. 이는 저자들이 말하는 ‘공허한 유능함’에 대한 거부이자, 박탈된 ‘기여의 기쁨’을 스스로 복원하려는 주도적인 노력이다. 타성적인 관행에 내 시간을 저당 잡히지 않고, 내가 선택한 가치에 에너지를 쏟는 것. 이러한 정체성 지키기가 나의 직업적 존엄을 지탱해주고 있다. ## **5\. AI 시대의 노동: 스스로 만든 병에서 벗어나기** 파킨슨 법칙은 인간의 본성일까, 시스템의 결함일까. 기술의 발전은 여가를 약속했지만, 인류는 관료주의적 헛짓거리를 발명해 그 빈칸을 메웠다.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 시간을 때우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만든 병’인 번아웃을 얻는다. AI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도, 우리가 ‘바빠 보여야 산다’는 가짜 노동의 윤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유는 오지 않는다. 기술은 시간을 벌어주지만, 관료주의는 그 빈칸을 다시 ASAP과 무의미한 보고서로 채울 것이다. 나의 시간만큼은 가짜 노동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보람 있는 일에 온전히 쓰고 싶다. 한 회사에 소속된 정체성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타인에게 기여할 것인가. 이 고민만이 가짜 노동 사회의 공허함에서 나를 건져줄 유일한 밧줄이라 믿는다. ### 남자를 위한 구조적 연애론 URL: https://jiwonkwak.co/on-dating/ Last updated: 2026-01-31T23:35:49.000Z 남성 집단의 우정은 종종 상호 파괴적 결속을 '의리'라 부른다. 장염에 걸린 친구에게 불닭볶음면을 사다 주거나, 비위생적인 습관을 공유하며 서로를 비웃는 행위가 친밀함의 척도가 된다. 이러한 문화권 내에서 개인의 성장을 향한 진지한 피드백은 '진지충'이라는 멸칭 아래 거세된다. 성인 남성이 자신의 결함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경로가 차단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부모와의 대화는 단절되어 있고, 친구들은 서로를 방치하거나 하향 평준화한다. 결국 20대 후반을 넘어서는 순간, 이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외적 경쟁력에 대해 누구에게도 정직한 비평을 듣지 못하는 '**피드백 진공 상태**'에 놓이게 된다. 구조적인 지지 시스템 없이 홀로 남겨진 남성은 '왜 나는 연애를 못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좌절과 자존감 하락을 반복할 뿐이다. ### **인센티브와 장기적 자산의 혼동** 하루는 평상시 반바지와 슬리퍼를 고수하던 개발자가 긴바지를 입고 출근한 모습을 보고 “소개팅이 있냐고” 장난삼아 물어본 적이 있다. 이때 "맞다"고 답하는 것을 보고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성애자 남성의 자기 관리는 극도로 효율 중심적이다. 즉각적인 인센티브, 즉 확정된 보상(소개팅, 데이트)이 존재할 때만 자원을 투입한다. 매력은 이벤트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층된 구조의 결과물이다. 소개팅 전날 구입한 셔츠는 옷장에 남겠지만, 6개월간의 운동으로 만들어진 프레임과 피부 상태는 정체성에 귀속된다. 전자는 구매 가능한 소모품이고, 후자는 감가상각이 낮은 자산이다. 대다수 남성은 이 자산 형성에 투입되는 시간을 '비효율'로 간주하며 기꺼이 포기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피부 관리, 눈썹 정리, 체형에 맞는 핏까지 탐구한 남성들. 이는 자기 객관화가 선행되었음을 증명한다. 이들은 잘 보일 상대의 유무와 상관없이 '디폴트 값' 자체를 상위권으로 유지하며, 연애 시장에서 큰 부침을 겪지 않는다. 이들에게 관리는 이벤트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 **조건이라는 핑계: 유전자 잭팟과 그 외의 것들** "잘생기고 키가 커야 한다"는 명제는 연애 시장의 절대 진리처럼 통용된다. 물론 유리한 조건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타고난 조건을 결핍의 원인으로 둘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피터 딩클리지(Peter Dinklage)는 132cm의 키로도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 내가 관찰한 경우만 하더라도, 키가 작거나 평범한 외모의 남성들이 자신의 다른 매력을 십분 발휘해 연애를 잘만 하고 다니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당신의 주변만 둘러봐도 즉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특별하다'는 정당화는 본인에게만 손해다. 유전자 잭팟을 맞은 0.1%와 자신을 비교하며 노력을 거부하는 벽을 깨부수지 못하면 삶의 질은 정체된다. 키와 얼굴을 바꿀 수 없다면, 바꿀 수 있는 나머지 80%의 변수(체형, 청결도, 문해력, 경제적 기초)에 집중하는 것이 지적으로 정당한 태도다. ### **이상형이라는 망상과 자기 객관화** '눈이 높다'는 고백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기준이 높은 것은 남녀 불문 권장할 일이다. 문제가 생기는 지점은, 자신이 원하는 대상의 기준과 현재 자신의 상태 사이의 격차를 정밀하게 측정하지 않는 상태에 놓인 것이다. 현재 상태에서 당신 상상 속의 완벽한 상대가 당신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이유가 없다면 그것은 이상이 아니라 일방적 기대다. 자기 관리와 심리적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채 높은 기준만을 고수하는 것은, 마치 **자본 없이 고수익 자산을 매입하려는 시장 교란 행위**와 같다. ### **취향의 부재와 지루함의 구조** '취미를 가지라'는 조언은 단지 이성을 만날 접점을 넓히기 위함이 아니다. 이는 데이터 입력을 다양화하라는 구조적 명령이다. 즐거운 대화는 모든 관계의 시작이며, 유전자 잭팟 없이도 연애를 지속하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다. 상대가 지루할 틈 없이 재치 있게 대화할 수 있다면 게임의 양상은 달라진다. 대부분 대화의 지루함은 화술의 부족이 아니라 콘텐츠의 빈곤에서 기인한다. 선호하는 음악, 영화, 사진작가, 브랜드에 대한 주관이 전무한 상태에서 상대와의 교집합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입력값이 없으니 출력값은 언제나 본인의 커리어나 업무 상세 내용 같은 '안전하고 지루한' 데이터로 수렴한다. 자신의 전공 분야나 박사 연구 주제를 초면에 1분 이상 늘어놓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정보 송출이다. 만약 이를 흥미롭게 들어주는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매력 때문이 아니라 상대의 인내심이나 지적 호기심이 경이로운 수준임을 인정해야 한다. ### **인셀(Incel) 현상: 자기 객관화 실패의 종착지** 자기 객관화 없이 이상형만 노래하다가 반복적인 거절을 당하면, 정신 건강은 오염되기 시작한다. 남성은 사회적 거절을 시스템의 문제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며 고립되기 쉽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인셀(Incel)의 극단적인 소외 현상은 상당 부분 이러한 '자기 객관화의 실패'에서 시작된다. '자산 형성의 게으름'을 '사회적 피해'로 치환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지루함, 눈치 없음, 관리되지 않은 신체를 개선하는 대신 시스템을 비난하며 고립을 자처한다. 2014년 엘리엇 로저(Elliot Rodger) 사건이나 2020년대 영미권 및 한국에서 발생하는 혐오 범죄들의 기저에는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세상이 나를 거부한다"는 거대한 인지 부조리가 깔려 있다. 발전 없는 상태에서 누적된 거절감이 분노로 변질될 때, 개인은 연애 실패를 넘어 사회적 부적응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급행열차를 타게 된다. ### **결론: 매력의 설계** 존 햄(Jon Hamm)이나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가 방출하는 중년 이후의 매력은 시간의 흐름이 준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상호작용과 관계의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시스템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한 결과물이다. 당신이 상정하는 이상적인 파트너가 어떤 남자를 원하는지 역설계(Reverse Engineering) 해보라. 높은 기준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구조적 노력이 결여된 상태는 지질함이 아니라 지능의 문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자만이 쟁취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이 높다면, 그에 상응하는 자산을 먼저 설계하라. ### 협업의 공식에는 항상 ‘인간 변동성’ 상수를 넣어야 한다. URL: https://jiwonkwak.co/working-together/ Last updated: 2026-01-18T23:57:21.000Z 협업의 공식에서 가장 흔하게 누락되는 값은 '인간'이라는 변동성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완결된 설계라 해도, 실행의 단계에서 그 공식은 반드시 사람이라는 필터를 통과한다. 학습의 속도, 집중의 밀도, 특정 유인에 반응하는 성향. 이 무궁무진한 차이와 천태만상의 변수들은 어느 조직에서든 불가피하게 마주하는 상수다. 이를 계산에서 제외하는 순간, 설계는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가설에 머문다. 한때는 '나만 완벽하게 제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는 논리가 유효하다고 믿었다. 내가 빠르고 정확하게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전체의 속도 또한 비례하여 상승할 것이라는 착각이었다. 이는 시스템 전체가 아닌 부분 최적화에 매몰된 시각이었다.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정교한 논리도 타인의 해석 체계를 통과하는 순간 그 궤적이 뒤틀리고, 한 부품이 뛰어나도 그것이 전체 공정의 속도를 보장하지 않는다. **개별 주체가 스스로의 완결성에만 몰입할 때,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결함은 ‘타인의 역량 부족’이라는 개인의 문제로 은폐된다.** 시스템적 보완책(예: 가이드라인의 정교화, 확인 절차의 재설계)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상대의 무능’이라는 쉬운 결론에 안주하게 만든다. 협업의 좌절은 많은 경우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 '인간'의 변동성을 상수가 아닌 오차로 간주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역량의 척도는 본질적으로 상대적이며, 시스템의 맥락에 따라 가변적이다. 개인의 자질을 심판하는 행위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구조적 개선의 기회를 포기하게 만든다. '저 사람은 왜 일머리가 없을까'라는 분노는 결국 관찰자 본인의 설계 역량이 타인의 변동성을 포용할 만큼 확장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진정한 의미의 실행력은 진공 상태에서의 속도가 아니라, **타인의 변동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구조 안에 포함시킨 상태에서도 목표를 달성해내는 복원력**이라고 할 수 있다. 채용이 까다로운 이유 또한 단순히 '우수한 인재'를 찾기 위함이 아니라 조직이라는 구조물 안에서 발생할 마찰계수를 예측하고,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변동폭을 가진 인물을 선별하는 고도의 리스크 관리 과정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리더십은 타인의 모난 부분을 깎아내는 것이 아니라, 휜 소나무를 분재의 재료로 삼듯, 그 굴곡을 설계의 재료로 삼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직선적인 결과물만을 고집하는 이는 혼자 일할 때 가장 빠르겠지만, 거대한 구조물을 세우는 이는 비틀린 재료들을 맞물려 견고한 아치를 만든다. 협업은 개인의 유능함을 과시하는 무대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상수를 포함하여 시스템의 복원력을 설계하는 구조적 엔지니어링의 영역이다. ### AI가 보편화될수록, 글쓰기 실력의 격차는 더 잔인하게 벌어집니다. URL: https://jiwonkwak.co/writing-in-the-age-of-ai/ Last updated: 2026-01-09T23:49:24.000Z 저는 현업에서 타인의 글을 번역, 편집, 재작성하는 일을 오래 해왔습니다. 최근 AI를 활용한 글들을 마주하며 내린 결론이 하나 있습니다. LLM(거대언어모델)은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어줄 수는 있어도, 인간의 '내러티브 구성 능력'과 '메타인지'까지는 대체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결여된 상태에서 AI를 활용해 글을 쓰면, 결과물은 필연적으로 ‘속 빈 강정’이 됩니다. ### 1\. 표면적 신호(Surface Signals)의 가치 하락 과거에는 세련된 어휘와 전문 용어가 작문 실력의 중요한 지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AI가 몇 초 만에 휘황찬란한 비유와 유창한 표현을 생성해냅니다. 누구나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피상적인 작문 신호들은 급격히 가치를 잃었습니다. ### 2\. 내러티브라는 새로운 격차 이제 진짜 실력은 '글의 흐름과 맥락을 설계하는 능력'에서 갈립니다. 사용자는 자신이 담을 수 있는 그릇만큼 AI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용자의 '내러티브 구성 능력' 및 '메타인지'가 AI의 성능을 결정짓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난 주 흥미롭게 본 연쇄 살인마 제프리 다머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상문을 쓴다고 해보겠습니다. - 일반적인 접근: "그는 잔혹했다, 정신 이상자였다"는 식의 단편적 감상 나열. - 설계된 내러티브: 재판의 핵심 쟁점인 '법적 정신 이상'의 정의를 화두로 잡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게임'을 통해 법적 용어와 일상 용어의 괴리를 짚고, 미셸 푸코의 광기 담론을 빌려 사회적 맥락을 분석합니다. 당장 생각나는 예를 든 것이지만, 머릿속에 뼈대가 잡혀 있는 사람은 AI에게 던지는 프롬프트의 수준부터 다릅니다. 결과물의 진정성과 몰입력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 3\. AI 시대의 편집자(Editor)가 되는 법 AI가 뱉어내는 장식적 문장에 현혹되지 않으면서, 내용을 어떻게 조합하고 무엇을 살릴지 결정하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개념의 차이와 맥락을 읽어내는 비판적 사고 능력,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는 학제간 지식(Interdisciplinary Knowledge),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자각, 즉 메타인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문장력이 '공짜'가 된 AI 시대의 글쓰기는 오히려 더 본질적인 역량을 요구합니다. 도구에 의존하기 전에, 나만의 지식 지평을 넓히는 독서와 사고의 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 끝까지 읽히는 글은 무엇이 다른가 — ‘글의 밀도’에 대하여 URL: https://jiwonkwak.co/dense-writing/ Last updated: 2026-01-09T23:40:45.000Z 현대 사회에서 글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분량 자체야 토큰을 쏟아내면 얼마든지 늘릴 수 있지만, 오늘날의 글쓰기는 독자의 집중력이라는 희소 자원을 두고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라디오 드라마가 성행하던 시절, 사람들은 소리만으로도 등장인물의 미묘한 심리와 희로애락에 깊이 몰입했습니다. 반면 지금은 어떤가요. HD 화면 속에서 화려한 CG와 천재지변이 펼쳐져도, 현대인은 쉽게 감흥을 느끼지 못합니다.자극의 역치는 높아졌고, 인지 자원은 희귀해졌습니다. 독자는 자신에게 효용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미련 없이 떠납니다. 그래서 제가 글을 쓸 때 가장 집요하게 붙잡는 편집자적 기준은 바로 ‘글의 밀도’입니다.헐렁한 문장들이 모여 있는 글은 밀도가 낮습니다. 시간을 들여 읽어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글의 밀도를 높이는 과정을 종종 ‘스티브 잡스의 엘리베이터 해고’에 비유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직원에게 업무 내용과 기여도를 묻고, 답변이 설득력이 없으면 바로 해고했다는 일화처럼 말이죠. 제가 글을 편집할 때 사용하는 판단 방식과 정확히 닮아 있습니다. 첫째, 모든 단어는 문장 안에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조사나 관성적으로 반복되는 수식어부터 과감히 덜어냅니다. 둘째, 모든 문장도 글 전체에서의 존재 가치를 치열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이 문장은 정보를 전달하는가, 논리를 잇는 가교인가, 논지를 강화하는 근거인가, 아니면 정서적 울림을 주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문장은 남길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독자에 따라 의도가 100% 전달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 자신은, 각 문장이 왜 그 자리에 존재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글을 다듬다 보면 공들여 쓴 비유나 단어에 애착이 생겨 놓기 힘든 순간도 옵니다. 저 역시 통번역을 전공하며 자주 겪었던 고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흐름을 끊는다면, 대의를 위해 버리는 것이 AI 시대의 내러티브 편집자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입니다. 결국 끝까지 읽히는 글을 만드는 것은 문장을 추가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함으로써 글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식견입니다. ### ss URL: https://jiwonkwak.co/ss/ Last updated: 2026-01-02T09:26:15.000Z _No content available._ ### (Untitled) URL: https://jiwonkwak.co/untitled/ Last updated: 2026-01-02T09:17:28.000Z _No content available._ ### 갑질에 관하여 URL: https://jiwonkwak.co/power-changes-people/ Last updated: 2026-01-10T00:13:45.000Z 대학원 졸업 후, 학부 시절 교수님을 캠퍼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안부를 나누다가 통번역대학원이라는 것을 알고 번역 일을 맡기고 싶다며 연락처를 물어보셨다. 처음에는 논문 초록 같은 소소한 작업이었고, 이후에는 꽤 이름이 알려진 국제학자의 저서를 번역할 수 있겠느냐는 제안으로 이어졌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었다. 책은 교수님 본인 명의로 출간되고, 나는 ‘역자의 말’에 이름이 추가된다는 것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경험을 쌓는 데 급급했다. 게다가 꽤 저명한 학자 책이어서 재밌어보였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 번역이 거의 마무리될 즈음, 교수님에게서 “얼마를 주면 되겠느냐”고 문자가 왔다. 교수님의 평소 행색이 궁색해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기회를 준 것이 고맙다는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시세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 계산 근거까지 덧붙여, 대략 100만 원 정도라고 보냈다. 그날 저녁, 완전 잊고 있던 상태에서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고 정적이 잠시 흘렀고, 드디어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기분이 좀 상했다” "...?" ​차마 돈 때문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교수님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당황했다. 그는 곧 화를 내기 시작했다. "너 어디서 사회생활을 그렇게 해?" "다른 누구는 20만 원에 하고, 내가 장학생으로 유학도 보내줬다" "어디서 싸가지 없게 그런 돈을 불러?" "번역도 잘하지 못하더만..." 나는 오히려 내가 배려했다고 믿고 있었던 상태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받은 것이었다. 지금이라면 훨씬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겠지만, 그때의 나는 많이 순수했다. 충격을 받아 거의 울음을 참아야 했다. 그는 그렇게 한참을 몰아붙인 뒤, 더 낮은 금액으로 하자는 암시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시험하고 우위를 확인하는 행위가 명백히 지위를 활용한 가스라이팅인 것은 알겠는데, 약간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나는 이미 학부도 졸업했고, 학부 전공 관련 진로를 선택할 마음도 없었고, 그 교수님의 박사과정에 진학할 계획도 없었으며, 그의 전공 분야에 전혀 관심도 없었다. **다시 말해, 그가 나에게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력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믿고 이런 방식의 갑질을 시도한 것일까? 답은 단순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너무 오랜 습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다음 날 다시 전화가 왔다. 여태까지 번역한 파일을 보내달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여전히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지만, 다행히도 파일은 이미 삭제한 뒤였다. 나는 삭제했다고 말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원이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의외구나.” 그 말은 더 이상 가스라이팅이 통하지 않는 대상임을 인지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이후, 그는 나에게서 관심을 거두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안부 전화가 왔는데, 뭔지 궁금해서 받아보니 상당히 과장된 밝은 목소리로 잘 지내냐고 물었다. 내가 별로 안 반갑게 답하자 "아직 삐졌구나"라며 끊고, 그 뒤론 지금까지 연락이 없으시다. *("삐졌다"는 단어 선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권력이 인간을 변화시키는 과정은 대개 서서히 진행된다.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어느 순간부터 온도가 올라가 있는지도 모른 채 익숙해진다. 그렇다면 이것은 과연 특정 개인의 인격 문제일까. 특히 학생 시절을 돌아보면, 갑질의 구조를 유지시키는 데에는 주변의 역할도 분명히 존재했다. 이득을 기대하며 불필요하게 몸을 낮추는 사람, 노골적으로 아첨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았다. ​그리고 반복되는 아첨은 결국 권력을 가진 쪽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 **이 정도의 무례, 이 정도의 요구는 ‘허용 가능하다’는 신호 말이다.** 나도 종종 ‘윗사람’과 대화할 때,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특별 대우를 기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반드시 악의적이어서가 아니다. **그런 대우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뉴스에 나오는 갑질 사례를 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약간의 영향력을 손에 쥐는 순간,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웃음이 많아지고, 눈치를 보고, 듣고 싶은 말을 해주기 시작한다. 그 변화에 저항하지 않는 순간, 권력은 자연스럽게 ‘기대’가 된다. 그렇게 이 구조는 재생산된다. **그래서 이 악순환에는 아첨하는 쪽의 책임도 분명히 존재한다.** 아첨은 약자의 생존 전략, 불가피한 사회 생활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권력을 비대하게 만들고 기준을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아첨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권력자는 자신의 판단이 옳고, 자신의 방식이 정당하다고 착각한다. 개인적으로 아첨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성장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일단 아첨에 넘어가는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소인배의 증거다. 남의 호의에 기대어 이득을 취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편할지 몰라도, 결국 멀리 가지 못한다. 게다가 상대가 유난히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니라면 그의 버릇만 더 망치게 되고, 본인은 속에 분노와 원한만 쌓이게 된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태도 자체가 이 더러운 권력 구조를 지속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고리를 끊으려면 질문의 방향부터 바꿔야 한다. 저 사람에게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상대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 결국 기회를 만드는 것은 아첨이 아니라 실력과 태도다. 그러니 빌어먹으려는 마인드는 떠오를 때마다 버려야 한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처럼 보일 때조차. ### 음식과의 관계 URL: https://jiwonkwak.co/relatioship-with-food/ Last updated: 2025-12-08T09:00:26.000Z 나는 음식에 있어 기준이 매우 단순하다. **'영양의 균형'** 그리고 **'편의성'**. 타인을 대접할 때를 제외하면, 비싸고 예쁘고 맛있는 미식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현 삶의 단계에서는 설탕이 없고, 단백질이 충분하며,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이 단순함이 상당한 까다로움으로 변모한다.** 단백질은 지방이 적어야 하고, 탄수화물은 GI 지수가 낮아야 하며, 지방은 불포화지방이어야 하고, 전체적인 '탄단지' 비율도 맞아야 하며, 설탕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준을 만족하는 후보군만 남기면 일단 고추장, 간장 베이스인 한식은 95% 소거되고, 외식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결국 '영양의 균형'과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는 하나로 수렴된다.** 그래서 일년에 300일 이상 점심은 샐러드만 먹는다. 집에서는 구성이 상당히 단순하다. 단백질은 닭가슴살과 무설탕 비건 보충제, 무설탕 그릭 요거트. (붉은 육류는 지방 함량 때문에 한 달에 두세 번만 먹는다.) 탄수화물은 렌틸콩, 병아리콩, 단호박, 고구마, 무설탕 순수 호밀빵처럼 흡수가 느린 **‘서방형 탄수화물’**. 지방은 견과류, 아주 가끔 아보카도. 밀도 높은 불포화지방이 필요하면 연어를 찾아 먹는다. ---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질리는 순간이 온다. 그런데 그래서? **'질리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그저 쾌락의 역치가 높아진 감각의 어리광이 아닌가. 이성적인 성인으로서 삶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아이를 길들여야 하지, 여기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 **‘아, 오늘은 좀 질리네’** 하고 그냥 먹으면 어차피 바쁘다 보니 곧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간식도 앞서 말한 것과 동일한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설탕과 포화지방만 없다면 종종 다른 선택지도 추가된다. 처음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성인이 과자를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작은 **관찰자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출근을 하기 시작하니 사무실에는 항상 과자가 구비되어 있었고, 실제 사람들이 과자를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전까지 과자는 어린이와 학생들만 먹는 건줄 알았다. 과자뿐 아니라 달달한 음료, 떡볶이, 라면, 튀김 같은 음식은 성인이 되면 대체로 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절대 이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고, 왠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심지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인 남성은 초코 우유 같은 것을 먹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존경하는 리콴유가 마일로를 즐겨 마셨다는 말을 듣고는 생각을 바꿨고, 사회에 나와 수 많은 남성들이 딸기 우유부터 토피넛 라떼까지 **액상당 음료**를 즐겨 마시는 것을 목도하였고, 이 관찰에 근거해 **세계관을 조정했다.** --- 주제로 돌아오자면, 그러면 회식 자리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면 어떻게 하는가? 약속이 있는 날에 먹기 힘든 메뉴가 예상되면, **미리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먹고 간다.** 어차피 타인과의 식사는 음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화와 교류가 핵심**이다. 나는 음식을 미리 통제함으로써 확보한 정신적 에너지와 집중력을 상대에게 100% 몰입하는 데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적극적 경청"의 신봉자다. 이는 사람 만나는 횟수를 대폭 줄인 덕에 개별 만남의 질이 높아져서 가능한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예외가 있다. 예컨대 친구의 할머니가 손수 만든 음식을 내주신다면 설탕이든 콜레스테롤이든 당연히 감사하게 먹을 것이다. “건강”은 사회적으로도 무난한 명분이지만, 나는 요청 받지 않은 쓸데없는 조언을 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다. 사실 건강은 부차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먹으면 건강할 확률이 높아지기야 하겠지만, 시칠리아에는 매일 파스타, 와인, 초콜렛을 먹고 담배를 태우는 정정한 100세 노인도 있을 것이고, 햄버거와 콜라를 잘만 먹고도 장수하는 워렌 버핏도 있다. 인간의 몸은 단순하지 않다. 즉, 나는 남의 식단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내 방식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남에게 권하지 않는다. (나는 사실 가끔 과자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는 것이 더 건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럼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나 자신을 다루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나는 최선의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내면 작업(Inner Work)을 중시하는 편이다. 20년이 넘게 축적된 상처, 감정, 트라우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봉인할 강력한 위력을 찾은 곳이 바로 **통제의 힘**이었다. 이는 내면이 어느 정도 단련되어 강해진 정신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통제하고 있을 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안정되어야만 비로소 자아 실현을 위해 다른 생산적인 일에 몰입할 수 있다. 사실 이 세상에서 통제하기 가장 만만한 대상이 바로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그리고 나의 시간이다. **음식 통제를 통해 얻은 성공 경험은 곧 '나를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더 어려운 내면 통제와 외부 목표 달성에 필요한 강력한 기반이 된다.** 여기서 반문할 수 있다. **‘통제 성향’ 자체가 강박이니,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정공법으로 해결하자면 정신 분석을 받거나 내면 탐구를 통해 강박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서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하나하나 치유하는 것이다. 맞긴 한데, 지금 나는 아주 절묘한 균형점에 도달해서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어쩔 수 없이(?) 돈가스를 먹었다고 하더라도 바로 뱉으러 뛰어가거나, 자책감으로 우울하거나, 돈가스를 제공한 자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준의 병리적 강박의 스펙트럼도 아니다. 인생의 최종 목표가 '건강한 자아로서 자기 실현을 하며 사는 것'이라고 했을 때, 지금의 통제는 결과적으로 내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말이다. 종종 디저트를 안 먹는 것을 보고 “절제력 대단하세요”라는 말을 듣는데, **절제가 아니다.** 절제는 먹고 싶은데 참는 것이고, 안 먹다보면 생각이 안 난다.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것 보다는, 오히려 같은 음식을 몇 년째 먹는 것이 종종 힘들 뿐이다. 일반적으로 치팅 데이가 필요한 이유도 너무 억압했을 때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애초에 억압이 없으면 이 또한 필요 없다. 반대로 드물지만 뭔가가 정말 먹고 싶으면 먹는다. 예를 들어 작년 5월 3일에는 스콘 3개를 먹었다. 9월 어느 날에는 서브웨이 샌드위치 30cm를 먹었고, 발렌타인 때는 벨벳 케이크를 먹었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어릴 때의 나였다면 ‘오늘 망했다’며 굶거나 운동으로 스스로를 벌했을 것이지만, **억압이 터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주체적으로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은 드물게 일탈을 하더라도 자책하지 않고 그저 ‘잘 먹었다’, ‘오늘 재밌었다’ 하고 넘긴다. 다소 시시한 일탈일지라도 말이다. ### 미세한 사회적 텐션 관리의 기술 URL: https://jiwonkwak.co/dont-hurt-feelings/ Last updated: 2026-01-10T00:14:06.000Z 내가 아끼는 동생이 강남 한복판에서 낯선 남성에게 번호를 물어봐 차갑게 거절했다는 무용담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아마도 쿨하고 당당한 여성처럼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잠시 멈춰서, 진정한 멋진 여성이라면 상황을 종결하고 불필요한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할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 남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데에서 오는 이점은 웬만한 손해를 상회한다. 이 문장은 심리학적으로 접근할 때, 단순히 도덕적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3자로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한 발짝 물러서서 이런 상황을 지켜볼 때면, 불필요한 마찰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고 영리한 생존 전략임을 깨닫게 된다. --- ### 자기 인식: 도파민의 미세한 파동을 인지하라 일단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이 내 번호를 물어봤다. 나는 지금 얼마나 들떴는가? 이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소크라테스도 자신을 알라고 하였다. 감정이 얽히다보면 결국 상대의 페이스에 말리기 때문이다. 남의 인정에 동요하지 않으면 정서적 안정감을 유지하며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처신할 수 있다. 도파민이 분비되며 순간적으로 기분이 고양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특히 진화심리학적으로, 이성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에 약간의 쾌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도파민의 파동을 인지하되, 그것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 된다. 문제는 감정의 잔여가 오래 남아 자기 통제력을 흐리게 만들 때다. 평소 자존감을 높이는 행동들을 꾸준히 쌓아두면, 남의 평가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생긴다. 과도하게 ‘싫은’ 반응을 하는 것도 본질적으로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기분이 좋아진 사실이 스스로 의식되어 불편해질 때, 일부러 더 차갑게 구는 방어적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이다. 내면의 긍정적 감정이나 인정 욕구를 부인하기 위해 오히려 정반대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이조차도 “아, 지금 내가 인정 욕구를 부인하는 중이구나”라고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 진심으로 불쾌할 때 반면, 상대가 정말 취향에 정반대이고 본인의 기준에 ‘완전 미달’인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 순간적으로 “내가 우스워 보이나?”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욱하는 감정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모욕을 주는 것이 현명할까? 여기서 우리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잠재적 위험성을 따져봐야 한다. 생판 모르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제로'라는 것은, 그가 분노 조절 장애를 갖고 있는지, 열등감 컴플렉스로 가득한지, 아니면 더 극단적으로 위험한 것–장기 밀매 등–에 연루되었는지 등의 여부도 전혀 모른다는 뜻이다.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불필요한 '돌발 위험(Idiosyncratic Risk)'을 감수하는 행위가 된다. --- ### 긴장 완화를 위한 전략 우리가 결국 이루고자 하는 것은 '최대한 빨리, 상호 기분 좋은 상태로 각자 갈 길을 가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는 이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돌발 상황을 방지하려면, 일단 무조건 긴장의 기류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감사나 칭찬과 같은 '긍정적 쿠션어'는 상대방의 수용 의사를 높이는 기능을 한다. 경계성 인격 장애, 나르시시스트 모두 거절에 격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모두를 이렇게 취급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친절은 인류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인 동시에, 위험을 현저히 낮춰주는 기술이기도 하다. 거의 잃을 것이 없는 접근이다.** "싫은데요?"라는 직설적인 거절 대신, 처음에는 감사의 말을 담아 긴장도를 낮출 수있다. 쿠션어는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긴장을 낮추는 가장 쉬운 기술이다. 그 뒤에는 상대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외부 귀인(External Attribution)'이 가능한 사유를 하나 추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좋으신 분이라 확신하지만, 제가 지금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은 혼자 다닐 일이 없지만, 작년에만 나는 실제 두번 이렇게 말 했다. “좋으신 분”이라는 말이 도저히 안 나오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최소한 거절의 이유를 ‘상대방의 가치 부족’이 아니라, ‘나의 현재 상황(마음의 여유 없음)’에 귀인시켜, 상대의 자존감 손상을 줄일 수 있다. --- ### 긍정 신호의 미끼를 던지지 않는 외줄타기 상대가 넉살 좋게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같은 질문을 던질 때가 가장 곤란한 순간이다. 거짓말을 하기도 싫고, 그렇다고 긍정 신호를 줘서 착각을 유발해도 안 되며, 동시에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지도 않다. 말 그대로 ‘사회적 외줄타기(Social Tightrope Walk)’에 가깝다. 상대가 착각을 해버리면 상호작용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다. 끝까지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되, ‘시간적 제약’이라는 명백한 외부 요인을 근거로 재빨리 자리를 뜨는 것이 최선이다. 이는 대화의 맥락을 급하게 종료시키고, 여운을 남기지 않으며, 상대에게 더 이상 ‘사회적 단서(Social Cues)’를 해석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다. 여운은 해석을 부른다. 해석은 착각을 부른다. 착각은 리스크다. --- ### 무관심으로 상대의 흥미를 소멸시키다 20대 초반, 프랑스의 리옹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중년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끈질기게 쫓아왔다.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내가 멈추자 그도 멈춰섰다. 배가 볼록 나왔고, 뾰족한 요정 구두를 신고 있던 그는 마침내 나를 붙잡고 난데없이 청혼을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집도 있고 돈도 많다고 했다. 다들 바캉스를 떠나 여름 리옹의 거리는 한산하다. 이에 위기감과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나는 철저한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공포의 에너지를 읽을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단 한 치의 '역겨움'이나 '불쾌함'의 감정도 전달하지 않았다. 일부러 생각 자체를 깊게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눈만 더럽게 높네?*와 같은 생각에 빠지게 되면 불쾌함이 얼굴에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절함의 가면을 쓴 채 시종일관 미지근한 태도로 시간을 끌었다. 이것이 심리학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인간의 '추구 행동(Pursuit Behavior)'은 상대의 반응, 즉 '강화물(Reinforcer)'에 의해 유지된다.** 상대방이 거부하면 '정복욕'이 자극되어 추구가 강화되고, 상대방이 호응하면 '긍정적 만족감'이 충족되어 추구가 지속된다. 하지만 나의 전략은 둘 다 아니었다. 거부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흥미를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상황에 대한 ‘지루한 중립’을 유지하며 몇 시간을 끌었다. 일종의 '소거(Extinction)' 과정이다. 흥미를 잃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상대의 노력이 아무런 감정적 보상도 가져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그 남성은 지쳤다. 그가 내게 던진 마지막 말은 "Tu es difficile (너 정말 까다롭구나)."였다.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내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태워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쾌함이 아닌 '지루한 까다로움'으로 인식되자, 그의 추구 동기는 소멸되었고, 그는 폭발이나 원한 없이 스스로 흥미를 잃고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최소한의 감정적 손실로 상황을 종결한 것이다. --- 결론적으로,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건 고매한 인품의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세상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마찰과 잠재적 위험을 줄이는, 가장 비용 대비 효율 좋은 전략에 가깝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냉정한 전략이 결국 서로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온건한 방식이 되기도 한다. ### 허언증 URL: https://jiwonkwak.co/pathologic-lying/ Last updated: 2026-01-10T00:14:57.000Z 요즘 범죄 다큐멘터리를 집중 시청하고 있다. 단순히 자극을 좇는 게 아니라, 이론으로 배운 인간 심리를 실제 사례에 대입해보기 위해서다.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를 거치며 깨달은 한 가지는, 욕망은 늘 단순하고, 인간은 그걸 포장하느라 복잡해진다는 것. 그 본질은 언제나 '결핍된 욕망'이다. 사이비 교주는 권력을 위해 세뇌하고, 치정 살인범은 욕망을 위해 가족을 제거한다. (물론 개중에는 아무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이는 등 완전히 고장난 인간들도 있다.) 이 수많은 범죄자들 사이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발견되는 공통된 존재가 있다. 바로 공상 허언증(Pseudologia Fantastica). 거짓말이 인격의 뼈대를 대신하는 사람들이다. 허언증 자체는 보다 보면 진부하다. 정말 숨 막히는 건 그 주변 사람들이다. “설마”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는데…”로 끝나는 **매몰비용 오류**에 스스로를 밀어 넣고, 거짓말에 끌려다니다가 어느 순간 “무엇이 진짜였는지” 감각 자체를 잃는다. 이미 쏟아부은 감정과 자원이 아까워, 허언증 환자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답답해진다. 그러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허언증 지인, 초등학교 동창, 혜수. ### **떡잎부터 다르다** 혜수는 사실 지금 혜수가 아니다. 2021년, 그녀는 돌연 개명 소식을 전해왔다. 물론 나는 그 사실을 믿지 않지만, 그녀의 주장에 예의를 갖추는 차원에서 안심하고 그녀의 구명(舊名)을 사용하겠다.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혜수는 처음 만난 사람과 금세 친해지는 재능이 있었다. 문제는 관계 유지력이 하루살이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돈을 빌리면 안 갚고, 금방 탄로날 거짓말은 숨 쉬듯 하고, 약속은 예고 없이 증발했다. 평판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몇 년간 그녀를 곁에 허용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애초에 혜수가 하는 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그래서 나에게 영향력 행사를 못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의 발언 신뢰도를 1.0으로 둔다면, 혜수에게는 0.2 정도를 적용했다. 물론 혜수의 말에 진실이 섞여 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거짓말을 빚는 재료’ 역할을 하느라 곧 힘을 잃었다. 그렇다고 내가 혜수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혐오도 아니고, 우정도 아니고… 그냥 적당한 측은함과 적당한 거리감이 공존하는 관계. 오는 길은 열어두되, 가는 길은 잡지 않는 방식. 다만 돈을 빌려 달라하면 거절했다. 내가 먹을 것은 자주 줬던 것 같은데, 절대 금전 거래를 하지 않고, 딱히 정서적 깊이를 기대하지 않으니 감정 소모가 거의 없는 관계였다. 나의 유년기 시절 인간관계란 대체로 그랬다. 기준도 없고, 분별력도 약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방치하며 흘러갔다. ### **사건 1: 인서울 대학과 나르시시즘적 격노** 고등학교 진학 후 자연스레 소거되었던 혜수가 다시 등장한 건 입시가 끝난 직후였다. *"나 성신여대 붙었어!"* 혜수의 지적 능력과 학업 성취도를 수년간 관찰해온 나로서는, 그녀가 3개월 넘게 알바를 했다고만 했어도 장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성신여대라니. 감동적이었다. 솔직히 말해 잠시 믿었다. 입시라는 거대한 생애 과업 앞에서 거짓말을 할 리 없다는, 나의 안일한 휴리스틱 탓이었다. ## Sign up for Jiwon's Writings 에세이, 인사이트, 배움의 기록 Subscribe Email sent! Check your inbox to complete your signup. No spam. Unsubscribe anytime. 하지만 얼마 뒤, 다른 동창을 통해 들려온 진실은 역시나였다. 혜수는 대학 문턱도 밟지 못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툭' 하고 끊어졌다. 가짜 합격 소식에 진심으로 기뻐했던 나의 정서적 연대가 기만당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들었다. 나는 혜수가 합격했다던 대학의 OT 일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미끼를 던졌다. "OT 어땠어? 무슨 가수 왔다던데." 예상대로 혜수의 진술은 허점 투성이었다. 아직 아마추어였던 혜수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을 세부 항목을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김이 빠졌다. 더 이상의 탐색전이 무의미했다. *"혜수야, 네가 거짓말한 거 알아. 근데, 지금이라도 인정하면 이해해줄게."* 이때 혜수가 보인 반응은 교과서적인 '나르시시즘적 격노(Narcissistic Rage)'였다. 자신의 허상이 공격받자, 즉각적으로 방어기제를 작동시킨 것이다. *"합격증 보여줄까? 그 대신 우리 관계는 끝이야."* 증거를 요구하자 그녀는 "너한테 실망이다"라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멘트를 남기고 잠적했다. 자신의 수치심을 타인에게 투사하여 상황을 회피하는, 아주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 **사건 2: 자아(Ego)를 지키기 위한 서사화** 그렇게 내 인생의 타임라인에서 사라졌던 혜수가 몇 년 후 다시 등장했다. 내 통역사 프로필을 보고 통역 의뢰를 가장해 접근한 것이다. 당연히 통역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버전의 혜수는 꽤 정교하게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코스메틱 회사 재직 중이고, 개명을 했고, 웰시코기를 키우고 있으며, 자취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영상 통화로 오피스텔을 보여주고 강아지 사진도 보냈다. 자신의 과거가 '리셋' 되었음을 어필한 것이지만, 나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 *"거짓말하는 건 좀 나아졌니?"* 나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이번엔 격노 대신 새로운 방어 기제가 등장했다. *"나 상담받고 있어."* 이는 성인 허언증 환자들에게서 종종 관찰되는 특징이다. 자신의 기만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불안정한 자아를 지탱하기 위해 '상담'이라는 행위조차 자신의 서사를 강화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즉,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조차 거짓말을 정당화하는 알리바이가 된다. 비극적이었다. 나는 아마 평생 진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혜수가 정말 취업을 했을 수도 있고, 웰시코기를 키우고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갱생이라는 개념을 믿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의 상호 주관성(intersubjectivity)은 이미 완전히 파괴되었고, 그 상태에서 언어는 기능을 잃었다. 그녀의 변화가 사실인지 아닌지 판별할 방법이 없다. 직접 현장 검증을 할 사안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 검증할 의지도 없었다. 그 지점에서 대화는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했다. ### **마지막 통화: 현실 검증의 실패** 가장 최근의 접촉은 2년 전이었다. 전화를 받고 불편함이 먼저 스쳤고, 혜수는 그 기류를 읽은 듯했다. 그리고 즉시 전략을 바꿨다. 동정심 유발. 사람은 ‘도움 요청’ 앞에서 방어가 약해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나 사실 통번역 대학원 준비하려고… 조언 좀 해줄 수 있어?” 현실적으로 통역은커녕 국어 받아쓰기조차 버거운 친구인데, 아직 제정신이 아님을 확신시켜주는 대목이었다. 나는 헛된 희망을 주입하거나 유머로 대응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거긴 아무나 갈 수 있는 데가 아니야. 상담 더 받아."*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 **결론: 악의 없는 병리, 그리고 거리두기** 혜수의 거짓말에는 악의가 없었다. 도벽 환자가 물건이 필요해서 훔치는 게 아니라 충동 조절에 실패하는 것처럼, 그녀의 거짓말 또한 신경학적 결함에 가까운 장애다. 앙상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가상의 세계를 축조해야만 했던 것일까? 정말 모르겠다. 거짓말로 점철된 관계이다보니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그녀의 실체인지를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해와 허용은 별개의 문제다. 병적 허언증은 예후가 좋지 않다. 타인의 에너지를 숙주 삼아 기생하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최선의 전략은 미움도, 연민도 없이 '완전한 거리두기'다. ### 파워 부스터: 테스토스테론? URL: https://jiwonkwak.co/testosterone/ Last updated: 2025-11-09T03:43:25.000Z 최근 The New York Times에서 흥미로운 [기사](https://www.nytimes.com/2025/10/22/magazine/testosterone-women-health-sex-libido-menopause.html?ref=jiwonkwak.co)를 읽었다. 기존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위주로 이루어지던 폐경기 호르몬 대체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에서 **테스토스테론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여성들에게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한다는 얘기다. 대학생 때 이탈리아인 리코가 자신의 시칠리아의 고향집은 바닥재가 돌이라 춥다고 설명하던 중, “추워죽겠는데 엄마가 덥다고 자꾸 창문을 연다”라고 덧붙인게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아들만 있는 여성이라면 폐경기가 도래했을 때 공감과 돌봄을 받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코의 어머니가 더위를 호소한 것은 폐경이행기 증상이다. 폐경기에 근접할 수록 난소에서 생성하는 에스트로겐이 점점 감소하다가 결국 급감한다. 에스트로겐은 성호르몬이지만, 시상하부에서 체온 조절에도 관여하고 관절 연골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부족해지면 열감(hot flashes)과 골다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성욕 감소, 기분 변화도 수반된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11/data-src-image-09773831-9dc1-45cd-a495-d268d1f0e2bb.png) 출처: Access Medical Labs 이러한 폐경기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HRT(Hormone Replacement Therapy, 호르몬 대체 요법)가 사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에스트로겐만 단독으로 투여할 경우 자궁내막이 두꺼워져서 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자궁내막 성장을 억제해주는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사용한다. 그런데 여자도 테스토스테론이 있고, 남자도 에스트로겐이 있다. 청소년기엔 남녀 호르몬 구성에 큰 차이가 없다가, 2차성징을 겪으면서 남성은 여성의 30배가 넘는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여성의 10배-20배의 테스토스테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남자의 호르몬 변화는 점진적이어서, 여성의 폐경 증상과 같은 불편함이 덜한 편이다. 아래는 여성 및 남성의 시기별 에스트로겐 수치 변화 테이블(Mayo Clinic의 [자료](https://www.mayocliniclabs.com/test-catalog/overview/81816?ref=jiwonkwak.co#Clinical-and-Interpretive)), 연령대별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변화를 보여주는 차트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11/data-src-image-f163fe91-dc63-4d73-82b9-ee18854deded.png)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11/data-src-image-fda78b5e-9c3d-4447-be57-793922e7f435.png)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11/image.png) 남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에스트로겐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한때 큰소리치며 살았으나 전세가 역전되어 매일 구박받는 할아버지, 혹은 눈물이 많아진 중년의 아버지 같은 원형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는 것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현상이다. _This post is for subscribers only._ ### 가래 기침 URL: https://jiwonkwak.co/phlegm/ Last updated: 2025-11-03T08:21:04.000Z 최근에 겪은 한 가지 특이한 자기 성찰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것을 촉발한 것은 다름 아닌, 누군가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래 끓는 기침 소리였다. 먼저 밝혀두자면, 가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생리적 현상이며, 그가 목청을 가다듬는 행위 자체에는 어떤 도덕적 문제도 없다. 나 역시 그것을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온 신경이 곤두섰고, 관자놀이를 타고 아드레날린이 격렬히 솟구쳤다. 그 생체 반응은 거의 ‘캬악’ 하는 소리의 리듬과 완전히 동기화되어, 이성의 개입을 허락하기 전에 이미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출시켰다. 이 반응에는 언어적 요인도 개입되어 있었다. 내가 아는 언어 중 ‘가래가 끓는다’는 표현은 유독 한국어에만 존재한다. 이 말은 혐오스럽도록 감각적이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정확하다. 그 탁월한 묘사력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캬악’이라는 소리와 ‘가래가 끓는다’는 이미지가 즉각적으로 연결되었다. 그 조합은 평정심을 회복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 Jiwon Kwak 번역, 테크라이팅, 에세이 Subscribe Email sent! Check your inbox to complete your signup. No spam. Unsubscribe anytime. 더욱 절묘했던 것은 소리가 들려오는 **간격**이었다. ‘캬악’ 하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열이 오르면,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진정하려 애쓴다. 그리고 막 마음이 가라앉을 즈음, 다시 들려오는 같은 소리. 마치 밀물과 썰물처럼,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내 신경을 건드렸다. 그 자연스러운 불규칙성은 오히려 인간의 인내심을 시험하기에 최적의 리듬이었다. 반복되는 소리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서서히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덧씌워갔다. 그렇다면 문제는 단순한 **소음**일까? 나는 평소 소음에 예민한 편이 아니다. 층간소음 때문에 칼부림이 났다는 뉴스를 볼 때면, 솔직히 그 심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큰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나는 소음 때문에 일상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예컨대 마른기침 소리는 금세 잊어버린다. 그렇다면 원인은 **가래의 소리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성을 동원해도 도무지 설명되지 않던 반응은, 진화생물학적으로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가래 소리가 상징하는 것은 신체 내부의 점액질, 즉 질병과 연약함의 징후다. 생존 경쟁의 관점에서 본다면, 병약함은 회피해야 할 신호다. 인간은 그 신호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일견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나의 불쾌감은 **진화적 기억의 잔재**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자문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예민한 인간이었던가?”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일까? 나는 스스로를 특별히 ‘착한 사람’이라 부르진 않지만, 적어도 고통받는 사람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능력은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저 사람은 원해서 가래가 끓는 것이 아니고, 몸이 좋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해와 연민이 개입하기도 전에, 뇌의 한 부분이 나를 제치고 먼저 반응해버린 것이다. 답을 얻지 못한 채 퇴근했지만, 이후 나는 자주 생각한다. 인간의 ‘착함’이란 결국 **이성의 결과**인지, 아니면 **본능에 저항하려는 노력의 총합**인지. 그 질문은 여전히 나를 조금 더 겸손한 인간으로 만들어놓았다. ### 생체 나이 URL: https://jiwonkwak.co/whoop/ Last updated: 2025-10-23T00:38:28.000Z 일주일에 한 번, 웨어러블 Whoop이 나의 생체 나이를 갱신해준다. 한 주간의 운동량, VO₂max, 수면 점수 등을 종합해 “당신은 지금 몇 살의 신체를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판정을 내려주는 것이다. 제 아무리 정교한 공식이라 해도 인간 신체의 복잡성을 완전히 반영할 수는 없다. 그러니 수치 하나하나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추세를 관찰하는 용도로 봐야 한다. 머리로는 이렇게 잘 안다. 하지만 막상 그 숫자가 내 일상의 좌표가 되기 시작하면, 인간인 내가 기계의 인정을 구하는 묘한 전도 현상이 일어난다. ‘좋아요’ 대신 ‘낮은 생체 나이’를 받기 위해 분투하는 30대가 된 것이다. 나의 성실함 덕분에 생체 나이는 매주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고, 가장 최근에는 24.1세까지 내려갔다. 현실의 나이보다 10살 가까이 젊은 것이다. (과연 몇 살까지 내려가는 걸까?) 숫자상으론 자랑스러워야 할 일인데, 이상하게도 “24”라는 숫자가 나를 조롱하는 기분이라 달갑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생체 나이를 낮추기 위해 지속해서 Whoop의 장단에 맞추었고, 점점 나는 주체성을 잃어갔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10/Screenshot-2025-10-23-at-9.26.04---AM-1-1.png) Whoop의 생체 나이와 실제 피로는 명확한 반비례 관계에 있다. 수치적 젊음을 얻는 대가로, 실제의 인간은 웨어러블에게 자유가 위탁되는 과정에서 점점 생기를 잃게된다. 매일 주어지는 ‘권장 Strain’은 칭찬 결핍형 현대인의 비뚤어진 성취욕을 교묘히 자극한다. 러닝을 마친 지친 상태에서도 부족한 강도를 채우기 위해 추가 운동을 하고, “잘 했다”는 AI 코치의 칭찬을 듣기 위해 매일매일 신체 활동을 했다. 목표 걸음 수를 맞추기 위해 새벽 5시 반에 산책을 했고, 산책을 하면서도 심박수를 높이기 위해 폴짝거려야 했다. 이런 상태는 일종의 몹쓸 강박이다. 긍적적으로 활용된다면 무언가를 완수할 끈기가 될 수도 있지만, 다스리지 못한다면 신경증으로 번진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의도적으로 기기를 며칠 씩 무시하면서 주체성을 회복하는 시기를 갖기로 결정했다. 강박이나 완벽주의를 지닌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모 아니면 도. All or Nothing.** 사실 인간의 지속 가능성과는 가장 먼 태도다. 운동을 하루 빼먹는다고 해서 근육이 녹는 것이 아니고, 다이어리 한 장 글씨를 못 썼다고 해서 인생의 계획이 망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완벽주의자는 늘 작은 실패를 전체의 붕괴로 해석한다. 이 얼마나 **비생산적인 비극**인가. 같은 시기에 Whoop을 착용하기 시작한 로날드를 보면 배울 점이 많다. (모순적이게도 이것은 사실 내가 사준 생일선물이었다) 목표 활동량에 신경쓰지 않고, 심지어는 하루쯤 착용하지 않은 채 외출하기도 하며, 수면 점수가 낮게 나와도 심박변이도나 산소포화도 등의 세부 메트릭에 관심이 없다. Whoop의 체계에 큰 가치를 두지 않다 보니, 매트릭스 속에서 충실한 하수인이었던 나보다 생체 나이가 네 살이다 높다. 그런데 현실에서 등산 후 쓰러져 누워 있는 쪽은 항상 나다. 생체 나이가 더 젊은 나는 실제로는 더 피로한 인간이다. 그 공허함에 있어서는 아바타의 디지털 나이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은 불안이 나의 기본값이라면, 로날드는 정반대의 느긋함을 지녔다. 대한민국식 성취 서사에서는 감히 누릴 수 없는 종류의 여유다. 덕분에 나도 이제는 조금씩 균형을 배우고 있다. ### 고통의 표현 URL: https://jiwonkwak.co/pain/ Last updated: 2025-10-16T02:43:58.000Z 며칠 전 회사에서 갑자기 아랫배에 통증이 왔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통증의 강도가 점점 미주신경을 자극할 정도로 커졌다. 어지러움이 동반되고 순간적으로 *실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회사 내에서 실신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즉시 대처가 필요했다. 우선 신속하게 가능한 원인들을 하나씩 제하고 나니, 급성 장염이 잠깐 의심되었지만 전형적인 장염 증상은 아니었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 결국 점심시간에 사무실 건물 안에 있는 오래된 내과를 찾았다. 작년 4월 이미 한번 실신 후 수액을 맞은 적이 있는 곳. 선생님이 상당히 고령이시다. 이번에는 진료실 벽 한쪽에 전 대통령 주치의 출신임을 보여주는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의사라고 하여 초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유의미한 포인트들을 인지하고, 그것들을 명확하게 연결시켜 진단 및 해결 방안 제시를 위해 오랜 학문적, 임상적 훈련을 받으신 분들이다. 환자로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가능한 한 세밀하고 객관적으로 증상을 기술하는 일이다. 특히 ‘배가 아프다’는 표현은 진단적 가치가 매우 낮기 때문에, 통증의 위치·양상·주기·완화 요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선생님은 귀가 잘 안 들리시는 듯 했지만, 그의 임상 경험은 믿었다. 검사까지 할 사안은 아니었던 것 같고, 결국 그의 경험에 대한 신뢰 하에 진경제만 받았다. 다행히 통증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통증이 장의 연동운동(*peristaltic contraction*)과 유사한 주기로 반복되었고, 열 자극(핫팩)에 의해 일시적으로 완화된 점으로 미루어 감염보다는 근육성 경련의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원인 불명의 비감염성 장 근육 뒤틀림’ 정도로 결론을 내렸다. 이런 급성 통증이 있을 때, 특히 미주신경성 실신 경험이 있는 사람은 순간적으로 기절하기도 한다. 게다가 나는 원래 혈압도 낮아서 실신 위험군이다. 오늘은 다행히 피할 수 있었지만, 생각보다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 경험담을 찾아봤다. 세상은 넓고, 온갖 험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 내가 무엇을 경험하든 70억 인구 모집단 내에서는 일반적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은 겸손함을 주기도 하고, 약간의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관련 글을 읽다 보니 문득 생각이 스쳤다. *통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가?* 통증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감각이기 때문에, 언어적 표현의 정확성은 상호 이해에 의존한다. 내가 보는 빨간색이 상대방이 보는 빨간색과 같을 것임을 기정 사실화하고 받아들이고 살고 있지만, 어쨌든 가능한 생생하게 수식어를 잘 사용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통증의 언어적 표현 Mild < Moderate < Severe < Intense < Excruciating ‘살살 아프다’라는 표현은 영어로 *mild pain*에 가장 근접하지만, “배가 살살 아프다”와 “I have mild pain in my abdomen”은 어감상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어의 ‘살살’에는 통증의 강도뿐 아니라 감각의 질이나 주기가 내포되어 있으나, 영어에서는 이러한 뉘앙스를 별도의 수식어로 분리해 기술해야 한다. 따라서 *“I have mild pain in the upper left abdomen that comes and goes, with a slight throbbing sensation.”*처럼 통증의 **강도, 위치, 주기, 감각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병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만약 통증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면, “It’s annoying but manageable.”, 일상 업무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면 “It interrupts my daily tasks”과 같이 주관적 체감 수준을 덧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복부 통증은 일반적으로 부위에 따라 **상복부(upper abdomen, epigastric region)**, **중복부(middle abdomen, umbilical region)**, **하복부(lower abdomen, hypogastric region)**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위치를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을 때는 좌우 구분을 함께 사용한다. 예를 들어 “upper right abdomen” 또는 “mid-left abdomen”처럼 결합 표현이 가능하며, 진료 시 통증을 국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통증의 **주기** 역시 중요한 기술 요소다. 통증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constant* 또는 *persistent*,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면 *intermittent*, 예기치 않게 날카롭게 발생한다면 *sudden* 또는 *sharp*으로 표현한다. 만성적이면 *chronic*이다. 이러한 기술은 통증의 병태생리적 원인을 추정하는 데 유용한 단서가 된다. 위장 부위의 통증 중 속쓰림은 *burning sensation*으로 묘사하며, 위산 역류로 통증이 흉부까지 확장되는 경우에는 *heartburn*이라 부른다. 이때 필요한 제산제(예: 개비스콘)는 영어로 *antacid*라고 한다. 상대적 비교나 경험 기반의 척도를 사용하는 것도 직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On a pain scale of 1 to 10, with 10 being burned alive, it’s about a 6 or 7.”*, *“If giving birth was 9, this is an 8”*과 같이 과거의 경험이나 비유적 비교를 통해 통증 강도를 수치화하면 의사소통의 명료성이 높아진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10/data-src-image-75ae506f-1f7d-4fe8-8f29-33e078087e3c-1.png) 요로 결석 경험자의 생생한 통증 묘사 "타바스코 소스가 범벅된 녹슨 자전거 체인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듯했다" ### 통증의 비언어적 표현 학창시절 체해서 조퇴를 하러 교무실에 간 적이 있었다. 민간 요법으로 사이다를 마시느라 한 손에 들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사이다와 나의 침착한 표정을 번갈아 보시며 “아픈데 웬 사이다야? 하나도 안 아파 보이는데”라며 반려하셨다. 아마도 내가 입술에 컨실러를 바르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면 조퇴는 바로 승인되었을 것이다. 반면 급성 고양이 알레르기로 얼굴이 퉁퉁 부은 날이 있었다. 얼굴 전체가 부풀어 올라 시야가 좁아질 정도의 붓기였지만, 통증이나 불편감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얼굴을 보자마자 즉시 귀가를 지시했다. 이처럼 인간은 통증이나 이상 상태를 판단할 때 시각적 단서에 강하게 의존한다. 이러한 경향은 진화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사회적 포유류는 집단 내 생존과 상호 보호를 위해 타인의 신체적 이상을 신속히 감지해야 했다. 얼굴의 창백함, 움직임의 둔화, 신음, 떨림 등은 생리적 위기의 신호로 기능했다. 이를 인지한 주변 개체는 감염 회피나 돌봄 행동으로 반응했으며, 이러한 시각·청각 기반의 위험 탐지 체계는 이후 공감 반응과 사회적 결속 행동의 신경적 토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화된 반응은 현대 사회에서는 오판을 유발하기도 한다. 외관상 멀쩡하면 통증이 과소평가되고, 반대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으면 실제보다 심각하게 인식된다. 즉, 인간의 뇌는 여전히 시각적 단서 중심의 평가 전략을 따르지만, 이는 합리적 판단을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면 상황에서 통증을 전달할 때는 언어적 기술뿐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을 적절히 사용하여 직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입술이 파래지거나 얼굴의 혈색이 사라지는 등 비의지적 생리 신호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 징후가 없는 통증의 경우(예: 신경통, 내장통 등)에는 의도적으로 표정, 제스처, 자세 에 의존해 설명력을 높여야 한다. 상대가 단순할 수록 비언어적 표현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 통증을 언어로 기술한다는 것은 감각을 객관화하는 과정으로,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결국 ‘정확히 느끼고 정확히 말하는 것’에 있다. ### 이름이 주는 안도감과 위험 URL: https://jiwonkwak.co/labeling/ Last updated: 2026-01-01T11:41:34.000Z 3주 전, 이상한 자세로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목이 돌아가지 않았다. 이런 일이 처음이었고, 목이 조금 불편할 뿐인데 삶의 질이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몰랐다. 소중한 주말을 통증에 빼앗기기 싫어, 일요일 문을 여는 동네 통증의원으로 향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디스크인가요?” “담이 걸린 거예요.” 의사는 단호했다. 물리치료를 받고 나니 통증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그때 새삼 체감했다. 이름이 붙는 순간 인간은 안도한다는 사실을. 이 통증의 원인이 백만분의 일 확률의 희귀 질환일 수도 있고, 내 이름이 붙을 미지의 바이러스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정체 모를 통증에 ‘담’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은 통제 가능한 현상이 된다. 이름을 통해 불확실성의 소거라는 인간 인지의 가장 원초적 메커니즘이 작동하여 안도감을 준 것이다. 현대 인지과학은 우리가 세계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며, 예측 오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감정과 행동을 조율한다고 본다. 이름은 이때 예측의 좌표계가 된다. 명명은 대상의 경계, 원인, 처치 가능성까지 한꺼번에 묶어 행동의 프로토콜을 열어준다. 통증이 “정체 모름”에서 “담”으로 이동하는 순간, 공포는 관리 가능한 과제가 되고, 무력감은 구체적 조치로 대체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계를 분류하고 명명하려는 존재다. 이름은 혼돈을 질서로 바꾸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세련된 장치다. ‘쟤는 내향형이야.’ ‘그건 번아웃이야.’ ‘저건 나르시시즘이야.’ 우리는 언어를 통해 세계를 구조화하고, 그 구조 속에서 자신을 이해한다. 이름이 없는 것은 두렵다. 이름이 붙는 것은 안심을 준다 된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을 수반한다. --- 이 지점에서 질문이 생긴다. 사물에 본질이 있어 이름이 따라가는가, 아니면 이름이 질서를 만들며 그에 맞게 사물이 보이는가. 어찌 됐든 이름은 행위의 양식을 규정한다. 한 번 이름을 붙이면, 우리는 그 이름이 허용하는 방식으로만 보게 되고, 말하게 되고, 처치하게 된다. 정체성을 낳고, 사회적 역할 기대까지 호출한다. 이는 이름을 붙이는 것의 실천적 결과다. 요즘 시대에는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대명사, 새로운 심리학 용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고 사용된다. 이름은 추상적 대상에 존재감을 비추어 주지만, 동시에 한정시킬 수도 있다. 영어에는 *pigeonholing*, *labeling*이라는 말이 있다. 이름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창이면서, 그를 가두는 틀로 변하기 쉽다. 이름의 과잉은 유용성의 증가와 자기-구금의 심화를 동시에 낳는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10/image.png) pigeonhole 이름은 연대의 깃발이 되기도 하지만, 그 깃발 아래서 복잡성은 압축되고 차이는 경계선 밖으로 밀려난다. 분류표가 정교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이 이해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더 정밀하게 통제하고 배제한다. --- 한 번은 우연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근친상간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GSA(Genetic Sexual Attraction)’, 즉 “유전적 성적 끌림”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가족 구성원 사이에 재회 후 생길 수 있는 강한 끌림 현상을 뜻하는 이름이라고 했다. 아무 말이나 만들어내면 다 과학인 줄 아는 걸까. 같은 헛소리라면, 내가 강아지 주둥이가 치명적으로 귀여운 이유를 분석해 ‘GRMA(Golden Rule of Muzzle Attraction)’이라는 수학 공식을 발표하는 편이 인류에 더 이로울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GSA라는 단어는 방패였다. 그 단어를 채택한 순간, 근친상간은 ‘선택’이 아니라 ‘질환’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름을 붙임으로써 초점은 금기에서 병리로 옮겨가고, 윤리의 문제는 생물학의 문제로 치환된다. 이름은 윤리의 구조마저 재편하고, 언제나 도덕적 위험을 동반한다. 이 사례에서 드러나는 것은 **의학화(medicalization)의 역설**이다. 어떤 행위가 이름을 얻고 전문 어휘로 포섭되는 순간, 책임의 지형은 도덕에서 생물로 이동하고, 논의의 무대는 윤리에서 처치로 바뀐다. 명명은 설명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면책의 프레임이 된다. 그들은 단지 정당화의 수단이 필요할 뿐, “치료”를 원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오롯이 숨기 위한 방패로 삼기 위해 이름을 붙인 것이다. ---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우리는 언어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름은 사고의 경계선을 그어버린다. 이름이 늘어나면 인식의 폭이 넓어지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반대일 때가 많다. 이름은 해석을 고정시키고, 고정된 해석은 상상력을 제한한다. 여기에 **물화(reification)** 의 위험이 겹친다. 임시로 붙인 표지가 시간이 지나며 사물의 본질처럼 굳어지는 것이다. 명명은 원래 잠정적 가설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가설을 정체성으로, 레이블을 운명으로 오해한다 사유는 닫히고, 다르게 보는 능력이 급격히 쇠약해진다. ‘담’이라는 진단이 나를 안심시켰지만, 반면 “ISTJ”라는 레이블은 동시에 한계가 될 수도 있다. 언어는 항상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며, 오히려 현실을 앞질러 틀을 제안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 틀이 혐오를 정상화하고, 때로는 폭력을 감춘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을 사용할 때 늘 두 가지 질문을 함께 붙여야 한다. 첫째, 이 이름이 무엇을 보이게 하는가. 둘째, 이 이름이 무엇을 가리게 하는가. 이름은 세계를 단순하게 만들지만, 인간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름을 통해 질서를 얻되, 그 질서가 인간의 복잡성을 가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념은 우리를 어둠에서 데려 나오지만, 집이 감옥이 되지 않도록 창문을 내야 한다. ### 카산드라, 한의 정서와 페미니즘 URL: https://jiwonkwak.co/cassandra/ Last updated: 2025-09-28T12:10:24.000Z *\*스포일러 주의* 넷플릭스의 독일 시리즈 *카산드라*를 하루 만에 몰아봤다. 처음에 공포물인줄 모르고 봤지만, 한번 시작하고는 멈출 수가 없었다.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고, 끝나고 나서는 회복하기 위해 독일어로 주기도문을 외우며 햇볕을 쬐러 나가야 할 만큼 타격이 컸다. 하지만 분명 몰입력이 강한 작품이었다. IoT 스마트홈에 대한 원대한 계획이 있는 로날드에게, '그 꿈은 이제 접으라' 했다. 어느 정도 회복하고 감정적 거리를 두고 나서 떠오른 건, 이 이야기가 결국 한 여성, 한 어머니의 비극이라는 점이었다. 카산드라라는 캐릭터는 억눌린 감정은, 곧 한국에서 말하는 ‘한’의 전형으로 읽혔다. 귀신이 아니라 스마트 로봇이 되어 더 공포스러웠을 뿐.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image-10.png) 인간 시절의 카산드라 카산드라는 1970년대 서독 여성으로, 막 페미니즘이 고개를 들던 시대에 살았다. 학창시절 공부도 잘했지만, 남편의 뒷바라지와 아들 양육을 도맡으며 “가족이 삶의 낙”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게다가 절친과 외도를 하는 남편, 살인을 하고 온 머저리 아들의 뒷수습까지 겹쳐 맨정신으로 사는 것이 불가능해질 시점, 남편이 임신한 그녀에게 아기 성별을 보겠다며 방사선 기기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형아를 낳고, 결국 카산드라 본인도 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자 이성의 끈이 끊어진다. 분노의 광기에 사로잡힌 그녀는 기술 회사 대표인 남편에게 요구하여 귀신이 아니라 로봇으로 되살아난다. 뇌에 바늘을 꽂아 의식을 추출한 뒤 기계에 심는다는 설정은 황당하지만, 억눌린 여성의 분노가 ‘기술적 공포’라는 새로운 매개체로 귀환한 것이다. 집안의 모든 전자기기를 장악하며 반복해서 외친 “나는 가족을 지킨다”라는 말은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내면화시킨 자기희생의 언어였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Screenshot-2025-09-28-at-9.06.00---PM.png)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image-9.png) 의식을 추출당하고 로봇으로 환생한 카산드라 카산드라는 내내 가족에 집착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절대 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하지만 동시에 딸의 친구를 오븐에 가두는 잔혹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모성애가 보호와 파괴라는 양극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집착은 자기희생적 모성 신화의 뒤틀린 결과였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data-src-image-a8624958-3b12-4543-a008-a090b9aa2924.png)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image-11.png) 손을 칼, 가위와 빵 커터로 자유자재로 갈아 끼우는 카산드라. 이것을 안 시점부터 누군가 카산드라의 심기를 건드릴 때마다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 흥미로운 건, 40년 뒤 이 집에 들어온 새로운 엄마 사미라다. 카산드라는 다른 가족 구성원은 건드리지 않고, 오직 사미라만을 괴롭힌다. 사미라의 쓸모 없는 남편은 그녀를 믿어주지 않고, 결국 카산드라의 이간질 끝에 사미라는 정신병원에 갇힌다. 카산드라의 ‘한’이 단절되지 않고, 또 다른 여성에게 대물림되는 장면처럼 읽힌다. 결말에서 카산드라는 남편이 집을 나가면서 방치되어 사망한 기형아 딸에게 사과하며 한이 풀린다. 원래 아름다웠던 모습으로 아이와 함께 빛 속으로 사라진다. 억울하게 죽고, 원혼이 되어 떠돌다가, 결국 사랑의 힘으로 승천한다는 이 전개는 한국의 전통 귀신 서사와 너무도 닮았다. 그런데 애초에 카산드라가 충만한 삶을 살고 있었더라면? 70년대라지만 그런 삶을 지지할 남편을 만나 자기실현을 했다면? 그녀는 한이 맺힌 스마트홈 로봇으로 환생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여성이 자기 삶을 빼앗길 때 어떤 비극이 재현되는가를 보여주는 페미니즘적 알레고리가 아니었을까. 귀신에서 로봇으로, 굿판에서 스마트홈으로 무대만 바뀌었을 뿐, 억눌린 여성의 한이라는 본질은 한국의 귀신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한’은 특정 문화에 국한되지 않고, 시대와 공간을 넘어 되풀이되는 보편적 감정임을 보여준다. ### 비속어 제대로 쓰기: F**K URL: https://jiwonkwak.co/the-word-fuck/ Last updated: 2025-09-26T01:09:40.000Z **“Fuck”은 다재다능한 단어다.** 동사, 명사, 형용사, 부사, 감탄사까지 다 된다. 심지어 단어 한가운데 끼워 넣는 *infix* 용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인 영어 학습자가 *fuck*을 맥락 없이 남발하거나, 어색하게 붙여 쓰는 경우를 보면 상당히 불편하게 들린다.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상황·감정·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fuck의 다양한 용례**를 형태별로 살펴본다. 핵심은 하나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만.** 그리고 당연히 공식 석상에서는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 **1\. 동사 (Verb)** ### **a) 망치다 / 엉망으로 만들다** - *“I fucked up.”* (망했다, 큰 실수했다) - *“The printer is fucked.”* (프린터 망가졌다) - *“Don’t fuck it up.”* (망치지 마라) ### **b) 괴롭히다 / 속이다** - *“He fucked me over.”* (날 엿먹였다, 배신했다) - *“Stop fucking with me.”* (그만 놀려/건드려) - *“The weather really fucked us today.”* (날씨 때문에 망했다) ## **2\. 명사 (Noun)** ### **a) 멍청이 / 재수 없는 놈** - *“He’s such a fuck*er*.”* (재수 없는 놈) - *“You lucky fuck.”* (친한 사이 장난스럽게: 이 재수 좋은 놈아) ### **b) 관심** - **I don’t give a fuck.** (전혀 신경 안 쓴다) - *“I don’t give a fuck what they think.”* - **not give a fuck about \~** (\~에 대해 아무 관심 없음) - *“He doesn’t give a fuck about the rules.”* - **Zero fucks given.** (아무 관심 없음) - *“Today’s mood: zero fucks given.”*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image-8.png) The Art of Not Giving a Fuck 저자 답게 "fuck"을 다채롭게 구사하고 있다. ## **3\. 형용사 (Adjective)** - *“This is a fucked situation.”* (엉망진창 상황) - *“He looks fucked.”* (완전 지쳐 보인다 / 맛 갔다) - *“That’s fucked up.”* (기괴하다, 너무 나쁘다) ## **4\. 부사 / 강조 (Adverb / Intensifier)** ### **a) 강도 강조 (긍정·부정 둘 다 가능)** - *“That’s fucking amazing.”* (멋지다) - *“This is fucking stupid.”* (멍청하다) - *“I’m so fucking tired.”* (피곤하다) ### **b) 명령·금지 강화** - *“Don’t fucking move.”* (절대 움직이지 마) 여기서 **fucking**은 **강조 부사(intensifier)** 역할을 한다. 과격하게 들리므로, **freakin’ / friggin’ / effin’** 같은 완곡한 대체어로 바꿔 쓸 수 있다. - *“That’s freakin’ amazing.”* (와, 진짜 멋지다) - *“I’m so freaking tired.”* (나 완전 피곤해) - *“Are you effin' kidding me?”* (장난하니?) ## 5\. 강조 삽입 / Emphatic Insertion 동사구, 명령문, 관용표현 속에서 힘을 실어주는 역할. 부사처럼 문법적으로 수식하지 않고, **강도·분노·명령의 톤**을 강화한다. ### **명령문** > **동사 + (the fuck) + 부사/전치사** - *“Shut the *fuck* up.”* (닥쳐, 입 다물어) - *“Get the *fuck* out.”* (꺼져, 나가) - *“Sit the *fuck* down.”* (앉아, 당장) - *“Calm the fuck *down*.”* (진정해) - *“Slow the fuck *down*.”* (속도 좀 줄여) - *“Hurry the fuck *up*.”* (빨리 좀 해) - *“Move the fuck *around*.”* (좀 움직여) ### **의문문** > **의문사 + the fuck + 주어/동사** - *“Who the *fuck* are you?”* (도대체 넌 누구야?) - *“Where the *fuck* have you been?”* (어디 갔다 온 거야?) - *“What the *fuck* is this?”* (이게 뭐야, 어이없다) ## **6\. 감탄사 (Interjection)** - *“Fuck!”* (아 씨X! 놀람·분노·실수 반응) - *“Oh, for fuck’s sake!”* (아 젠장, 진짜 짜증난다) - *“Fuck yeah!”* (좋다, 신난다) - *“Fuck no!”* (절대 안 돼) ## **7\. 삽입(infix)** 단어 중간에 끼워 넣는 독특한 용법. 구어체에서 사용되지만, 아직 유창하지 않다면 사용을 자제하자. - *“Abso-fucking-lutely.”* (당연하지, 100%) - *“Un-fucking-believable.”* (말도 안 돼) - *“Fan-fucking-tastic.”* (끝내준다) ## **7\. 고정구 / 관용표현** - **for fuck’s sake**: 제발 좀, 아 진짜 → *“For fuck’s sake, hurry up.”* - **not give a fuck**: 신경 안 씀 → *“I don’t give a fuck.”* - **fuck-all**: nothing이라는 뜻 → *“He knows fuck-all about it.”, “You've done fuck all today”* - **fuck around**: 농땡이치다 / 대충하다 → *“Stop fucking around and focus.”* - **fuck off**: 꺼져 → *“Fuck off, I’m busy.”* - **fuck with**: 놀리다/건드리다 → *“Don’t fuck with me.”* - **fucked up**: 상태가 망가진 / 정신적으로 꼬인 → *“That movie was fucked up.”* ## **8\. 밈 (Meme Variants)** ### **(a) WTF** - *what the fuck*의 줄임말. - 가장 널리 쓰이는 인터넷 슬랭, 문자·채팅에서 기본. - 예시: - *“WTF?! My code just disappeared.”* - *“WTF is going on here?”* ### **(b) Da fuq / Dafuq / Dafug** - *what the fuck*을 발음대로 철자 변형. - 예시: - *“Da fuq did I just watch?”* (지금 뭘 본 거야?)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data-src-image-66cedbf6-5294-468c-a511-25db78ba6be9.png) --- ### **(c) TF?** - the fuck?의 축약. - “뭔 개소리야?” “뭐라고?”. - 예시: - *“tf you mean?”* (뭔 말이야?) - *“where tf are you?”* (너 어디야?) ### **(d) Zero fucks given (ZFG)** - “신경 1도 안 씀”이라는 뜻의 밈. - 예시: - *“Exam tomorrow. Zero fucks given.”* ## **맺음말** 적절한 비속어 사용을 통해 언어에 생기를 주고자 한다면,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한다. 학습자라면 실제 원어민이 어떤 **맥락**과 **어조**에서 이 단어를 쓰는지를 먼저 관찰하고,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다. ### 직장인도 공부에 몰입할 수 있을까 URL: https://jiwonkwak.co/longing-for-the-flow/ Last updated: 2025-09-22T13:09:57.000Z 지금 생각하면 대학생 때 프랑스어 시험 합격을 하면 프랑스에 보내주겠다던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 나는 당시 2개월 정도만에 B1에 합격하여 리옹에 다녀왔고, 그 덕분에 프랑스어 공부의 초석을 쌓을 수 있었다. (물론 부모님이 "외국어를 배우면 효자동의 집을 주겠다"고 했던 친구도 있었지만, 그녀는 큰 관심이 없어보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문법책과 단어장을 오가며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던 시절. 내가 가장 행복한 ‘몰입’의 상태에 들어갔던 순간은 언어 공부를 할 때였다. 고등학생 때는 입시라는 동기가 있었고, 대학원 때는 “최고의 통번역사”라는 목표가 있었다. 거창하진 않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도전과 능력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시간 감각은 사라지고 활동 자체가 보상이 된다. 문법 문제를 풀어내고, 새로운 단어를 익힐 때마다 뇌가 보상회로를 활성화하며 자연스럽게 더 깊이 빠져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장기 집중력은 끊임없이 방해받고, 예전처럼 긴 몰입의 순간이 오지 않는다. 새벽 1 시간, 퇴근 후 1-2시간, 주말. 그 한정된 시간 속에서 언어 공부를 하려니, 몰입은커녕 늘 피로와의 싸움이다. 성인이 된 나에게 지금 누군가 보상을 제안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나는 유인 설정과 동기부여를 스스로해야 하는 상태에 놓여있다. ### **동기의 두 축** 동기부여는 ‘유인’에서 비롯되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외부적 유인** 어릴 때는 부모님이 제공해주는 보상이나, 학교에서 주는 상·장학금 같은 제도적 유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이런 외부적 유인은 거의 사라지고, 일단 높아진 생활 수준으로 인해 반응하는 보상의 기준이 훨씬 높아진다. 외국어를 잘해서 열리는 새로운 기회가 외부적 유인이 될 수도 있지만, 학습 곡선 초반에 있는 사람에게 그 가능성은 여전히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비전공자임에도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 책을 번역한 경험이 있다. 기회는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다.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성사될 수 있었다. 1. **내부적 유인** - **낭만화**: "공부하는 나", "외국어를 잘 하는 나"를 대상화하거나, 감성 공부 사진을 찍거나, 유창하게 말하는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극을 받는다. - **탁월함 자체 추구하기**: 보상이나 성과가 없어도 무언가에 몰두해 ‘잘하게 되는 것’ 그 자체를 가치 있게 여기는 고차원적인 유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탁월성(areté)’처럼, 그것은 그 자체로 빛난다. 나는 자기 절제를 꽤 잘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몰입이 잘 오지 않는 상태에서의 언어 공부는 더 큰 자기 규율과 정신력을 요구한다. 유인 기제를 잘 활용하면 공부 과정이 약간이나마 수월해질 수 있다. ### **루틴과 습관의 힘** 보상만큼 중요한 것이 습관과 루틴이다. 인간은 의식적인 자기 통제보다 자동화된 행동에 훨씬 더 오래 의존한다. 습관으로 만들어 두면 ‘오토파일럿 모드’에 맡겨 버릴 수 있다. 매번 결심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공부가 자연스럽게 생활에 녹아드는 것이다. 이것은 의지력 보존(willpower conservation) 전략이다. 사람의 의지는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매번 결정을 내리는 대신 습관이 대신 작동하면 피로가 크게 줄어든다. 지금 나에게는 기상 직후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가는 루틴이 있다. 덕분에 새벽에는 무조건, 조금이라도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게 된다. 퇴근 후에는 또 다르다. 하루 종일 기가 빨린 상태에서 바로 딱딱한 텍스트를 읽으려 하면 집중이 잘 안 된다. 이럴 때는 **외국어 뇌를 ‘예열’하는 루틴**을 쓴다. 흥미 있는 콘텐츠로 접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현지 유튜버 영상을 분석하거나, 외국어 밈을 찾아보거나, 내 당장의 관심 정보를 검색하거나(예: 여성 호르몬 주기에 따른 열량 소모 차이), 구글 지도에서 현지 식당의 저평가 리뷰를 읽는 식이다. 이런 가벼운 몰입 지점은 언어 습득의 도화선이 된다. --- "몰입" 상태 되찾기는 최근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어떻게 다시 몰입 상태를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은 예전처럼 몇 시간을 통째로 잊는 몰입은 잘 안 온다. 하지만 짧게 찾아오는 몰입의 순간들을 파악하고, 그 패턴을 찾아 극대화하려 노력 중이다. ### 신경 끄는 데 도움이 된 방법들 URL: https://jiwonkwak.co/not-giving-a-fuck/ Last updated: 2025-09-17T23:36:40.000Z 30대 초중반에 접어든 지금, 가장 큰 시간 낭비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고민이다. 세상에 테레사 수녀님도, 교황님도 욕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당에, 내가 뭐라고 모두의 사랑을 받겠는가. 신경을 끈다고 해서 남한테 관심이 없다는 뜻도, 불친절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남의 말에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면, 나는 유리창을 닦다가 놓친 얼룩을 발견하듯 스스로를 살핀다. 어떤 지점에서 상처받는지를 아는 순간, 그것이 곧 자기 성찰의 출발점이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남의 말은 더 이상 나를 크게 흔들지 못한다. ## **기대를 하지 않을 것** 나에게 먹을 것과 물을 얻어 먹은 고양이가 배은망덕하게 하악거린다고 해도, 아쉽기는 하겠지만 상처받지는 않는다. (이는 수 차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양이에게 원래 아무 기대도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비합리적인 행동이나 적대감을 보이더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 또한 크나큰 시간 낭비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것이다. ‘인간이면 응당 이렇게 해야지’라는 발상 자체가 순진한 희망적 사고의 산물이다. 물론 나의 애정과 선의가 매번 상호적으로 응답 받는다면, 그것은 친한척하는 고양이와 같이 정말 아름다운 일이지만, 아니어도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정서적 노동’과 ‘기대’가 맞물릴 때 좌절감이 커진다. 정서적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기대치를 줄이는 것은 심리적 에너지 관리 전략이다.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도 똑같이 말한다. 기대를 덜 할수록 마음은 평정에 가까워진다. ## **스스로 떳떳할 것** 자기 일관성(self-congruence). 외부의 기대보다 내적 가치에 따라 살아갈 때 인간은 더 건강하고 만족 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는 나의 철칙 중 몇 가지다. - 모두에게 친절할 것 - 여성들에게 특히 친절할 것 - 의리를 지킬 것 즉각적인 보상이 오지 않더라도, 언젠가 “나는 최소한 의리를 지켰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는 순간이 온다. 예를 들어, 나는 여성 간의 연대가 인류 진보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아주 드물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자매님들도 계시지만, 적어도 내가 떳떳하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게다가 남에게 적대적인 사람은 종종 자기 문제를 투영(projection)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적 기제를 약간이라도 이해하면 상대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 즉, 내가 선의로 대했다면, 그 이후부터는 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이해하는 순간 불필요한 자기비난을 줄이고 경계 설정(boundary setting)에 도움이 된다. ## **개인 기준와 취향을 가질 것** 남의 인정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불안정한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아름다움에는 수만가지 색조가 있다. 나만의 개성을 찾아서 극대화하는 것이 이상적이지, 남의 말에 좌우되어서는 안정적일 수 없다. 특히 힘든 연애를 하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평범한 이성애자 남성의 미감과 취향에 종속되어서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내 눈에 내가 괜찮은 사람인가가 중요하지,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 취향이 유행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취향과 유행이 겹칠 수도 있지만, 기준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이어야 한다. 내적 통제 위치를 가진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고, 외부 평가에 덜 휘둘린다. 물론 권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특정 분야 권위자의 조언은 새겨 듣는 것이 좋다. 조언을 잘 듣기 위해서도 스스로 기준이 어느 정도 확고해야 한다. ## **자기 객관화를 할 것** 칭찬을 들었을 때 아니라고 극구 거절하는 것도, 며칠간 그 칭찬에 들떠 있는 것도 건강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알고 있는가’다. 내가 부족한 점과 강점을 알고 있으면, 칭찬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되 그것이 자존감의 전부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피드백도 방어적이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방어적 태도는 매력적이지 않다. 상대의 방어적인 태도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감정을 살피느라 에너지가 크게 소모된다. 누군가는 나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두고 “연예인도 아닌데 그 정도까지 하냐, 그건 마음의 결핍이 있어서 그렇다”는 정신분석적인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맞다, 고맙다. 내가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상대의 텐션이 확 꺼지는 것을 느꼈다. 남이 뭐라 해도 크게 동요하지 않거나, 동요하더라도 금방 균형을 되찾는 상태에 있으면 인생이 편하다. 실제 자기 수용(self-acceptance)과 개방성(openness)은 대인관계에서 호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스스로 편해야 남들도 편하기 때문이다. ## **결론**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는 순간, 누구에게도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없다. 이는 내가 30대를 살아가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Don’t shrink to be loved.* ### 스프레드 시트로 구글 캘린더 초대 자동화하기 URL: https://jiwonkwak.co/automating-google-calendar-invites/ Last updated: 2025-09-16T11:55:41.000Z 회사에서 영어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첫주에는 사람들이 Slack 스레드에 신청하면, 직접 초대 메일을 보내야 했지만, **Apps Script + Advanced API**로 자동화된 파이프라인을 만들었다. 간단한 HTML 폼으로 신청을 받으면 구글 시트에 기록되고, 다음 주 캘린더 슬롯에 게스트가 자동으로 추가된다. 이로써 수작업이 크게 줄었다. 이 글에서는 시스템 구성 방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준비 단계**, **핵심 로직(코드 스니펫)**, **전체 흐름**을 다룬다. 전체 스크립트는 단일 Apps Script 프로젝트이며, 폼 처리를 위해 **웹 앱**으로 배포했다. 자동화는 전부 구글 제품 내부에서 이뤄진다. ## Step 1: 사전 준비 – Google API 설정하기 > 왜 Advanced API인가? 기본 `SpreadsheetApp`/`CalendarApp`만으로도 가능하지만, 대량 처리와 초대 메일 억제(사일런트 추가) 같은 세부 제어를 위해 Sheets/Calendar Advanced API를 활성화했다. ### Google Cloud Project 생성하기 - [Google Cloud Console](https://console.cloud.google.com/?ref=jiwonkwak.co)로 이동한다. - 새 프로젝트를 만들거나 기존 프로젝트를 사용한다. ### API 활성화하기 - Cloud Console > APIs & Services > Library로 이동한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image-1.png) - **Google Sheets API** 활성화 (기본 SpreadsheetApp 제한 없이 읽기/쓰기) - **Google Calendar API** 활성화 (이메일 알림 없이 게스트 추가하기 가능) ### 구글 시트 & 캘린더 준비하기 > 나는 신청을 받기 위한 HTML 페이지 제작했다. (인증 없이 이름만으로 신청) 본 글에서는 스프레드 시트와 캘린더 연동을 다룬다. - Google Sheet 생성 (2개 시트): - `signups`: week, slot, name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Screenshot-2025-09-16-at-8.04.02---PM-1.png) signups 시트 - `users`: name, email (사전 등록 필요)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Screenshot-2025-09-16-at-8.05.01---PM-1-1.png) users 시트 - 시트 ID는 URL에서 확인한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image-4-1-1.png) Google Sheet ID - **캘린더**에는 규칙적인 이름의 이벤트를 미리 만들어둔다(예: `"Mon 9–10"`). 스크립트에서 제목 토큰으로 매칭한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Screenshot-2025-09-16-at-8.12.22---PM-1.png) - 캘린더 ID를 확인한다. (본인의 Gmail 계정이다: `jwkwak1002@gmail.com`) - 나의 경우 타임존은 `Asia/Seoul`로 설정했다. ### Apps Script 설정 - Google Sheet > **Extensions > Apps Script** - Services(좌측 메뉴)에서: - Google Sheets API(v4) 추가 - Google Calendar API(v3) 추가 ### **Triggers 설정** - Apps Script > Triggers (시계 아이콘) > `syncNextWeekToCalendar`를 매일 실행되도록 시간 기반 트리거 추가. - 이렇게 하면 수동 실행 없이 캘린더가 시트와 자동 동기화된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image-7-1.png) > Apps Script를 수정할 때마다 새 버전으로 재배포해야 한다. **Deploy > New deployment > Web app**. > HTML 페이지를 만들었다면, 이 URL을 HTML 내에 업데이트 해야한다. ## Step 2: 기본 설정 – Slots, Weeks, Normalizer 스크립트 상단에 **CONFIG 섹션**을 두었다. ```javascript /***** === CONFIG === *****/ const SPREADSHEET_ID = ''; // e.g., 1u1I...Zjg const SHEET_SIGNUPS = 'signups'; // A:E = week | slot | name | email const SHEET_USERS = 'users'; // A:B = name | email const CALENDAR_ID = ''; // e.g., you@example.com const TZ = 'Asia/Seoul'; // Invite behavior const SILENT_INVITES = false; // true=Advanced Calendar API(no emails), false=CalendarApp(emails sent) // Optional summary email after each sync const SEND_SUMMARY = true; const ORGANIZER_EMAIL = ''; // e.g., you@example.com ``` 모임 슬롯을 요일·시간으로 매핑한다. ```javascript /***** === SLOTS → weekday/time (24h) === *****/ const SLOT_TIME = { 'Mon 9–10': { dow: 1, start: { h: 9, m: 0 }, end: { h: 10, m: 0 } }, 'Tue 12–1': { dow: 2, start: { h: 12, m: 0 }, end: { h: 13, m: 0 } }, 'Wed 12–1': { dow: 3, start: { h: 12, m: 0 }, end: { h: 13, m: 0 } }, 'Thu 12–1': { dow: 4, start: { h: 12, m: 0 }, end: { h: 13, m: 0 } } }; ``` ISO 주차(예: `2025-W38`)로 계산해 주 단위 스케줄을 안정적으로 다룬다. ```javascript /***** === ISO WEEK HELPERS === *****/ function toISOWeek(d) { const start = new Date(d.getFullYear(), 0, 1); const week = Math.ceil((((d - start) / 86400000 + start.getDay() + 1) / 7)); return `${d.getFullYear()}-W${String(week).padStart(2, '0')}`; } function isoWeekMondayKST(iso) { const m = /^(\d{4})-W(\d{2})$/.exec(iso); if (!m) throw new Error('Bad ISO week: ' + iso); const year = +m[1], week = +m[2]; const jan4 = new Date(Date.UTC(year, 0, 4)); const jan4Dow = (jan4.getUTCDay() + 6) % 7; // Mon=0 const monW1 = new Date(jan4); monW1.setUTCDate(jan4.getUTCDate() - jan4Dow); const monUTC = new Date(monW1); monUTC.setUTCDate(monW1.getUTCDate() + (week - 1) * 7); const kst = Utilities.formatDate(monUTC, TZ, 'yyyy-MM-dd'); const [Y, M, D] = kst.split('-').map(Number); return new Date(Y, M - 1, D); } function timesFor(weekISO, slotLabel) { const key = normDash(slotLabel || ''); const def = SLOT_TIME[key]; if (!def) throw new Error('Unknown slot label: ' + slotLabel); const mon = isoWeekMondayKST(weekISO); const start = new Date(mon); start.setDate(mon.getDate() + (def.dow - 1)); start.setHours(def.start.h, def.start.m, 0, 0); const end = new Date(mon); end.setDate(mon.getDate() + (def.dow - 1)); end.setHours(def.end.h, def.end.m, 0, 0); return { start, end }; } ``` ## Step 3: 신청 처리 – Web Form → Sheet 신청 정보 제출 시 `doPost`가 실행되고, `LockService`로 레이스 컨디션을 막는다. ```javascript function doPost(e) { const mode = e?.parameter?.mode || 'signup'; if (mode === 'signup') { const week = e.parameter.week?.trim(); const slot = normDash(e.parameter.slot || ''); const name = (e.parameter.name || '').replace(/\s+/g, ' ').trim(); const email = e.parameter.email?.trim().toLowerCase(); if (!week || !slot || !name) { return ContentService .createTextOutput(JSON.stringify({ ok: false, error: 'missing fields' })) .setMimeType(ContentService.MimeType.JSON); } const lock = LockService.getScriptLock(); lock.tryLock(5000); try { const ss = SpreadsheetApp.openById(SPREADSHEET_ID); const sh = ss.getSheetByName(SHEET_SIGNUPS); sh.getRange(sh.getLastRow() + 1, 1, 1, 5) .setValues([[new Date(), week, slot, name, email]]); return ContentService .createTextOutput(JSON.stringify({ ok: true })) .setMimeType(ContentService.MimeType.JSON); } catch (err) { console.error('Signup failed:', err); return ContentService .createTextOutput(JSON.stringify({ ok: false, error: 'Failed to write to sheet' })) .setMimeType(ContentService.MimeType.JSON); } finally { lock.releaseLock(); } } ``` 읽기 시에는 Advanced Sheets API로 특정 주의 행만 필터링한다. ```javascript function readWeekRows(weekISO) { const res = Sheets.Spreadsheets.Values.get(SPREADSHEET_ID, SHEET_SIGNUPS + '!A2:E'); const vals = res.values || []; return vals .filter(r => (r[1] || '').trim() === weekISO) .map(r => ({ week: r[1].trim(), slot: normDash(r[2]), name: (r[3] || '').replace(/\s+/g, ' ').trim(), email: (r[4] || '').trim().toLowerCase() })); } function readUserDirectory() { const ss = Sheets.Spreadsheets.Values.get(SPREADSHEET_ID, SHEET_USERS + '!A2:B'); const vals = ss.values || []; const map = new Map(); for (const r of vals) { const name = (r[0] || '').replace(/\s+/g, ' ').trim(); const email = (r[1] || '').trim().toLowerCase(); if (name && email) map.set(name, email); } return map; } function resolveEmail(row, users) { return row.email || users.get(row.name) || ''; } ``` 이메일은 `users` 시트에서 매핑되며, 미해결 항목은 나중에 수동 처리하도록 플래그된다. ## Step 4: 캘린더 동기화 – 핵심 로직 매일 트리거되는 `syncNextWeekToCalendar`가 다음 주 신청을 읽고, **슬롯별로 묶어** 해당 이벤트에 게스트를 추가한다. 이벤트 매칭은 **① 제목 토큰 포함(예: `"Thu 12–1"`) + ② 시작 시각 일치** 두 조건을 사용한다. ```javascript /***** === CORE SYNC === *****/ function syncWeekToCalendar(weekISO) { const rows = readWeekRows(weekISO); if (!rows.length) { console.log('No signups for', weekISO); return; } const users = readUserDirectory(); const perSlot = new Map(); const unresolved = []; for (const r of rows) { const email = resolveEmail(r, users); if (!email) { unresolved.push(`${r.name} / ${r.slot}`); continue; } if (!perSlot.has(r.slot)) perSlot.set(r.slot, []); perSlot.get(r.slot).push(email); } const updates = []; for (const [slot, list] of perSlot) { const emails = uniqueEmails(list); if (!emails.length) continue; const ev = findEventByTitleToken(weekISO, slot); if (!ev) { console.warn('No matching event for', weekISO, slot); continue; } try { if (SILENT_INVITES) addGuestsSilently(ev.getId(), emails); else addGuestsWithEmails(ev, emails); const line = `Synced ${emails.length} → ${slot} (${weekISO})`; console.log(line); updates.push(line); } catch (e) { console.error(`Failed add → ${slot} (${weekISO}):`, e); } } if (unresolved.length) { console.warn('Unresolved name→email:\n' + unresolved.join('\n')); } else { console.log('All signups resolved for ' + weekISO + ' ✅'); } if (SEND_SUMMARY) sendSyncSummaryEmail(weekISO, updates, unresolved); } //“오늘+7일” → toISOWeek() → syncWeekToCalendar()를 호출 function syncNextWeekToCalendar() { const target = new Date(); target.setDate(target.getDate() + 7); const weekISO = toISOWeek(target); syncWeekToCalendar(weekISO); } ``` 사일런트로 초대하려면 Calendar Advanced API `patch`를 사용한다. ```javascript function addGuestsSilently(eventId, emails) { if (!emails.length) return; const ev = Calendar.Events.get(CALENDAR_ID, eventId); const existing = new Set((ev.attendees || []).map(a => a.email.toLowerCase())); const merged = (ev.attendees || []).slice(); emails.forEach(e => { if (!existing.has(e)) merged.push({ email: e, responseStatus: 'needsAction' }); }); ev.attendees = merged; Calendar.Events.patch(ev, CALENDAR_ID, eventId, { sendUpdates: 'none' }); } ``` ## 결과 - 동기화 시 요약 메일이 온다(선택 사항). - 다음 주 슬롯 이벤트에 신청자가 자동으로 게스트 추가된다(사일런트/일반 초대 선택).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Screenshot-2025-09-16-at-8.05.51---PM-1.png) 요약 이메일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image-3-1.png) ## 마치며 Slack 스레드 → 수동 캘린더 초대라는 번거로운 흐름을 **HTML Form → Google Sheet → Apps Script → Calendar** 자동화로 바꾼 사례다. 실무에서 주당 20\~30건 신청에도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 아랍어 숫자 배우기 URL: https://jiwonkwak.co/arabic-numbers/ Last updated: 2025-09-14T12:51:19.000Z 아랍어 문자를 간신히 익혔다고 안심할 틈도 없이, 숫자는 아랍어 학습 여정에서 눈물이 자는 수많은 관문 중 하나다. 머릿속에는 “굳이 왜…?”라는 질문이 수없이 맴돌고, “중동의 초등학생들도 이걸 다 배운다고…?” 하는 의문이 뒤따른다. 그러다 보면, 마치 중세 서구 사회의 상류층이 문자를 독점했던 것처럼,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극악스러운 학습 장벽을 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적인 생각마저 들 정도다. | 숫자 | 아랍어 (숫자) | 아랍어 (단어) | 발음 (로마자) | 한국어 | | -- | -------- | ----------------- | ------------------ | ------- | | 1 | ١ | وَاحِد | wāḥid | 하나 (남) | | 2 | ٢ | اثْنَان | ithnān | 둘 (남) | | 3 | ٣ | ثَلَاثَة | thalātha | 셋 | | 4 | ٤ | أَرْبَعَة | arbaʿa | 넷 | | 5 | ٥ | خَمْسَة | khamsa | 다섯 | | 6 | ٦ | سِتَّة | sitta | 여섯 | | 7 | ٧ | سَبْعَة | sabʿa | 일곱 | | 8 | ٨ | ثَمَانِيَة | thamāniya | 여덟 | | 9 | ٩ | تِسْعَة | tisʿa | 아홉 | | 10 | ١٠ | عَشَرَة | ʿashara | 열 | | 11 | ١١ | أَحَدَ عَشَر | aḥada ʿashar | 열하나 (남) | | 12 | ١٢ | اثْنَا عَشَر | ithnā ʿashar | 열둘 (남) | | 13 | ١٣ | ثَلاثةَ عَشَر | thalāthata ʿashar | 열셋 | | 14 | ١٤ | أَرْبَعَةَ عَشَر | arbaʿata ʿashar | 열넷 | | 15 | ١٥ | خَمْسَةَ عَشَر | khamsata ʿashar | 열다섯 | | 16 | ١٦ | سِتَّةَ عَشَر | sittata ʿashar | 열여섯 | | 17 | ١٧ | سَبْعَةَ عَشَر | sabʿata ʿashar | 열일곱 | | 18 | ١٨ | ثَمَانِيَةَ عَشَر | thamāniyata ʿashar | 열여덟 | | 19 | ١٩ | تِسْعَةَ عَشَر | tisʿata ʿashar | 열아홉 | | 20 | ٢٠ | عِشْرُونَ | ʿishrūn | 스물 | ## 아랍어 숫자 체계 이쯤되면 10진법을 써서 감사할 정도다. 숫자 생긴 것도 너무 낯설다. (٠١٢٣٤٥٦٧٨٩) 게다가 문자는 **오른쪽→왼쪽**으로 쓰는데 숫자는 **왼쪽→오른쪽**으로 쓴다. 20 이상에서는 보통 **‘و’ (그리고)** 를 붙여 연결한다. --- ### 1과 2 - 아랍어에서 **1 (وَاحِد / وَاحِدَة)**, **2 (اثْنَان / اثْنَتَان)** 은 반드시 **명사 뒤에 위치**한다. - **명사의 성별(남성/여성)** 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 2 뒤에 오는 명사는 모양도 변한다. 격에 따라서도 모양이 변한다. 예시: - رَجُلٌ وَاحِد → 한 남자 - امْرَأةٌ وَاحِدَة → 한 여자 - رَجُلانِ اثْنَان → 두 남자 - امْرَأتَانِ اثْنَتَان → 두 여자 **숫자 1과 2만 명사 뒤에 오고, 나머지 숫자는 명사 앞에 온다.** --- ### 3–9 - **3부터는 명사 앞**에 온다. - 명사는 복수 형태(보통 속격)로 바뀐다. - **숫자의 성별이 명사의 성별과 반대**가 된다. 속격은 Genitive, 독일어에서는 소유격에 해당한다. 예시: - أَرْبَعَة رِجَال → 네 명의 남자 - خَمْس زَوْجَات → 다섯 명의 아내 - سَبْعَة مُدَرِّسِين → 일곱 명의 남자 교사 - سَبْع مُدَرِّسَات → 일곱 명의 여자 교사 --- ### 10 - 단독으로 쓰이거나 다른 숫자(1–9)와 합쳐 쓸 수 있다. - **성별 반대 규칙 적용**. 왜냐고 묻지 말자. 그리고 (عشرة)의 ش 발음이 남성 명사 앞에서는 **Fathah (a)**, 여성 명사 앞에서는 **Sukūn**이 된다. 예시: - عَشَرَةُ رِجَالٍ → 열 명의 남자 - **عَشْرُ**ة **نِسَاءٍ** → 열 명의 여자 --- ### 11–12 - 두 부분 모두 명사의 성별과 **일치해야 하며,** 명사는 **단수 대격** 형태다. 왜 단수인지 고민을 하면 안 된다. 이게 초반에 많이 헷갈리는 포인트다. - 11의 경우 أحَدَ 와 إحْدى (남성형과 여성형) 둘 다 감사하게도 격변화가 없다. - 아랍어는 숫자에 격이 지정되어 있으면서, 문장 안에서 쓰일 때는 또 다시 격을 따져야 한다. 논리와 규칙을 원하는 뇌의 회로를 일시 차단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시 - إِحْدَى عَشْرَةَ طَالِبَةً → 열 한명의 여자 - اثنا عشر رجلاً →열 두명의 남자 --- ### 13–19 - 첫 부분은 **성별 반대**, 두 번째 부분은 **성별 일치**. 이게 말이 되는가? - 명사는 **단수 대격**이다. 예시: - خَمْسَةَ عَشَرَ طَالِبًا → 15명의 남학생 - خَمْسَ عَشْرَةَ طَالِبةً → 15명의 여학생 --- ## 생활 속 아랍어 숫자 예시 ### 택시 안에서 공항까지 얼마나 먼가요? 5km Q: كم يبعد المطار؟ A: خمسة كيلومترات – ٥ كيلومترات 가격이 얼마에요? 9 리얄 Q: كَمِ السِّعْر؟ A: تسعة ريالات – ٩ ريالات --- ### 시장에서 사과 얼마나 사실래요? 1kg Q: كَمْ تُفَّاحًا تُرِيدُ شِرَاءَه؟ A: كِيلُوجِرَامًا وَحِدًا – ١ كيلوجرام 가격이 얼마에요? 20 리얄 Q: كم السعر؟ A: عِشْرُونَ رِيَالًا – ٢٠ ريالا ## ​사칙연산 예시 - 1+1=2 → وَاحِد زَائِد وَاحِد يُسَاوِي اثْنَيْن - 3–1=2 → ثَلَاثَة نَاقِص وَاحِد يُسَاوِي اثْنَيْن - 2×1=2 → اثْنَيْن في وَاحِد يُسَاوِي اثْنَيْن - 2÷1=2 → اثْنَيْن على وَاحِد يُسَاوِي اثْنَيْن ###### 일단 여기까지만 철저히 익히면 더 큰 숫자도 더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 어떤 단어를 배워야 할까? URL: https://jiwonkwak.co/on-vocab/ Last updated: 2025-09-13T03:55:05.000Z 만약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어눌한 발음으로 “무람없지만 요의가 있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라고 한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말은 맞지만 너무 낯설게 들릴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영어 특기자로 입시를 준비했다. 단어를 외우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남들이 잘 모르는 고급 어휘를 수집하는 데 큰 즐거움을 느꼈다. 화려한 문장을 적으며 혼자 만족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 교포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영어 수업에서 원어민 교수님을 만나면서 곧 깨달았다. 어려운 단어는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제는 상대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 사람이 어휘 수준을 가늠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학자 아우라를 풍기시는 나이 지긋하신 미국 교수님들을 제외하면, 그 외에 상황에서는 상대가 이 단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가 없다. 원어민이라고 다 아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추격스럽다. 징건하다. 이런 단어들은 사전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상 활용 빈도수는 낮고,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 **쓸모없는 고급 어휘** 내가 외운 고급 단어들은 실제로는 거의 쓸 일이 없었고, 하나씩 의식의 장식장 속에 진열되어갔다. - *pulchritudinous* (아름다운)는 배운지 10년 만에 실제 용례를 책에서 딱 한 번 봤다 - *hirsute* (털이 많은) - *pusillanimous* (비겁한) - *teetotalism* (금주주의) 같은 단어도 마찬가지다. 실제 금주를 하던 시절, 명문대를 나온 싱가포르 친구에게 “teetotalism”을 썼을 때 그녀는 알아 듣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안 물어보고 넘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낯선 어휘를 사용할 수록 의사소통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원어민이 내 영어를 제2외국어로 인지하는 상황에서, 길고 낯선 단어는 더 큰 방해물로 작용한다. 억양과 발음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갑자기 countenance 같은 단어를 쓰면 원어민은 “내가 잘못 들었나? 물어보면 실례일까?”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컵라면에 캐비어를 올린다고 요리가 고급스러워지지 않듯, 망가진 기초 문법에 격식 어휘 몇 개 얹는다고 언어가 세련되어 지지 않는다. 이는 영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독일어 *Duckmäusertum* (비겁함) 같은 단어도 쓸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수집한 단어들을 교수님들이 몰라줄 때는 괜히 신경질이 나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틀린 표현이 아니더라도, 오래된 책에서 본 동사나 *슈피겔* 잡지에서 본 표현을 작문에 활용하면 교수님들은 감점을 주셨다. (*Das Ausgesetztsein* 같은 철학적 표현도 마찬가지였다.) 언어는 결국 합의된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자주 쓰이는 어휘로 하고 싶은 말을 유연하게 구사하는 것이 목적이지, 난해한 단어 수집은 유희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 어떤 단어를 배워야 할까? 일반 외국어 학습자라면 영어 회화에는 **phrasal verbs**가 가장 유용하다. 독일어에서는 **Nomen-Verb-Verbindungen**이 중요하다. 이런 표현들은 사실상 단어처럼 덩어리로 쓰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외워두면 회화 속도가 빨라진다. **영어** - *pick up* (배우다, 습득하다) - *run into* (우연히 마주치다) - *figure out* (이해하다, 해결하다) **독일어** - Entscheidung treffen (결정을 내리다) - Hilfe leisten (도움을 주다) - zur Sprache bringen (말 하다) 고급 단어 중에서도 기사, 칼럼, 논문 요약 같은 데서 반복적으로 나와서 실제 활용도가 높은 것들이 있다. **영어** - *ubiquitous* (어디에나 존재하는) - *resilient* (회복력이 강한) - *meticulous* (꼼꼼한) - *counterintuitive* (직관에 반하는) **독일어** - umstritten (논란의) - eindeutig (명확한) - umfassend (포괄적인) 구체적인 지칭 대상이 있는 단어들도 알고 있으면 현지인과의 대화에서 의외로 유용하다. (이런 단어들을 배우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많은 양의 인풋이 필요하다.) - pediatrician (소아과 의사)/ podiatrist (족부 의사) - trivet (냄비 받침) - mnemonic (암기를 도와주는 장치)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data-src-image-1b705158-6821-4c54-bf32-e4fe00b4b4bf-1.png) mnemonic 예시 - dog-ear (책 모서리를 접는 것)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data-src-image-e6c4f83a-b0ca-4546-b341-f4c47f444d8b-1.png) 독일어로는 "당나귀 귀(Eselsohr)"이다. - Mitteilungsbedüfnis (말 하고자 하는 욕구) - Kummerspeck (우울감을 먹는 것으로 풀어서 찐 살) 반면 unprepossessing(매력적이지 않은), delectable(맛있는)이라는 단어는, 알면 물론 좋겠지만, 일단 unattractive, delicious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준을 넘어 섰을 때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이다. > 즉, 학습 초기에는 active vocab 중심, 나중에 여유 있을 때 passive vocab로 확장하는 것이 이상적인 전략이다. ### Register: 단어의 ‘격식’ 문제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register**다. 같은 뜻이라도, 상황마다 다른 단어가 쓰인다. - *ask* (일상) ↔ *inquire* (격식) ↔ *interrogate* (강압적) - 한국어 예시:*먹다* ↔ *식사하다* ↔ *진지 드시다* 언어를 배울 때 register를 고려하지 않으면, 단어 자체는 맞아도 대화에서는 부자연스럽거나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내가 “컵라면에 캐비어”라고 표현한 것도 결국 register 불일치의 문제다. 언어 학습의 초반에는 중립적이고 자주 쓰이는 register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에 상황에 맞춰 격식을 높이거나 낮추는 register 전환 능력을 기르면, 비로소 어휘력이 힘을 발휘한다. ## 결론 지금의 나는 어려운 단어보다 실제 쓸 법한 단어와 표현을 찾는 데 더 관심이 많다. 특히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는 격식 어휘를 과감히 무시한다. 관심사와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실제 활용도가 높은 표현을 배우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언어는 결국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아는가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단어를 어떻게 고르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사전 속 장식품 같은 단어보다, 실제 사용되는 살아 있는 말에 집중한다. ### 일본어와 중국어를 중단한 사연 URL: https://jiwonkwak.co/japanese-and-chinese/ Last updated: 2026-01-01T11:42:43.000Z “중국어/일본어는 못해?”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물론 두 언어 모두 시도해본 적 있다.ß ### **일본어: 귀여움의 덫** 일본어에 강한 인상을 받은 계기는 한 정치인의 뉴스 인터뷰였다. 어떤 생선을 먹고 나서 “なかなかおいしいです(꽤 맛있네요)”라고 말했는데, 중년 남성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그 한마디가 너무 귀여웠다. (아마 방사능 생선 관련 뉴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새로운 언어를 접할 때, 여성들이 말하는 영상을 찾아본다. 웬만하면 언어별로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면서 다 매력적으로 들린다. 아랍어의 강한 목구멍 소리, 비음 섞인 태국어, 관능적인 러시아어. 전세계 자매들이 본인의 언어로 말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웅장해지고 다양성이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이로운 것임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일본어는 달랐다. 남녀노소 불문, 언어 자체가 귀여움의 잠재력을 증폭시켜주는 힘이 있었다. 귀여움의 민주화를 실현한 언어랄까.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data-src-image-1477bda1-e2ed-4a92-9419-7a1f365bb4bf-1.png) 일본어를 정말 배우고 싶었다. 대학원 첫 학기, 매일 아침 한 시간을 투자해 일본어를 공부했고, 같은 해 여름 결국 N3 시험에도 합격했다. 하지만 그 자격증은, 어느 시험관의 자비로 취득한 내 운전면허증처럼, 내 실제 실력을 반영하지 않았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는 문제가 없었고, 문법도 꽤 말이 되는 규칙이라 재미있었는데, 한자만큼은 끝내 친해질 수 없었다. 한문 과목이 있었던 중학생때까지는 늘 10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내 뇌는 그것을 휘발성 정보로 취급했는지 시험이 끝나면 바로 증발했다. 마지막 수단으로 일본 문화를 매개로 애착을 쌓아보려 했다. 초등학생 때, 친구가 이누야샤에 나오는 인물과 결혼하겠다고 진지하게 말하며 일본어에 능통해졌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루는 내가 “그런데 소진아, 셋쇼마루는 만화 캐릭터잖아. 어떻게 결혼을 해?”라고 묻자, 친구는 나에게 조용히 하라며 화를 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한동안 노래, 애니, 예능, 드라마 등을 찾아봤다. 하지만 덕질은 자생적으로 이루어지는 법. 억지로는 몰입할 수 없었다. 코드만 맞는다면 문화는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BTS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운 친구도 있고, 나는 유럽 언어별로 운동, 뷰티, 건강 인플루언서 영상을 자주 본다. 그런데 일본만은 이상하게도 코드가 맞지 않았다. ### **중국어: 시지푸스의 바위** 중국어는 “배워두면 좋다”라는 주변의 권유는 대학생 때부터 끊이지 않았다. 이미 일본어에 데인 경험이 있었지만, 대학원 졸업 후 시간이 있어서 다시 도전해봤다. 중국어의 장점은 학습 자료가 방대하다는 것이다. 크게 고민할 것 없이 유명한 학습지를 신청해 매주 선생님과 온라인으로 공부했다. 사실 꾸준히 한다면 할 수는 있다. 다만 나는 원래 초급 과정을 지루해하기 때문에, 다른 언어는 문법 기초를 5배속으로 공부한 뒤 바로 중급 공부로 넘어가는데, 중국어 같은 경우는 한자, 내 페이스 대로 공부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것은 바로 한자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힘들게 한 건 **표의문자가 주는 근본적인 거부감**이었다. 알파벳은 갯수가 한정되어 있어 익히기만 하면 곧장 문법과 어휘로 넘어갈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는 아랍어와 러시아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자는 모양에 의미와 규칙이 있건 말건, 세상의 모든 사물과 추상적 개념에 대응하는 문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 아닌가. 그 생각만으로도 무기력해졌고, 의욕이 꺾였다. 비교적 단순한 문법 체계조차 내 흥미를 붙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나는 이미 이름을 중국어로 불렸을 때, 첫 번째 큰 타격을 받은 뒤였다. “꿔쮜옌.” “…..?” 그쪽 여배우들은 ‘빙빙’, ‘링링’ 같은 귀여운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내 이름은 *Lost*에 나오는 ‘권진수’의 여자 버전 같기도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름을 들을 때마다 자아가 움츠러들었다. 물론 선생님의 중국어는 정말 듣기 좋았지만 말이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9/data-src-image-0222be5d-b3c4-48f8-84c5-a9ca6ec46840-1.png) 나의 일본어와 중국어 학습은 아쉽게도 안착하지 못했지만, 아직도 책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어에 대한 미련이 강하게 있다. 민주화된 귀여움의 수혜자가 되고 싶다. 아직도 종종 “2주 정도 초집중하면 한자를 외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돌봐야 할 다른 언어들이 많아 시간을 낼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 두 번째 아랍어 여정 URL: https://jiwonkwak.co/on-arabic/ Last updated: 2025-08-29T12:32:01.000Z ## **나와 아랍어의 관계** 아랍어와 나의 인연은 2019년 말, 순전히 취미로 시작되었다. 알파벳은 독학으로 익힌 뒤 온라인 수업을 들었고,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코로나가 터지자 “이렇게는 먹고 살 수 없겠다”라는 위기의식 속에서 통번역대학원 아랍어과 재진학을 목표로 삼았다. 그때부터 종종 들어오는 번역 일을 제외하면 하루 4\~5시간씩 공부하며 통번역 스터디에도 참여했다. 뭔가 영역 침범을 하는 것인지 싶기도 하고, 혹시 아랍어과 교수님들이 나를 알아볼까 부끄러워서 카메라를 끄고 있었는데, 전부 카메라를 켜고 돌아가며 텍스트를 읽어야 했어서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다. 결론적으로 내 커리어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그 시절의 노력은 늘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았다. 책장에 꽂힌 여섯 권의 아랍어 교재는 그 미련을 상징하듯 무겁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긴 공백 끝에 다시 아랍어 수업을 시작했다. ## **아랍어의 특징** ### **낯선 문자** 키릴 문자나 동남아 언어처럼, 아랍어 역시 낯선 문자 체계가 학습자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다. 게다가 글자 자체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인다는 점도 너무나 이국적이다. 교재의 기원 자체가 쿠란이기에, 우상 숭배를 철저히 배제한 이슬람 문화의 미학적 특징이 문자에 깊게 반영되어 있다. 억압된 회화적 표현이 문자의 곡선과 점 배열에 집약된 듯, 아랍 문자는 기능을 넘어 하나의 시각 예술로 다가온다. ### **자음 중심** 아랍어는 기본적으로 자음 중심의 문자 체계(consonantal script, 즉 abjad)이다. 모음은 본래 글자에 포함되지 않고, 발음을 돕는 부호(حركات ḥarakāt, diacritics)로만 존재한다. 초급 교재에서는 학습자를 위해 친절하게 모음 기호가 찍혀 있지만, 실제 신문 기사나 문학 텍스트에서는 대부분 생략된다. 따라서 단어를 이미 알고 있어야만 올바른 발음을 재구성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랍어 학습자는 필연적으로 형태론적 규칙(morphology)과 **어휘 축적**을 동시에 요구받는다. 예를 들어, **책**은 *kitāb* (كتاب)이다. - **모음 기호 있음**: كِتَابٌ (*kitābun*) - **모음 기호 없음**: كتاب 후자의 형태가 바로 실제 텍스트에서 흔히 마주치는 모습이다. 결국 학습자는 단어의 뼈대(자음 패턴)와 맥락을 통해 의미와 발음을 동시에 복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무작위가 아니라, 놀라울 만큼 정교한 논리적 구조 속에서 가능해진다. (나는 아랍어 학습의 결정적 시기에 중단하는 바람에 아직 그 경계를 완전히 넘지 못했다.) ### **인칭 대명사의 세계** 아랍어의 인칭 대명사 체계는 단순한 ‘나(I), 너(you), 그(he), 그녀(she)’의 차원을 훌쩍 넘어선다. 특히 ‘둘’을 가리키는 인칭 대명사가 따로 존재하며, 남성과 여성의 구분 또한 단수·복수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적용된다. 남녀 구분은 유럽 언어에도 있지만, 아랍어는 그 이상의 철저한 구분이 있다. 예시를 보자. - **나**: أَنا (*anā*) - **너(남성 단수)**: أَنتَ (*anta*) - **너(여성 단수)**: أَنتِ (*anti*) - **너희 둘**: أَنتما (*antumā*) - **그들(남성 복수)**: هُم (*hum*) - **그들(여성 복수)**: هُنَّ (*hunna*) 형용사의 어미 변화 역시 대명사의 성별·수에 맞춰 철저히 조정된다. 즉, 아랍어의 문법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사회적 맥락(성별, 수, 화자의 관점)을 문장 구조 속에서 정밀하게 체현하는 체계라 할 수 있다. ## **감격의 재회** 이번에는 시리아 출신의 선생님 타렉과 공부를 시작했다. 초반에는 이집트 출신 선생님께 오래 배웠지만, 초급 단계를 벗어난 지금은 오히려 작년에 두 달간 함께했던 타렉이 더 잘 맞았다. 그는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완전한 몰입(immersion)이 항상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실제로 언어권 안에서 생활한다면 몰입이 압도적으로 효과적이겠지만, 나처럼 시간을 쪼개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매개 언어(mediator language)가 있는 편이 오히려 학습 효율이 높다. 이해와 확인 과정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8/image.png) 수업 첫날, 타렉은 교재를 펼치며 간단한 인사말을 읽게 한 뒤, 영어 발음 기호 없이 곧바로 연필, 의자, 책상과 같은 기초 단어로 넘어갔다. 내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본 그는 신나게 PDF 페이지를 넘기며 남은 연습 문제는 전부 숙제로 내겠다고 했다. (*وَاجِب 와집*이라는 단어가 숙제를 뜻한다는 것도 다시금 기억났다.) 그가 내가 숙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20분 만에 인칭대명사, 소유격, 기본 동사, 전치사까지 빠르게 복습했다. 타마르부타 (تاء مربوطة), 알리프 함자 (ألف همزة) 같은 문자들을 보는 순간, 오래된 기억이 선명히 되살아났고 가슴이 뛰었다. 그 45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고, 뇌 검사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분명 자연적인 도파민이 흘렀다. 아무런 보상 없이도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활동이야말로 진짜 취미인데, 여러 시도를 해봐도 결국 내게 돌아오는 원점은 언제나 언어 공부다. 자화자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학습자로서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편이다. 예컨대 “소유격에는 *\-ي* (-ya)를 붙이는데, 애초에 단어가 *\-ى* (-yā)로 끝나면 어떻게 되는가?” 같은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규칙을 이해한 상태에서 예외를 짚어내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가르치는 이에게 자신이 다루는 언어에 대한 애정을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된다. 따라서 진심으로 가르침을 즐기는 선생님과 진심으로 배우려는 학생이 만났을 때 나오는 시너지는 독학의 즐거움보다 훨씬 강렬하다. 그런 순간은 나에게 삶의 기쁨, *joie de vivre*, 를 불러일으키는 드문 촉발제다. (참고로 내가 정의하는 “부적절한 질문”은 맥락이나 구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산발적으로 던지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메르켈 총리의 양자화학 박사 논문을 펼친다면, 아마도 그런 질문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 **앞으로의 학습 경로** 어느 언어든 감을 잡고 나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대략적인 그림이 보인다. 메타인지(metacognition)가 발달한 것이다. 아랍어의 경우 동사 체계는 어근(root)과 패턴(pattern)에 기반한 파생형 체계로, 하나의 어근에서 약 10가지 이상의 형태가 뻗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의미가 규칙적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확장된다. 따라서 먼저 **기본형(1형) 동사**를 암기하고, 어린이 동화책 수준의 텍스트를 듣고·읽고·쓰며 감각을 쌓는다. 그리고 파생된 명사와 형용사를 병렬적으로 차근차근 익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디까지나 “풀타임 언어 덕후(full-time language geek)”가 아니기에,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하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모든 체계를 한 번에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숙제를 충실히 하고 일상 속에서 지속 가능한 학습 루틴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 Git 용어의 어원 (Feat. 눈물 젖은 학습기) URL: https://jiwonkwak.co/git-terminology/ Last updated: 2025-08-16T03:09:24.000Z 내가 Git을 처음 배운 건 4년 전이었다.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 모든 문서가 깃허브 Repository(저장소)에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르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스스로 만든 압박 속에, 전면 재택근무라는 환경까지 겹쳐 질문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혼자 씨름하면서 억지로 배워야 했다. 일단 브랜치(Branch), 클론(Clone), 포크(Fork) 같은 기초 개념은 간신히 이해했다. 하지만 **Pull Request**(PR)라는 단어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GitLab에서는 이걸 Merge Request(MR)라고 부르는데, 그게 훨씬 직관적이다.) *“도대체 뭘 Pull한다는 거지?”* 코드도, 협업도 뭔지도 모른 상태에서 Git을 파악하려니, 눈앞은 더 아득해졌다. “지금 코딩도 한다면서, 이런 쉬운 걸 몰랐다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컴퓨터 공포증을 오랫동안 앓고 있던 선량한 문과생이었다. 공인인증서와 그에 수반된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이상한 액티브X 창, 하루 다섯 번 꼬이는 비밀번호. 수년간 지속된 사투에 나는 소진되어 가고 있었다. 결정타는 무방비 상태로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잭 니콜슨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다가 랜섬웨어에 감염된 사건으로, 데이터를 모조리 잃은 뒤에는 만성화된 패배감으로 움츠러들었다. --- ### **Git은 왜 Git일까?** 참고로 Git이라는 이름은 리눅스 아버지 리누스 토르발스가 “멍청이, 얼간이”라는 뜻으로 일부러 지은 것이다. 입문자에게는 이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더 헷갈린다. 단어의 뜻을 파악하면 원리도 보일 거라 착각했던 나는 문서를 읽을수록 모르는 개념이 세 배로 증식하는 경험을 했다. ### **Pull Request는 왜 Pull일까?** 처음에는 진짜 이해가 안 갔다. *“누가 뭘 당긴다고?”* Pull Request는 말 그대로 “내 브랜치에 있는 코드를 메인 브랜치로 Pull(끌어와) 주세요”라는 요청이다. GitLab의 Merge Request(MR)가 더 직관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협업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행위가 “병합(Merge)”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GitHub은 PR이라는 이름을 굳혀버린 것이다. 지금보면 사실 일상에서도 “뚜껑”이라는 말의 어원을 이해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듯 단어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 **첫 PR의 눈물** 그러던 어느 날, 팀에서 “PR 올려주세요”라는 요청이 떨어졌다. 나는 세 시간 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결국 PR을 올렸는데, 알고 보니 다른 팀 개발자 브랜치에다 올리는 기행을 저질러버렸다. 자괴감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내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방에 들어온 엄마가 “왜 우냐” 묻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 **Commit이라는 단어, 어디서 온 걸까?** 어찌어찌 Git에 익숙해지고 나니 문서 번역과 리뷰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Commit 메시지**는 여전히 방치했다. Commit이라는 단어도 이해가 안 갔기 때문에 무시해버렸던 것이다. Git에서 Commit은 변경 사항을 저장소에 남기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이 단어는 원래 데이터베이스 트랜잭션 용어에서 가져온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에서 트랜잭션을 수행할 때는 보통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 Commit: 지금까지의 변경을 확정해서 영구 저장 - Rollback: 방금까지의 변경을 취소하고 이전 상태로 되돌림 즉, Commit은 “이제 이 변경을 되돌릴 수 없는 공식 기록으로 확정한다”는 선언 같은 것이다. 프로젝트 히스토리에 새로운 상태를 남기고, 그 순간부터는 누구도 그 기록을 지워버릴 수 없다. 라틴어 *committere*의 “맡기다, 확정하다”라는 어원적 뉘앙스와도 딱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 기타 용어들 **Stash** 개발 중간에 다른 브랜치로 급히 넘어가야 할 때, 미완성 변경사항을 잠깐 “서랍에 숨겨두는” 비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Squash** squash = 으깨다, 압축하다. 여러 커밋을 한 덩어리로 합쳐서 히스토리를 깔끔하게 만들 때 쓴다. 말 그대로 “으깨서 하나로 만들기.” **Origin** 내가 클론한 원격 저장소(remote)의 기본 이름으로, Git에서 자동으로 붙여주는 값이다. 사실 이름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만, 토르발스가 “기원(origin)”이라는 표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면서 문화가 굳어졌다. **Master → Main** - **Master**: Git 초기(2005\~) 기본 브랜치 이름. ‘마스터 브랜치’라는 표현은 오래된 소프트웨어 업계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 **Main**: 2020년 이후 GitHub·GitLab이 인종차별적 언어 사용 지양을 선언하면서 `main`으로 교체되었다. **Rebase** base = 기반. re-base = 기반을 다시 깔아주다. 내 브랜치의 기반을 다른 브랜치로 옮기는 것이다. **Cherry-pick** 체리만 골라 따다 → 좋은 것만 선택하다.특정 커밋 하나만 다른 브랜치에 골라 반영. ## **Git Commit Message Convention** 기록을 남겨야 하는 순간이니, 사실은 메시지를 잘 작성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당시 번역/리뷰만 하던 입장이었고, 내가 올린 커밋을 누군가 세세히 리뷰하는 경우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커밋 메시지에 진심을 담을 이유가 없었다. 나의 예전 커밋 메시지는 이랬다. ```얍 얍 ㅁㄹㅁㄴㄹㅁ fix ``` 이런 메시지들이 저장소에 박제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쌓여버린 악습관이었다. --- ## **Git Commit Message Convention** Git 세계에는 **Commit 메시지 컨벤션**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흔히 쓰이는 규칙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자. ```markdown feat: 새로운 기능 추가 fix: 버그 수정 docs: 문서 변경 style: 코드 포맷팅, 세미콜론 누락 등 기능에 영향 없는 변경 refactor: 코드 리팩토링 test: 테스트 코드 추가 및 수정 chore: 기타 자잘한 변경 ``` 예를 들어, ``` feat: Added Notes in dashboard fix: Fixed bug in FAQ page toggle_event docs: Updated installation guide in README ``` 이런 식으로 작성하면 팀원들은 커밋 내역만 봐도 “아, 이번 변경이 어떤 성격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 ##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이걸 알면서도 혼자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여전히 원하는 만큼의 정돈된 커밋 메시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8/Screenshot-2025-08-16-at-11.27.55---AM-2.png) 흔들리는 UI 수정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8/Screenshot-2025-08-16-at-11.25.09---AM.png) 설명이 필요없는 최악의 커밋 메시지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8/Screenshot-2025-08-16-at-11.26.01---AM-1.png) 천신만고끝에 에러를 수정​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8/Screenshot-2025-08-16-at-11.25.45---AM.png) 배경 이미지를 몬드리안 스타일로 했고, 당시 보던 남아공 드라마 주인공 남편 이름이 아드리안이었다 참고로 나는 처음부터 GUI의 열성 사용자로서, 터미널을 잘 쓰지 않았던 탓에 커맨드도 잘 외우지 못한다. 매번 창을 켜놓고 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8/Screenshot-2025-08-16-at-11.24.36---AM.png) 협업을 할 때도 중요하지만, 사실 혼자 하는 프로젝트일수록 나중에 과거 코드를 돌아볼 때 “내가 뭘 했더라?”를 알 수 있는 기록이 필요하다. 뒤늦게 고치는 악습관이라 쉽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주의를 기울이는 중이다. ### 키보드 워리어의 양성에 대하여 URL: https://jiwonkwak.co/becoming-an-online-troll/ Last updated: 2025-08-12T23:10:46.000Z 나는 20대 초중반, 1년 남짓 외시를 준비했다. 기간은 짧았지만, 번호를 세 번 바꾸고 세상과의 연결을 거의 끊었다. 노량진까지 가기 싫어 집에서 인강을 들었으니, 말 그대로 **외딴섬**이었다. 그런데 훗날 돌아보니, 이 고립의 시기에 기묘한 변화가 있었다. 현실에서는 누구와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쉬는 시간에 접속한 인터넷에서는 활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나는 원래 댓글을 거의 쓰지 않는 편이고, 그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당시 혼자 시간을 보내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은 나도 모르는 새 키보드를 두드리는 활발한 네티즌이 되어 있었다. 인간에게는 발화 충동(Mitteilungsbedürfnis)이라는 것이 있다. 뇌는 말하기 자체를 보상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출구가 막히면 가장 저항이 적은 방향으로 새어 나가는 것이다. 물론 나는 악성 댓글을 단 적은 없다. 다소 괴짜 같았을 뿐이다. 내 활동 무대는 주로 역사, 국제정치, 외국어였다. 예를 들어 네이버 전쟁 기사에 “유엔은 군사 파견 안 하나요?”라는 댓글이 달리면, 혼자만의 정의감이 끓어올라 유엔 헌장의 몇 조 몇 항을 조목조목 적으며 ‘유엔에는 상설군이 없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나무위키에서 내가 존경하는 레이건 대통령이 모욕당하는 것을 보고는 분노를 삭이지 못해 직접 내용을 수정했다. 구독하던 *Foreign Affairs*지에서 제대로 된 국제정치 글이 줄어든 것을 아쉬워하던 와중에, “전 세계의 성교육” 특집을 실은 편집장 기디언 로즈에게 “현대 국제정치사의 획을 그은 이론이 탄생한 이 명성 높은 학술지에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는 투의 얼간이 같은 항의 메일을 보냈고, 그에 대한 변명조의 답장을 받은 적도 있다. (이건 후회가 없다. 왜 명망 높은 학술 잡지에 롤링 스톤즈 급의 글을 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어떤 물리학 교수의 강의 영상 밑에 “I wish I were his student”라는 무해한 댓글을 달았다가 누군가 내 영어를 시비 걸었을 때는, 억울함이 분노로 번져 장문의 논문 같은 반박글을 써 내려갔다. 그런데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 사실이 오히려 화를 더 부채질했다. 결국 모든 글을 지워버렸다. 누가 보면 “저 사람은 문제가 있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고시 공부를 접고 나서는 이런 행동 패턴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 돌아보면, 이는 ‘혼자 집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억눌린 억울함을 우월감으로 상쇄하려는 심리적 보상 과정이었다. 그 속에서 사회적 상호작용 결핍 → 온라인에서의 대체 발화 → 순간적 쾌감 → 강화(reinforcement)라는 전형적인 보상 회로가 작동했다. 특히 ‘누군가 틀렸을 때 교정하고 싶은 충동’은, 진화심리학적으로 집단 내 지식 질서 유지 본능과 지위 경쟁 욕구가 결합된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상황이 고립될수록 더 날카롭고 공격적인 형태로 표출됐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누군가 시비를 걸었을 때 느낀 분노가 놀라울 만큼 말초적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성적 논박에서 오는 지적 쾌감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억압된 자극이 해방될 때 폭발하는 반사 작용에 가까웠다. 태생이 평화롭고 무해한 나조차 이랬는데, 하물며 깊은 심리적 상흔을 지닌 이가 고립된다면, 억눌린 감정은 쉽게 혐오와 공격성으로 변환되어 댓글창 곳곳을 배회할 것이다. 아마도 ‘키보드 워리어’는 악의에서만 태어나는 존재가 아니다. 발화 욕구 + 사회적 고립 + 즉각적 보상이라는, 너무나 인간적인 삼박자 속에서 배양된다. 단지, 어떤 이는 그 무대를 논문집 위에 펼치고, 어떤 이는 뉴스 댓글창 위에 펼칠 뿐이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8/IMG_4182-1.JPG) ## Sign up for Jiwon Kwak 번역, 테크라이팅, 에세이 Subscribe Email sent! Check your inbox to complete your signup. No spam. Unsubscribe anytime. ### 통번역사 출신 테크라이터가 본 자연스러운 영어 글쓰기 URL: https://jiwonkwak.co/korean-to-english/ Last updated: 2025-08-09T23:48:43.000Z ChatGPT 덕에 이런 작업의 필요성이 거의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한국어로 초안을 쓰고 영어로 번역’한다면 그 결과물을 검수할 눈은 필요하다. 한국어의 흔적이 짙은 영어 문장은 생각보다 금방 티가 난다. 지금은 (남이 쓴 글에 한정해) 내용 외적인 부분에 자아를 개입시키지 않고 무시하는 법을 터득한, 비교적 성숙한 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학창 시절의 나는 달랐다. 그것은 아마도 중2병의 특이한 발현이었을까. 당시 나를 움직인 영어 공부의 원동력은 단 하나였다. > *“글만 보면 한국인 티가 안 나게 쓰겠다.”* --- ### ‘한국어 흔적’이 짙은 영어란 무엇인가? 이를 정의하려 하면, 몇 가지 특징적인 경향이 떠오른다. 첫째, 한국어식 결론 도입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 예컨대 “연구 결과…”를 무조건 As a result of the study…로 옮기는 경우가 그렇다. 후자는 인과 관계를 나타낼 때 쓰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어를 많이 볼 수 있다. Researchers have found... According to the study...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둘째, 불필요한 수동태 남발이다. 한국어의 “\~이 이루어졌다”를 기계적으로 It was achieved that…로 옮기는 식이다. 셋째, **장황한 문장 구조의 직수입**이다. 주절, 종속절, 삽입 구문이 한 문장에 뒤엉켜, 의미는 전달되더라도 호흡이 지나치게 길어진다. 넷째, **특정 어휘에의 집착**이다. 이를테면 “기반”이라는 단어를 모든 상황에서 *base*나 *basis*로 번역하는 경우다. 실제 영어 사용에서는 *foundation*, *framework, cornerstone* 등 맥락별 선택지가 훨씬 넓다. 마지막으로, **명사화를 과도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 “\~에 대한 우려의 표출”을 An expression of concern about…처럼 옮기는 식이다. 이런 구조는 영어 문장을 불필요하게 추상적이고 뻣뻣하게 만든다. 반면 이를 동사로 풀어 쓰면 (*This reflects concerns about…)* 문장은 훨씬 간결하고 유려해진다. 이러한 패턴들은 문법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한국어 흔적’을 즉각 감지하게 한다. --- 아래는 임의로 검색한 한 논문의 초록이다. (내용 자체는 무관하며, 영어만 분석한다.) > **원문:** > 이는 국제정세의 변화와 테러 자금의 유입경로가 차단되고, 조직 내부적 기반이 변화되는 등 테러 조직이 스스로 약화된 구심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테러 양상의 확장과 다변화를 우려하는 시각의 표출로 볼 수 있다. > > **저자의 번역:** > *This is a manifestation of a worrying view of the changing situation of terrorism* in the process of seeking ways to strengthen the centripetal force that has been weakened by the terrorist organization itself, such as changing the international situation and blocking the path of the inflow of terrorist funds. 직역이 심각하고, 의미도 제대로 전달이 안 된 오역문이다. - manifestation: ‘표출’을 기계적으로 옮겼지만, 원문의 핵심은 "시각을 보여준다"이지 ‘표출’이라는 명사의 물리적 뉘앙스가 아니다. - worrying view: 원문 구절 "우려하는 시각"에서 "시각"이 결정적인 요소인가? 그냥 핵심인 "우려"라고 하면 된다. - 그리고 구심점을 굳이 centripetal force라고 직역할 필요도 없다. 구심점의 역할이 무엇인가? 뭔가를 결집하는 에너지다. - itself는 왜 들어갔는가 - such as 보다는 배경·맥락을 설명하는 구문이므로 *amid*, *given*, *due to* 등이 더 적합하다. > **개선:** > This reflects concerns about the potential expansion and diversification of terrorist activities, as organizations seek ways to restore their weakened internal cohesion amid shifts in the global landscape, blocked funding channels, and changes in their foundational structures. --- ### 집착 시절의 언어 습관 한창 영어를 할 때는 영문 활자라면 전부 읽었다. 콩글리시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역병 대하듯 피했다. **Word Smart** 시리즈는 걸레짝이 될 때까지 봤고, *TIME*지와 미국 교과서를 탐독했다. 그 시절의 은밀한 취미는 *TIME*지에 독자 기고문을 보내는 것이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8/-------------------------------2020-09-06-23.42.55.png) --- ### 독일어에서도 반복된 패턴 이 집착은 독일어 공부에도 이어졌다. 한국인이 직역한 독일어를 보면 묘한 거부감이 들었고, 이를 피하기 위해 최고 근엄 **Duden** 사전의 예문을 통째로 외웠다. 목표는 단 하나, 무조건 ‘현지인 같은’ 표현. 그 결과, 재학 시절에는 독한보다 한독 번역에 더 자신 있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절대적인 시간 부족으로 언어 공부를 예전만큼 못하지만, 여전히 직역이 아닌 현지식 표현을 배우려 한다. --- ### 그리고 지금의 생각 실질적 국경이 무너지고 ‘글로벌화된 영어’가 보편화되면서, “자연스러운 영어”라는 목표의 가치가 예전만큼 절대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애초에 거창한 의미를 좇아서 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언어 덕후의 습성일 뿐이다. ### 중년 남성과 강아지의 미학 URL: https://jiwonkwak.co/on-dogs/ Last updated: 2025-12-06T01:00:47.000Z 귀여움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 위치한 두 존재가 만들어내는 정서적 충돌과 융합의 결정체 _This post is for subscribers only._ ### 그냥 넷플릭스가 나을 뻔했다 URL: https://jiwonkwak.co/on-reading/ Last updated: 2025-08-02T04:13:46.000Z 나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 자기계발서, 심리학 책, 외국어 학습용 텍스트가 내 독서의 대부분이다. 취향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선택된 편식이다. 예전엔 음악을 틀어놓고 책장을 넘기던 ‘순수 독서’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행동에 목적이 붙는다. 실용성 없는 독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나마 프랑스어나 독일어 소설을 가끔 펼치는 건 언어 학습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예외였다. 소설 한 권을 집어 들었고, 그 결과는 예상과 아주 달랐다. 도파민은 분출됐지만, 남은 건 피로감과 불쾌감뿐이었다. _This post is for subscribers only._ ### 친구보다 사장님이 좋은 이유: 나는 왜 거래적 관계가 더 편할까 URL: https://jiwonkwak.co/friendship/ Last updated: 2025-07-31T00:15:45.000Z 관계에 기대를 거두고 나서야 보인 것들 _This post is for subscribers only._ ### 갓생의 이면 URL: https://jiwonkwak.co/morning-routines/ Last updated: 2025-07-26T00:57:54.000Z 주변에서 “브이로그를 해보라”는 말을 다섯 번째쯤 들었을 때, 문득 진지하게 상상해봤다. 나는 오래 전부터 새벽형 인간이었다. 대학 시절에는 생체 리듬이 아직 조율되지 않았는지, 밤새 술을 마시고 첫차를 타고 집에 들어오는 날들이 잦았다. 하지만 20대 중반이 지나면서부터는 알람도 없이 새벽에 눈이 번쩍 떠지고,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는 습관이 몸 깊숙이 자리 잡았다. 물론 피로가 쌓이면 주말에는 늦잠을 자기도 한다. 내게 ‘늦잠’이란 오전 6시를 의미한다. 브이로그라니. 해외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나 브라이언 존슨 같은 사람들의 아침 루틴을 보면, 그들은 스마트폰을 멀찍이 치워두고 해변이 보이는 통창 저택에서 명상과 저널링으로 하루를 연다. 한 편의 라이프스타일 화보다. 반면 나는 그저 평범한 창문이 있는 집에서 4시 50분이나 5시쯤 눈을 뜬다. 첫 행동은 침대 옆 캐비넷에 올려져 있는 스마트폰을 가져와 시간을 확인하고 아직 개장 중인 미국 주식 시장과 코인 거래소를 훑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곧장 주방으로 가서 올리브유를 마시고, 따뜻한 물과 함께 영양제를 털어 넣는다. 그 다음은 2층 작업실로 뛰어 올라가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일을 한다. 명상은 내게 졸음을 부르고, 저널링은 밤에나 드문드문 한다. 그것도 우아한 감성 문장이 아니라, 영어·독일어·한국어가 뒤섞인 욕설과 인생의 어두움을 해부한 흔적들이다. 아무리 예쁜 다이어리를 사도 금세 ‘감정 쓰레기통’으로 추락한다. 버릴까 하다가도 그 속에 남아 있는 날것의 감정 덩어리에 묘한 애착이 생겨 그대로 둔다. 사실 이런 정직한 내적 성찰이야말로 진정한 갓생에 포함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니까. 아침 루틴에서 미적 요소라 할 만한 건 예쁜 잠옷 정도다. 집 전체에 나름 감성에 맞춰 배치한 인테리어 등도 있지만, 새벽부터 생산성 시동을 거는 나의 동선에서는 크게 강조되진 않는다. 이쯤 되면 ‘미적’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민망하다. 가끔은 새벽부터 눈을 번쩍 뜨고 어두운 복층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는 내가 광인처럼 느껴진다. 겉으로는 미학이 없지만, 루틴의 본질은 ‘몸을 관리하는 방식’에 있다. 저속노화(anti-aging)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나는 NMN, NAD, 레스베라트롤 같은 보조제를 챙겨 먹었고, 식단의 주역은 언제나 단호박, 렌틸콩, 병아리콩, 브로콜리였다. 설탕은 거의 입에도 대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철저한 건강 루틴 속에도 ‘연출’이라는 것은 없다. 신속하게 만든 단백질 식사를 컴퓨터 앞에서 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가끔 식사를 준비할 때도 메뉴는 단출하다. 브로콜리, 단호박, 그리고 소스 한 방울 없는 렌틸 스파게티면. 나에게 요리해주는 건 꽤 쉬운 일이다. 다만 이건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스스로 잘 먹지 않아도, ‘해먹이는 욕구’가 유난히 강한 사람이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사람이든, 다른 생명을 먹이는 것에서 강한 즐거움과 만족을 느낀다. 특히 한식 요리에 꽤 자신이 있는데, 해먹일 존재가 없어서 오랫동안 그 욕구가 늘 억눌려 있었다. 다행히 로날드는 전형적인 ‘한국 아재 입맛’이라 된장찌개, 제육볶음, 삼계탕, 그리고 내가 어릴 적 먹던 다양한 밑반찬을 해줄 수 있다. 덕분에 가끔 차려지는 그 소박한 식탁 위에서 묘하게도 이상한 미학이 완성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데 내 루틴은 식탁에서 끝나지 않는다. 먹는 것만큼이나 운동에도 집착한다. 집 안에 운동 전용 방을 만들어 필요한 기구들을 갖췄지만, 인스타 감성의 예쁜 세트 운동복과는 거리가 멀다. 손에 잡히는 티셔츠와 레깅스를 입고 머리를 질끈 묶는다. 복근도 존재하고, 근육의 라인도 어느 정도 있지만, 일차적 목표가 체형 관리다 보니 고중량 운동은 하지 않는다. 열량 섭취도 전략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한다. 그래서 힘도 세지 않고 체력 자체는 후진 편이다. 사람 많은 곳을 다녀오면 금세 졸리고, 종종 혈압이 낮아 기절도 한다. 이상한 자세로 자면 사흘 동안 허리가 아프다. 가끔 내 자신을 보면 정말 허술하다. 겉보기엔 ‘갓생 체크리스트’를 다 채웠지만, 브이로그를 구상해보며 본 내 삶은 허점투성이다. 미학적 완성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전략적으로 큐레이팅해야 하는데, 그럴수록 삶이 현실감각에서 멀어지고, 무엇보다 그럴 시간이 있나 싶다. 그럼에도 매일 바쁘게 굴러가다 보니 어느새 이 루틴이 내 몸에 박혀 버렸다. 세련되진 않지만, 묘하게 이 엉성한 루틴이 지금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한다. 언젠가 이 삶을 영상으로 남겨볼 수 있을까. ### 두 명에게 릴리스 노트를 보내다 (번역 트래커) URL: https://jiwonkwak.co/translation-tracker/ Last updated: 2025-07-21T11:39:21.000Z 누군가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는 번역사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번역 트래커를 만들었다. 번역 프로젝트는 대부분 마감일과 총 분량이 정해져 있는데, 그걸 매번 수기로 기록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데드라인을 입력하면 필요한 일일 작업량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단순한 번역 트래커를 만들었다. 모바일(iOS) 버전도 개발 중이긴 한데, iOS 빌드 속도를 참고 있을 여유가 없다. 게다가 본업도 바빠서 큰 진전이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번역사 대부분은 랩탑 + 브라우저로 작업하니, 웹 앱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날짜/작업량 계산 로직을 구현하고,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UX를 개선, 데이터베이스와 Authentication을 연동한 뒤 Reddit 번역가 포럼에 공유했다. 개인 프리랜서 번역사의 고충을 꽤 아는 편이다. 시중 번역 툴은 대체로 Windows 한정이고, 비싸고, UX도 후지다. 아주 구체적인 타겟이지만, 이 필요를 느낀 사람이라면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 버전 2 릴리스 한동안 방치해뒀던 프로젝트에 애정을 쏟아주고 싶어졌다. 주말에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그동안 미뤄둔 기능을 몇 가지 추가했다. ### **추가된 기능** - 캘린더에서 드래그하여 휴식일 추가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7/Add-Restday.gif) - 프로젝트별 메모 기능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7/note.gif) - 프로젝트 완료 시 팝업 및 완료 프로젝트로 이동 - 전반적인 UI 개선 - 프로젝트 캡처 기능 (에이전시나 출판사 공유를 위해)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7/capture.gif) [https://translation-tracker.vercel.app/](https://translation-tracker.vercel.app/?ref=jiwonkwak.co) 도메인도 굳이 안 달았고, 이건 완전 취미 프로젝트다. 유료 서비스도 아니고, DB 용량도 적어서 Supabase 무료 플랜으로 잘 굴러간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다. *"이거 혹시 누가 쓰고 있나?"* 데이터베이스를 열어봤더니, 약 100명이 로그인을 해봤고, *놀랍게도 두 명이 규칙적으로 사용 중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타겟이 좁아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겐 꽂힌다는 걸 다시 느꼈다. 소소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묘한 책임감이 올라왔다. ### 릴리스 노트를 보내다 이 두 분께서 혹시나 갑자기 바뀐 UI나 기능에 당황할까 봐, 여러 번 빌드해본 뒤 배포했고, 직후에 새로 추가한 기능을 정리해 릴리즈 노트를 이메일로 보냈다. 이게 바로 마이크로 SaaS 운영자의 잔망스러운 책임감이다. ### 배려도 스킬이다 URL: https://jiwonkwak.co/empathy-burnout/ Last updated: 2025-12-07T12:36:27.000Z 몇 년전, 아잔 브람 스님의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그 단순한 명료함은 곧바로 뇌리에 박혔다. 타인과 교류할 때면 나에게 이익이 될까 무의식 중에 저울질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이를 거스르며 박애라는 목표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는 ‘현실적 액션 플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이 문장은 내 인생의 미니 모토가 되었다. 이후에 꽂힌 개념은 ‘액티브 리스닝’이다. “칼로리가 소모될 정도로 경청하라”는 말이 머리에 각인되고 말았다. 액티브 리스닝은 단순히 ‘조용히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언어뿐 아니라 표정, 어조, 숨은 감정까지 온몸의 신경을 총동원해 읽어내는 고도의 인지 활동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단순한 리액션을 넘어 상대의 말 뒤에 숨어 있는 ‘말하지 않은 것’까지 헤아려보려는 태도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말한 ‘공감적 이해’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원래도 공감을 잘 하는 타입이지만, 무엇이든 의식적으로 잘 해내기 위해서는 높은 에너지 소모율을 감수해야 않는가. 타인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그 사람의 언어와 감정을 온전히 받아내려면, 내 안의 판단과 선입견을 잠시 끄고 정신을 최대한 집중을 해야 한다. 배려의 깊이에는 끝이 없다. 예컨대 노화와 죽음에 관한 책 『Being Mortal: Medicine and What Matters in the End』는 노화가 수반하는 신체적·인지적 변화와 그로 인한 존엄의 흔들림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정신은 여전히 선명하지만, 몸만 늙어가는 노인들이 겪는 불합리하고 서러운 불편함이 칼날처럼 와닿았다. 책에서는 뼈와 관절이 얇아지고 키가 줄어드는 현상, 염증성 관절염,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 근육량 감소로 인한 약화, 폐 기능 저하로 인한 숨참, 그리고 시력·청력 감퇴를 상세하게 다룬다. 더 나아가 기억력 저하, 반응 속도 둔화, 판단력의 미세한 약화 등 인지적 변화가 일상의 독립성을 조금씩 갉아먹는 과정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인간이란 결국 ‘자기 몸의 서서히 무너지는 질서를 이해하고 설득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나도 언젠가 이 모든 현상들을 맞닥뜨릴 존재이기에, 그것을 그저 이론으로만 흘려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어르신 앞에서 본능적으로 ‘보정 모드’를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목소리를 0.4배 높이고, 음도는 3톤쯤 끌어올리고, 말하는 속도는 0.8배 느리게, 리액션은 평소보다 과장된다. 실제로 책에서는 “빠른 읽기나 타자 사용 못하는 어르신이 독서나 이메일 작성조차 포기하게 된다”고 하며, 일상적 활동 능력의 저하가 인간 존엄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들과는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다. 이 뿐 아니라, 에블린 크로네의 뇌 관련 저서를 읽으며 각 시기별 호르몬 변화가 사람의 감정, 행동, 에너지 수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깨달았다. ‘사람은 결국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생물학적 존재’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면서도 이상하게 안도감을 주었다. 피로, 예민함, 감정 기복 같은 일상적인 불편함들이 개인의 ‘성격 결함’이 아니라 생리적 조정 과정의 산물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타인을 판단할 때 훨씬 신중해지고 관대해졌다. 타인에 대한 섬세한 배려로 이어지는 학습을 통한 공감대 확장은 내 삶의 지향과 합치되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만나다 보니 매번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누구를 만날 때 온갖 멘탈 체크리스트를 관리하니 결국 나는 ‘사람을 너무 생각하다가, 정작 사람을 피하게 된 사람’이 되어갔다. 스스로를 소모시키지 않고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문득 ‘피플 플리징(people-pleasing)’의 잔재가 아직도 내 안에 은근히 웅크리고 있지 않은가를 살펴보게 되었다. 타인의 기분을 과도하게 수습하려는 습관은 결국 ‘경계 설정(Boundary Setting)’의 실패라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초자아는 내재화된 청교도 부모 같은 존재로, 도덕적 채찍을 휘두르는 철학자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남을 배려해야지. 아니면 네가 인류의 의식 진화에 걸림돌 같은 존재가 될 거야?” 반면 이드는 타협을 모르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속삭임을 던진다. “그냥 방구석에 있어. 존재 자체가 소진되면 배려도 사치야” 그리고 정신세계의 중간 관리자 같은 자아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느라 줄타기를 한다. 내향인이라 그런 걸까. 내가 느낀 내향인과 외향인의 가장 큰 차이는 단순했다. ‘소셜 배터리의 용량.’ 외향인은 5,000mAh의 급속충전 보조배터리를 장착하고 태어난 것 같고, 나는 800mAh 구형 배터리를 달고 태어난 것이다. 충전 속도도 느리다. 하지만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단지 배터리 용량이 소형 모델일 뿐이다. 본성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눈앞의 타인인 동시에, 내 에너지를 관리해야 할 나 자신이기도 하다. ### 발음과 억양 URL: https://jiwonkwak.co/accents-and-pronunciation/ Last updated: 2025-07-19T00:10:02.000Z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라 그 사회가 가진 **문화적** 지층과 계급적 그림자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억양과 발음은 그 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인 신호다. 예컨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남부의 *Southern drawl*을 예로 들자면, 길게 늘어지는 모음과 완만한 리듬은 듣는 순간 어떤 이미지를 환기시킨다. *"주말 예배, 달콤한 아이스티, 그리고 넓은 마당이 있는 집."* 미국인들조차 그 억양을 들으면 ‘환대와 가정적인 따뜻함’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나는 이 억양이 가진 서정성을 좋아해서 남부 억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까지 챙겨봤다. 매일 듣다 보니 억양이 단순한 발음의 변주가 아니라, 그 사회의 정체성과 태도를 압축한 상징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아직 가본 적도 없는 텍사스와 먹어본 적도 없는 오크라 튀김에 대해 좋은 이미지가 있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미국 억양은 보스턴 억양인데, 영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흔적이 남아 묘하게 굴곡진 모음, 특유의 거친 울림이 귀에 오래 남는다. 호주나 남아공의 자유롭고 명랑한 억양, 슬라브권의 모국어의 질감을 그대로 반영하는 이국적인 깊이도 좋아한다. 싱가포르에 다녀온 뒤로는 한동안 말레이/싱가포르 억양을 파고들었다. 흔히 말하는 말 끝의 *\-la*보다, 영어에 성조를 입힌 듯한 억양, 싱가포르 내에서만 듣던 특정 어휘 사용이 현지인들의 환대와 합쳐져 너무 사랑스러웠다. 영국의 억양은 말 그대로 계급을 발음으로 드러낸다. RP(Received Pronunciation)는 BBC 앵커들이 쓰는 ‘표준영어’이자 상류층의 억양이다. 단정하고 매끄럽지만, 동시에 거리감이 있다. 흔히 *posh accent*라고 부른다. 반대로 Cockney는 런던 노동계층의 억양을 대변한다. 탈락음이나 글로털 스톱(glottal stop) 등 특유의 발음 습관이 있고, 한때 ‘촌스럽다’는 편견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문화적 개성으로 존중받는다. 미국에서도 억양과 사회적 이미지가 분리되지 않는다. *Southern drawl*은 따뜻함과 유머를 연상시키면서도 ‘보수적’이고 ‘전통적’이라는 편견과 함께 소비된다. 억양 하나로 누군가의 사회적 배경을 가늠하려 드는 시선은 흥미롭지만 동시에 위험한 함정을 품고 있다. --- ### **발음과 편견** 한국 사회에서 발음을 둘러싼 논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여전히 ‘영어 발음이 완벽하지 않으면 영어를 못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하지만 발음은 유창함의 전부가 아니다. 발음이 아무리 좋아도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다면 소용없다. 나에게는 발음 그 자체가 흥미 대상일 뿐, 절대 상대방의 언어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삼지 않는다. 내용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발음을 소홀히 할 수만은 없다. 적어도 상대방이 알아듣는 수준의 발음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닐까. 심각한 악필로 쓴 글을 볼 때, ‘문자 표기는 사회적 약속인데, 이렇게 못알아 보게 쓸 거면 왜 썼을까’라는 생각이 진지하게 든 적이 있다. 발음도 비슷하다. 흥미롭게도 유럽인들은 발음에 대해 한국보다 더 미묘하게 예민하다. 다양한 이민자 억양에 익숙해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발음이 유난히 정확한 사람에게는 과장 없는 칭찬을 건넨다. 독일에서는 억양이 지나치게 강하면 본인들끼리도 “Hochdeutsch(표준 발음)으로 해 달라”고 할 정도다. 대학원 시절 수행 통역을 할 때 독일 기업인 아저씨들이 “발음이 독일인 같다, 살다 왔냐”고 묻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일정 중 아침에 내가 “Haben Sie Kater?(숙취가 있으세요?)”라고 묻자, 그분이 잠시 “Haben Sie Karte?(카드 있으세요?)”로 알아듣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내 의도를 이해하고 웃어 넘기셨다. 프랑스어 과외를 받을 때는 “부모님이 프랑스인이냐”는 질문을 들었다. 내가 보기엔 그 정도는 아닌데, 다른 학생들의 발음이 그만큼 안 좋았나보다. 내가 배웠던 모든 언어에서 발음이 좋다는 칭찬을 받았다. 나는 그만큼 집요하게 연습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발음이 언어 실력의 전부는 아니지만, 정확한 발음이 주는 인정과 신뢰는 분명히 있다. --- ### **억양은 모방의 산물** 억양은 노출된 환경의 산물이다. 나 역시 처음 영어를 배울 때 미국에서 살았기에 자연스럽게 미국식 억양이 몸에 배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집착하듯 들었던 시절, 대학 때 캘리포니아 출신 친구들과 어울린 것 모두 지금의 억양에 영향을 줬다. 대학생 때 약간 어색한 영국 영어를 구사하던 사람을 봤는데, 흥미롭게도 영국에서 짧게라도 유학한 사람들은 어김없이 영국식 억양을 흡수한다. 북미 억양이 지배적인 교육 환경에서 영국 억양을 듣는 것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곧 납득이 갔다. 모방의 중요성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던 나는 독일어를 배울 때도 ‘모방 대상’을 신중히 골랐다. 여러 사람을 거쳐 최종적으로 남은 유튜버 두 명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출신이었다. 특히 뒤셀도르프 출신 여성의 발음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영상을 보며 메모를 하고, 그녀의 표현을 따라 혼잣말을 하며 익혔다. 개인 채널의 매력은 교과서엔 없는 생생한 언어가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다. 더구나 내 또래 여성들이어서 유용한 표현들이 많았다. (얼굴이 부었다 등...) 나는 덕분에 그들의 구독자 수가 점점 늘고, 대중매체 출연, 연애, 이별, 결혼, 출산, 가슴 확장술 부작용, 이혼 등의 과정까지 지켜보면서 마치 장기 인류학 실험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취향에서 제외된 억양도 있다. 예를 들어 *ch*를 *sh*처럼 발음하는 헤센 지역의 습관은 어쩐지 귀에 거슬렸다. 바이에른주 억양은 독일의 ‘텍사스’라 불릴 만큼 강한 개성이 있는데, 통역 자료로 만났을 때 이해하기가 힘들어 눈물이 찔끔 흐른 후로는 약간의 거리감을 느낀다. --- ### **발음을 향한 집착** 나는 발음에 유난히 민감하다. 남의 발음도 잘 잡아내지만, 내가 잘못 발음했을 때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 학습 체계에서 발음, 청해력, 어휘는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를 배울 때도 리아종을 뚫어 듣고 받아쓰는 데 몇 달을 쏟았다. 프랑스어 발음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에디트 피아프의 옛 노래에서는 혀를 굴리는 *r*이 강하게 들리지만, 현대 프랑스어는 대부분 목구멍 *r*로 대체되었다. 이 목구멍 *r*은 독일어에도 있다. 대학 수업에서 목구멍 *r*을 포기하고 *h*로 발음하는 학생들을 보면 순간 움찔했다. 프랑스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La Vie en Rose”를 내놓고 ‘라비앙호즈’라 표기하기도 했었다. 사실 발음을 두고 답답했던 적은 많았다. “명백히 다른 소리를 왜 구분 못하지?”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어느 날 깨달았다. 친했던 한 독일어 교수님은 한국인 남편과 살며 한국어를 꽤 열심히 배우셨지만, *ㅊ*과 *ㅈ*을 헷갈려 늘 내게 확인하셨다. 그걸 보고 사람마다 귀의 민감도가 다를 수 있겠다고 납득했다. --- 결국 이 집착은 나의 덕후 기질이다. 발음을 얼마나 중시하느냐는 각자 다르고, 절대적인 실력의 척도도 아니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교수님들도 한국식 억양이 강한 경우가 있다. 다만 나는 발음과 억양을 언어의 음악성을 체감하는 창구이자, 문화의 한 단면으로 본다. 사람과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일종의 집요한 애정이다. ### 자주 클릭되는 질문은 무엇일까 – FAQ 사이트에 GA 커스텀 이벤트 적용하기 URL: https://jiwonkwak.co/custom-event-google-analytics/ Last updated: 2025-07-16T12:57:39.000Z 올해 상반기 정적 사이트 생성기 Eleventy를 활용해 [FAQ 페이지](https://faq.rbln.ai/?ref=jiwonkwak.co)를 구축했다. 모든 질문과 답변이 한 페이지 안에서 토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페이지 자체는 잘 작동하니, 사용자가 어떤 질문을 자주 클릭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Google Analytics 4(이하 GA4) 태그를 삽입해 트래킹을 시도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GA4는 기본적으로 페이지 단위의 조회 데이터만 제공하기 때문에, "유저가 어떤 질문에 관심을 가졌는가?"에 대한 인사이트는 얻을 수 없었다. FAQ 페이지가 로딩되었다는 정보는 알 수 있었지만, 어떤 항목이 실제로 클릭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검색 기능은 있었지만, 검색어 데이터도 따로 수집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 ## 해결 방법: 커스텀 이벤트 및 검색어 추적 추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작업을 진행했다: 1. `faq_toggle`이라는 커스텀 이벤트를 만들어, 각 질문이 토글될 때 GA4로 이벤트가 전송되도록 설정했다. 2. GA4에서 기본 제공하는 검색 이벤트인 `view_search_results`를 Enhanced Measurement 설정을 통해 활성화했다. 먼저 첫 번째 커스텀 이벤트는 다음과 같이 구현했다. 질문 텍스트는 `questionText` 변수로 받아왔기 때문에, 이를 `event_label` 파라미터로 설정했다. ```javascript gtag('event', 'faq_toggle', {   event_category: 'FAQ',   event_label: questionText,   language: document.documentElement.lang || 'unknown' }); ``` 이벤트를 GA4에 전송한 이후에는 Admin > Custom Dimensions에서 해당 파라미터들을 등록해야 한다. --- ## Looker Studio에서 시각화하기 Looker Studio를 사용하면 위에서 만든 데이터를 간편하게 시각화해 공유할 수 있다. 1. **Dimension**은 `Event Label`을 선택하고, 시각화 상에서 이름을 `"FAQ Question"`으로 변경한다. 2. **Metric**은 `Event Count`를 설정한다. ![](https://lh7-rt.googleusercontent.com/docsz/AD_4nXciUNItY5JCRBdrmWooFfaXEhmnPupq5X5za9brXdDZJPrE08VVIgu7w_1994lge9Dy4OKsJQ9RFzlIt11oP0X659nq2ShtQwKIAeI--RF1rCVYIRB6ZiKuZ7j3DWnm1SePP2I9?key=y2Xd2br3HIAkDFGvOsaxPg) 1. 필터 조건으로 **Event Name** \= `faq_toggle`인 데이터만 포함되도록 설정한다. ![](https://lh7-rt.googleusercontent.com/docsz/AD_4nXddyDA7fZnaJheecdYL-Xtyuxf6htU6-AEZ_RLvKzbD1A-TCDUC09s6SBcNnQlcO5umImf7IZpUg1LuxPAA-Xbqde24w1i-2OO6pt1x_8vlwjYsBGxBqIIOZkUxUMohqcsBSYRNug?key=y2Xd2br3HIAkDFGvOsaxPg) 이렇게 설정하면 어떤 질문이 자주 클릭되었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콘텐츠 구조나 FAQ 순서를 개선하는 데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삼을 수 있다. ![](https://lh7-rt.googleusercontent.com/docsz/AD_4nXcGCEM1k3pvngwp4aH2eTAPgBdNKQqrfxaveJDroBug5DSJiFa6Ci-C_47siEUggWLrgKz6T3y-plFErw7LlZ6FLnFBmnfzTolccZ_mwO-a3JwERmsIfIurOQNiQrUOkf1lGF_O?key=y2Xd2br3HIAkDFGvOsaxPg) --- ## 검색 이벤트 추적하기 내부 검색 기록도 함께 수집하고 싶다면, GA4의 Enhanced Measurement > Site Search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1. GA Admin > Data Streams > Enhanced Measurement로 이동 2. Site Search를 활성화 3. 검색어가 담긴 쿼리 파라미터 (예: `?q=`)를 입력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7/google-analytics-1-1.png) 이후 `view_search_results` 이벤트가 자동으로 수집되며, `search_term`이라는 파라미터에 검색어가 담긴다. Looker Studio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다: - **Dimension**: `search_term` - **Metric**: `Event Count` - **Event Name** 필터: `view_search_results`만 포함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7/Screenshot-2025-07-16-at-9.52.09---PM.png) --- ## 결론 FAQ는 단순히 질문과 답변을 나열한 페이지가 아니다. 어떤 질문이 많이 클릭되는지, 어떤 검색어가 입력되는지를 추적해야 사용자의 실제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춰 콘텐츠를 최적화할 수 있다. ### Basic Auth 미들웨어로 홈페이지 잠그기 (Feat. Next.js Middleware) URL: https://jiwonkwak.co/basic-auth-middleware/ Last updated: 2025-07-14T09:56:04.000Z 사내 데모나 개인 프로젝트를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배포 해놓고, (아무도 들어오진 않겠지만) 외부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을 수 있다. 패스워드로 접근을 제한하는 기능은 일반적인 CMS에서는 무료로 제공된다. 하지만 직접 만든 Next.js 기반 블로그에 적용하려면 구현이 필요하다. (지금 그걸 내가 하는 중이다. 아예 처음부터 에디터, 데이터베이스까지 연동한 테크 블로그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다음 번에 다루도록 하겠다.) 배포 플랫폼에서도 제공을 하지만, 내가 사용한 Netlify에서는 유료다. 돈을 아끼면 좋고, 또 직접 구현해보고 싶었다. 이 글에서는 Next.js에서 `middleware.ts`를 사용하여 특정 경로에 대해 요청을 가로채고 처리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Basic 인증 미들웨어**를 만들어 잠금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을 다뤄보겠다. 복잡한 OAuth나 JWT 없이, 정해진 사용자/비밀번호로 인증만 통과하면 접근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 ## 구현 방법 (코드 예시: `middleware.ts`) ```javascript // Next.js의 Response 객체와 타입을 불러옴 import { NextResponse } from 'next/server'; import type { NextRequest } from 'next/server'; // 간이 인증용 유저명과 비밀번호 (실제로는 환경변수로 관리해야 함) const USERNAME = 'ADMIN'; const PASSWORD = 'PASSWORD123'; // 모든 요청마다 실행되는 middleware 함수 정의 export function middleware(req: NextRequest) { // 요청 헤더에서 Authorization 정보를 가져옴 const auth = req.headers.get('authorization'); // Authorization 헤더가 존재하면 if (auth) { // "Basic base64encoded" 형식으로 되어 있으므로, 공백 기준으로 분리 const [scheme, encoded] = auth.split(' '); // 인증 스킴이 'Basic'일 때만 처리 if (scheme === 'Basic') { // base64 인코딩을 디코딩한 후, 콜론(:) 기준으로 유저명과 비밀번호 분리 const [user, pass] = atob(encoded).split(':'); // 유저명과 비밀번호가 일치하면 요청을 허용 (다음 처리로 넘어감) if (user === USERNAME && pass === PASSWORD) { return NextResponse.next(); // 정상 처리 } } } // 인증 실패 시, 브라우저에서 로그인 팝업을 띄우도록 401 응답 반환 return new Response('Authentication required', { status: 401, headers: { 'WWW-Authenticate': 'Basic realm="Secure Area"', // 로그인 팝업용 헤더 }, }); } // middleware가 적용될 경로 설정 export const config = { // 정적 파일(_next/static 등)은 제외하고 모든 경로에 대해 적용 matcher: ['/', '/((?!_next/static|_next/image|favicon.ico).*)'], }; ``` --- ## 인증 방식: Basic Auth란? Basic 인증은 HTTP 프로토콜 수준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인증 방식이다. 클라이언트가 요청 시 `Authorization` 헤더에 아래와 같은 형태로 아이디/비밀번호를 담아 보낸다: ``` Authorization: Basic base64(username:password) ``` 예를 들어 `ADMIN:PASSWORD123`이라면 아래처럼 base64로 인코딩된다: ``` Authorization: Basic QURNSU46UEFTU1dPUkQxMjM= ``` 서버는 이 값을 다시 **base64 디코딩**해서 유저명과 비밀번호를 식별한다. ## ​환경 변수 **분리** 해당 프로젝트의 경우 기밀 정보 같은 것이 전혀 없는 껍데기 수준이라 코드에 USERNAME과 PASSWORD를 하드코딩했지만,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 환경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 루트 디렉토리에 `.env.local` 파일을 생성한다. ``` BASIC_AUTH_USER=ADMIN BASIC_AUTH_PASS=PASSWORD123 ``` .env.local 그리고 자동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next.config.js` 파일에 추가한다. ``` module.exports = { env: { BASIC_AUTH_USER: process.env.BASIC_AUTH_USER, BASIC_AUTH_PASS: process.env.BASIC_AUTH_PASS, }, }; ``` next.config.js ## **HTTPS가 반드시 필요** Basic Auth는 비밀번호를 암호화하지 않고, 단순히 Base64로 인코딩해서 전송한다. Base64는 그냥 “문자열을 다른 형태로 바꾼 것”일 뿐이다. 즉, HTTP로 통신하면 누구든지 중간에서 패킷을 가로채서 계정 정보가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그래서 HTTPS가 필요하다. HTTPS는 네트워크 구간 전체를 암호화해서 중간자 공격(MITM)을 막아준다. 따라서 Base64 인코딩만 하는 Basic Auth도 HTTPS 위에서 써야 어느 정도 안전하게 작동한다. 참고로 Netlify, Vercel, GitHub Pages 같은 플랫폼은 배포하면 자동으로 HTTPS를 기본 적용해준다. ## 특정 페이지 막기 위 코드에서는 페이지 전체를 막았지만, 특정 페이지만 보호하고 싶을 때는, `middleware.ts`에서 `matcher`에 경로를 써주면 된다. ``` export const config = { matcher: ['/top-secret'], // 이 페이지에만 middleware 실행 }; ``` ## 한계 및 주의사항 ### 1\. **진짜 인증이 아님** 사용자 관리, 세션, 로그아웃, 비밀번호 리셋 등 **모든 기능이 없다.** 말 그대로 '들어오는 사람만 걸러내자' 수준의 인증.​ ### 2\. **UI가 없음** 브라우저 기본 팝업 UI가 사용된다.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없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7/Screenshot-2025-07-14-at-6.29.41---PM-1.png) --- ## 마무리 이 방식은 어디까지나 임시용, 비공개용이다. 사용자 인증이 필요한 서비스에서는 OAuth, Firebase Auth, Supabase Auth 등 정식 인증 도구를 써야 한다. 하지만, 빠르게 접근 제어를 걸고 싶을 땐 `middleware.ts` 하나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직접 쓰기에도 좋고, 개발팀 내부에서 공유할 데모 환경 잠금용으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 질투 URL: https://jiwonkwak.co/jealousy/ Last updated: 2025-07-10T11:13:29.000Z 주체 못 하게 불편해하는 것이 느껴지지만,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 억지 웃음을 짓는 사람을 마주한 적 있는가? 혹은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가 질투 섞인 뒷담화를 했다는 소문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적은? 아니면, 그런 감정을 숨기고 애써 무심한 척했던 주체가 바로 나였던 적은 없었을까? 질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이다. 심지어 스스로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은밀하고 교묘하게 스며든다. 겉으론 쿨한 척, 응원하는 척하지만 마음속에선 비교와 열패감이 들끓는다. 질투는 본능이다. 하지만 본능이라고 해서 무해한 것은 아니다. --- 질투는 다루지 않으면 점차 마음의 한 부분을 갉아먹는다. 처음엔 내면의 소란으로 시작되지만, 곧 표면으로 번져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수군거림, 비꼼, 냉소, 불필요한 경쟁심 등, 그 대부분은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부산물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왜곡된 감정의 표출을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s)라 부른다. 자존감이 낮거나 감정을 직면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이 방어기제는 더 정교하고 비틀린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컨대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은 자기 욕망과 정반대의 태도를 취함으로써 감정을 억누르는 방식이다. “난 저런 거 부럽지 않아”라는 말은 종종 그 반대를 의미한다. 탈가치화(devaluation)는 상대의 노력이나 성취를 평가절하함으로써 자기 위안을 얻는 전략이다. “쟤는 원래 잘 살잖아”, “속물이야”, “나도 그 환경이면 더 잘했지” 같은 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투사(projection)는 내 안의 불편한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쟤 왜 저렇게 잘난 척이야?”라는 말은, 실은 ‘나도 인정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를 외부로 향하게 만든 결과일 수 있다. 이처럼 질투는 개인의 심리적 불균형에서 기인하지만, 그 영향은 관계의 맥락 속에서 사회적으로 확산된다. 때로는 관계를 흐리고, 때로는 공동체 안에서 ‘정서적 미세먼지’처럼 퍼져나간다. --- 하지만 질투라는 감정에도 존재 이유가 있지 않을까? 질투는 내면의 결핍을 알려주는 신호이자, 때론 성장의 동력이 된다. 누군가를 보며 마음이 찌릿할 때, 그 감정을 덮거나 회피하지 말고 자기성찰을 하는 것이다. > “나는 지금 무엇이 부러운 걸까?” > “그 사람이 가진 어떤 것이 내 안의 어떤 결핍을 건드리는 걸까?”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은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 안에는 당신이 아직 사랑하지 못한 당신의 일부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 그 안에는 내가 되고 싶었던 나의 그림자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 나 역시 어린 시절, 질투라는 감정에 자주 흔들렸다. 그리고 다양한 질투의 추한 얼굴들을 ‘질투’로 인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질투의 대상이 된 적도 많았다. (이 어리석은 것들은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몰랐던 것이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쟁하는 법은 배웠지만, 감정을 소화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단순한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그저 다른 여정에 있을 뿐이라는 것. 누군가는 안정적인 가정에서 태어나고, 누군가는 혼란 속에서 출발한다. 우리 각자의 삶은 서로 다른 시나리오로 설계된 게임과도 같다. 상대는 다른 레벨의 미션을 수행 중일 뿐이며, 나는 나만의 여정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은 누군가의 냉소적인 발언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언행을 보면, 상대가 아직 자기 자신과 화해하지 못했음을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을 맥락을 이해하려 애쓴다. 진정한 연민과 공감은 이해에서 비롯된다. 이는 도량을 넓게 보이기 위한 몸짓이 아니라, 내 안에 불필요한 감정을 머물게 하지 않기 위한 자기 보호이자 성숙의 방식이다. --- 그리고 나에게 결정적인 전환점을 준, 아주 단순한 사실이 있다. 출신이 어디든, 성격이 얼마나 특이하든 간에, 인간은 누구나 오장육부와 뇌를 가진 생물학적 존재로 태어난다. 본능과 욕구, 한계를 공유한다. 아무리 큰 집에 살아도 한 번에 한 방에서만 잘 수 있고,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져 산해진미를 누려도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양은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24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통제하고, 어떻게 써내려갈지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 ### **질투는 좌표** 질투는 사라져야 할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욕망의 좌표를 알려주는 이정표다.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정직하게 직면하고, 잘 소화할 수 있다면, 질투는 더 나은 나로 향하는 자극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매일 같은 선택 앞에 놓인다. 내 그림자를 타인에게 투사하며 비난 속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그 그림자를 직면하며 나 자신을 조금씩 성장시켜 나갈 것인가. ### 미주신경성실신 URL: https://jiwonkwak.co/vasovagal-syncope/ Last updated: 2025-06-23T21:31:00.000Z 작년 그날은 무더운 여름 아침이었고, 출근길에 코코넛 워터를 마시는 것이 나만의 작은 루틴이었다. 차가운 음료 때문인지, 사무실에 도착하자 곧 복부에 날카로운 통증이 찾아왔다. 이때의 통증은 일반적인 생리통이나 소화불량과는 차원이 다르다. 더 깊고, 더 예리하며, 더 위협적이다. 이 고통을 견디는 데는 순수한 ‘의지력’이 필요했다. 일정 임계치를 넘어서면 뇌로 가는 혈류가 현저히 감소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체감**될 정도다. 점차 시야는 흐릿해지고, 청각은 멀어진다. 이 과정은 뇌가 ‘의식’을 유예하면서 생존을 연장하려는 **신체적 방어 기제**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미주신경성실신은 주로 자율신경계의 급격한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감각 과부하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체가 선택하는 일종의 **비자발적 탈출 전략**이다. 그러나 체험자의 입장에서 이 현상은 지극히 감정적이고 실존적이다. 의식이 희미해지는 순간은 언제나 죽음과 맞닿아 있다. “내가 여기서 죽는 걸까?”라는 생각이 떠오르고, 그 순간은 단순한 실신이 아니라 존재가 흔들리는 공포로 전환된다. 이런 이유로 미주신경성실신은 종종 공황장애와 혼동되곤 한다. 실제로 그 순간의 불쾌감은 단순한 신체 증상을 넘어서는 차원을 띤다. 이제는 이 증상이 사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때는 몰랐다. 매번 처음처럼 죽음의 공포를 호출한다. 그날 도무지 참을 수 없어 회사 탕비실에 누워 있었다. 집에 갈 수도 없고, 응급실에 갈까 판단을 내려야 했다. 말이 탕비실이지, 입구와 연결된 열린 공간 내의 벤치였다. 쓰러진 나를 돌봐준 몇 명의 동료가 있었고, 동시에 힐끗 쳐다보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시선도 있었다. 정신은 흐릿했고, 고통은 극심했다. 그 와중에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내가 정말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진통제를 두 알 먹고 약발이 돌 때 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수액을 맞고 회복했다. ‘미주신경성실신’이라는 말은 언뜻 보면 어린 소녀의 이름처럼 들린다. 그러나 나에게 이 단어는 몇 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나를 찾아온 일종의 생리적 붕괴의 명칭이다.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그 명칭 아래에 나열된 증상들이 기이할 만큼 내 경험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하게 실신을 해왔다. 한여름 밤, 얼린 블루베리에 플레인 요거트를 먹다가, 극심한 고통에 기절 직전까지 간적도 있다. 또 한 번은 고열이 동반된 상태로 서 있다가, 뒤로 그대로 쓰러진 적도 있다. 지하철역에서 실신해 역무원실에 누워 있던 날, 지각을 피하려 전력 질주하고 본관 입구에서 쓰러졌던 고등학교 시절의 아침도 있다. 2년 전 넥슨에 다닐 때도 복도에서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 차가운 것을 먹었을 때 촉발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무엇이 결정적인 방아쇠가 되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미주신경성실신이라는 것이 대체로 그렇다고 한다. 원인이 불명확하고, 예측은 어렵고, 재발은 반복된다. ### 어른의 삶 URL: https://jiwonkwak.co/adulting/ Last updated: 2025-06-23T10:38:13.000Z 생애 첫 집을 샀다. 우리 둘 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기쁨보다 먼저 밀려든 감정은 압도적인 스트레스였다. 대출을 받긴 했지만, 가용 가능한 현금의 큰 부분이 집에 투입되었고, 양가의 도움 없이 전적으로 우리의 자력으로 진행한 일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복잡한 일이나 힘 쓰는 일은 남자의 몫’이라는 신념을 내면화한 채 살아왔다. 행정 처리나 숫자 계산은 내 영역이 아니며, 여자로서 비교우위가 있는 다른 가치에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관련된 준비는 전무했다. 하지만 외국인 배우자를 만나면서 그 역할이 나에게로 이양되었다. 결국, 내가 해야만 했다. 물질적 지원이나 정서적 지지가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부담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막상 현실과 마주하자 심리적 방어기제가 거의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예민해졌다. 대출을 얼마나 받아야 할지, 유동성은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단순한 실행을 넘어 지속적인 판단과 책임이 수반되는 인지적 과업이었다. 기댈 수 있는 구조가 없는 상황에서, 단 하나의 오류조차 생존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은, 비록 이성적으로는 터무니없는 상상이었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서 실질적인 위기로 감지되었다. 내가 길에 나앉는 다는 것은 객관적으로는 발생 확률이 희박한 시나리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공포에 전신이 잠식당하는 경험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불안의 근원을 탐색하는 계기는 내게 있어 또 한번의 성장 기회가 되었다. 계약을 마치자마자, 마치 연쇄 반응처럼 후속 과제들이 쏟아졌다. 전세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몇주 밤을 뒤척였고, 가까스로 세입자를 구했을 때는 잠시 안도했으나, 새로운 걱정거리들은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본래 외부 스트레스에 대해 회복력이 높다. 하지만 이번에는 생존 그 자체에 대한 원초적인 불안이 내부에서 떠올랐다. “이 와중에 대출이 거절되면? 혹은 내가 사고로 일을 못 하게 되면? 이미 구입한 가전과 가구는 어떻게 하지? 계약이 사기였다면, 이 많은 짐을 들고 어디로 가야 하나?” 의식은 끊임없이 재난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어릴 때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어른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바로 그 어른이었다. 모른 척 잠들어도, 아침에 눈을 뜨면 현실은 그대로였다. 심지어 도망치고자 하는 충동조차도 절차와 비용을 동반했다. 이 시점에서 모든 걸 포기한다면, 수천만 원의 계약금은 물론 시공비와 배송비, 각종 설비 설치 일정까지 전면 재조정하고, 단기간에 새로 들어갈 곳을 구해야 했다. 진행은 막막하고, 중단은 더 막막했다. 이것은 단순한 불편이나 번거로움을 넘어, ‘의사결정이 곧 존재의 무게가 되는’ 어른의 현실이었다. 마치 늪에 빠진 느낌이었다. 정지하면 가라앉고, 버둥거리면 지치는 어른의 늪 속에서, 나는 무거운 걸음을 끊임없이 옮겨야 했다. 단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이 이토록 벅찬 일일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하면서도 그 결과를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일종의 실존적 긴장감을 유발한다. 때로는 설명 불가능한 불안이, 합리적 사고의 배후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기도 한다. 내가 일상을 철저하게 통제하려는 이유 또한, 어쩌면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심리적 조치일 것이다. 다행히 나는 삶에서 몇 차례의 중요한 고비를 지나오며 운이 좋은 편이라는 자각을 해왔다. “저 아무것도 모르는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이것은 내 생존 전략이자, 관계 맺기의 방식이다. 이러한 태도로 많은 이들의 선의를 경험했고, 나 역시 기회가 될 때마다 선의를 실천하며 그 흐름을 강화했다. 아마 그것이 지금까지의 나를 지탱해온 보이지 않는 구조였을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예상하지 못한 도움과 조언 덕분에, 결국 일은 흘러갔다. 물론, 이것이 내가 상상하던 ‘정상적인 어른의 삶’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복잡한 행정 업무를 회피하고 싶고,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아웃소싱할 계획을 품고 있다. 어른의 삶이란, 어느 날 명확히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불안을 안고 닥치는 일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타인이 대신해줄 수 없는 선택의 순간들 앞에서, 스스로를 신뢰하고 견디는 일. ### 딱딱한 복숭아 URL: https://jiwonkwak.co/hard-peaches/ Last updated: 2025-06-18T20:38:01.000Z 여름이면 나는 딱딱한 복숭아를 기다린다. 일차적으로는 아삭한 식감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말랑한 복숭아는 과즙으로 인한 후처리가 번거로워서 집에 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단맛이 없어도 괜찮다. 아삭아삭한 복숭아는 덥고 불쾌한 여름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존재다. 그런데 구하기가 힘들다. 인터넷에서 주문을 여러 번 해봤지만, 매번 말랑한 복숭아가 왔다. 신의 성실의 원칙에 기대어 거래를 했지만, 세 번 기만당한 끝에 나는 깨달았다. 기대는 통제할 수 없고, 결과는 늘 미끄러진다. 그래서 리뷰를 보기 시작했는데, 피해자들의 사례가 많았다. 이제는 아예 딱딱한 복숭아를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시간이 지나면 단단한 복숭아는 말랑해지지만, 말랑한 복숭아는 절대 다시 단단해지지 않는다. 단단함은 복숭아에 있어서 희귀하고 까다로운 속성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검색해도 품절이고, 어떻게든 파는 곳을 찾아 주문하면 말랑한 복숭아를 보내주는 이 고리에 몇 년째 갇혀 있다. 물론 백화점에 가면 4만 4천원에 4개를 살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납득은 간다. 백화점은 시장 내 단단함의 희소성을 계산에 넣은 것이다. 단단함은 이제 가격이 붙은 자산이다. *“믿고 사세요. 단단함을 보장합니다”*를 외치는 듯한 당당한 스탠스는 어떤 면에선 철학적이다. 정직한 프리미엄, 그 대가를 감수하라는 냉정한 세계의 메시지. 하지만 한 알에 만원을 주고 복숭아를 사기 싫다. 복숭아뿐 아니라 사과, 배도 마찬가지다. 물론 사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할 수 있음’이 곧 ‘하고 싶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무언가에 많은 돈을 지불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소박한 욕망이 아닌 소비적 선언이 된다. 나는 복숭아에게 그런 선언을 하고 싶지 않다. 여름 내내 1일 1복숭아를 소비한다면 약 5-60만 원이 든다. 살 수는 있지만, 거부감이 든다. 왜일까? 이성적으로는 효용을 주는 합리적인 소비일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복숭아 적금을 들어볼까 생각해도, 만기가 되면 다른 데 쓸 것 같다. 복숭아는 투자처가 되기엔 너무 감각적이고, 너무 사소하며, 너무 인간적이다. 나는 올여름 딱딱한 복숭아를 먹을 수 있을까. 아니면, 이번 여름도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기대하는 그 감정을 반복하게 될까. ### 절제와 강박 사이 URL: https://jiwonkwak.co/on-my-routines/ Last updated: 2025-06-18T22:36:27.000Z 나는 매일 새벽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난다. 알람 없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는 걸 보면, 일간주기 생체 리듬이 이렇게 자리 잡힌 것 같다. 20대 초반엔 며칠 연속 밤새 놀다 첫차를 타고 집에 가기도 했으니, 결코 타고난 성향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루틴이다. 하지만 이른 기상에 대한 우월감은 없다.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는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일찍 잠들게 마련이고, 하루의 가용 시간은 결국 비슷하게 맞춰지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중요한 건 깨어 있는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아닌가. 새벽 4시에 일어나 핸드폰만 본다면, 그건 단지 새벽부터 부지런히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상, 이른 기상이 의미를 갖는 순간은 분명한 목표가 있을 때다. 슬럼프가 찾아올 때는 새벽에 눈을 떠도 무기력하고 우울할 뿐이다. 그런 시기엔 저널링을 하며 버텼다. 예쁜 글씨로 감성적으로 채우고 싶었지만, 지금 꺼내 보면 다양한 언어로 쏟아낸 욕설과,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분석, 삶에 대한 의지를 회복하기 위한 생경한 문장들로 가득하다.내다 버리고 싶지만, 종종 꺼내보면 힘들었던 시기가 결국 전부 나아진 것을 보고 힘을 얻기에 두고 있다. 나는 지금도 새벽 기상 자체가 목표가 되는 삶에는 회의적이다. 그 시간 동안 삶의 방향을 정비하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위해 집중하는 것이 본질이다. 그리고 목표가 분명할수록 삶의 다른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그에 맞춰 정렬된다. 원하는 것이 분명할 때는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위해 식욕을 억지로 참을 필요도 없다. 내 식사는 최대한 간단하게 닭가슴살, 브로콜리, 단호박, 프로틴으로 구성되고, 나는 이에 만족하고 있다. 기상 시간이든, 식단이든, 목표에 몰입한 삶의 리듬이 정렬되는 순간이 가장 이상적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나를 지적으로 자극해주는 것들, 영감을 주는 것들과 가까이 있으려 노력한다. ### 수면의 중요성 공부를 본격 시작했던 20대 중반, 수면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하는 걸 미덕이라 믿었다. 많이 자는 것을 수치스러워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도 나폴레옹의 말을 어딘가에서 주워 들은 영향이었을 것이다. > “남자는 6시간, 여자는 7시간, 바보들은 8시간 잔다.” 그가 자기 분야에선 탁월한 인물인 건 맞지만, 수면 과학자도 아닌데 그 말을 그토록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것이 다소 어이가 없다. 하지만 나는 바보에 근접하기 싫었고, 잠을 줄였다. 어딘가에서 메르켈 총리가 5시간 잔다고 읽었던 것도 영향을 주었는데, 나중에 한 인터뷰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을 보고 안도했다. 대학원생 시절 숨이 가쁘고 기절할 것 같은 날이 많았는데, 지금보면 당시 수면을 도외시하면서 운동까지 한 것이 원인이었다. 수면 부족은 전전두엽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피부를 망가뜨리며,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을 증가시키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leptin)은 감소시켜 체중 증가에 취약하게 만든다. 게다가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어떤 일을 하든 질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지금은 지, 덕, 체를 유지하기 위한 엄격한 자기규율 속에서 수면은 타협 불가한 요소가 되었다. 그렇게 30대에 접어들면서 나의 나이트라이프는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가까이 하는 사람들도 물갈이되었으며, 가용 시간은 늘었다. ###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가끔은 문득,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치킨이나 피자, 라면, 떡볶이, 튀김, 아이스크림 같은 음식은 너무 오랫동안 먹지 않아서 맛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동족들과의 거리감에서 오는 묘한 소외감이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의 인생에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만큼은 내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울 속 육덕진 모습은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없으면 대상도 불명확하게 막연한 원망감과 억울함이 생기고 화가 쌓인다. 내가 최적의 상태에 있어야 사람들에게 친절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일들을 해 나갈 수 있다. 지금 나는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체형과, 정신 상태와, 루틴의 최적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극단으로 치닫기 쉬운 시간 강박과 소소한 일상의 만족 사이에서 매일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으며 이어지고 있다. ### 자연과 사랑에 대해 내가 착각한 것들 URL: https://jiwonkwak.co/love-and-nature/ Last updated: 2025-06-09T13:06:17.000Z 자연은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자연 그 자체를 우상화하지 않는다. 이미 수백 년 전 토마스 홉스가 자연을 “고립되고, 빈곤하며, 역겹고, 야만적이며, 짧은 삶”이라 정의했듯, 날것의 자연은 거칠고 위협적이며, 인간에게 결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다. 만약 내가 크루거 국립공원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졌다면, 기린의 뒷발질이나 코끼리의 발, 개코원숭이의 집단 공격, 혹은 얼룩말의 무리에 찢겨 죽는 극적인 위협을 피하더라도, 머지않아 블랙맘바에게 물려 고통스럽게 죽거나 이상한 열매나 말라리에 같은 것에 노출되어 죽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분명 동물을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히 대하지만, 동시에 인간 문명과 과학 기술의 진보는 위대하다고 믿는다. 도시가 좋다.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투어를 할 때, 기린이든 코끼리든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감 효용은 급격히 떨어졌다. 동물원과 달리 야생동물과의 조우는 순전히 운의 영역이다. 차로 3\~4시간을 달려 공원 중심부로 들어가며, 창밖을 끊임없이 응시해야만 했다. 나는 ‘천혜의 자연, 아름다운 야생 동물, 환경’을 되뇌며 스스로 몰입하려 애썼다. 실제로 너무 감사한 경험이었고, 경관도 충분히 인상적이었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현지 마트에 가서 소고기나 과일 가격을 한국과 비교하거나, 영양제 성분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문명 사회에 산다는 것에 대해 은근한 죄책감을 느끼고, 아프리카와 미개발 자연을 일종의 순수성으로 이상화한다. 나 또한 막연히 그렇게 느껴야 한다고 여긴 탓인지, 깊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자괴감이 들어 원인을 규명하고자 애썼다. 문명에 찌든 것인가? 복내측 전전두엽피질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인가? 역시 도파민 중독인가? 이런 복합적인 자기 성찰이 있었기에, 누군가 “아프리카 어땠어?”라고 물을 때 진심으로 답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 질문은 단순한 감상 이상의 것을 요구했고, 나는 그것에 간단히 반응할 수 없는 상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숙소 뒷마당에 거위 두 마리가 찾아와 빵조각을 던져줄 때, 개코원숭이들이 차 위에 올라 뛰어다닐 때, 그제야 내 안에 활기가 돌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은 끝에 내린 결론은, 내 사랑이 저급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C.S. 루이스에 이르기까지, 사랑은 그 성격에 따라 다양한 층위로 구분되어 왔다. 욕망과 소유에 기반한 애착은 가장 낮은 수준의 사랑이며, 반대로 무조건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사랑, 아가페는 가장 높은 차원에 속한다. 아가페는 인간의 평범한 의지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이상에 가깝다. 신앙적 헌신이나 도덕적 확신에 뿌리내린 가치로, 일상적 관계 속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추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남아공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태도 속에는, 그 추상의 일면이 현실로 구현된 듯한 깊은 경외심이 배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수십 번 사파리를 다녔음에도, 저 멀리 코끼리가 보이면 마치 처음 보는 듯 망원경을 들고 흥분한다. 수백 마리쯤 본 얼룩말과 기린에도 여전히 신선한 감탄을 보낸다. 나도 동물을 사랑한다.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해왔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반려견들은 아직도 꿈에 나오고, 분기마다 한두 번은 울면서 잠에서 깬다. 그러나 사파리 이후, 내 사랑의 실체를 낯설게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집착과 소유욕의 농도를 띠고 있었고, 자기 충족적인 동시에 다소 일방적이었다. 나에게 개란, 단추 같은 코, 축축한 주둥이, 매끈한 검정 입술, 온기가 도는 혓바닥의 감촉을 통해 애정을 나누는 존재였다. 잠든 틈에 배에 귀를 대고 심장 소리를 들어야 마음이 놓였고, 간식을 주며 자의식 없는 저작 운동을 지켜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야생성을 잃고 통통해진 몸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그 따뜻한 존재감을 만끽하며 쓰다듬고 끌어안는 순간들, 그 모든 애정은 나의 만족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은, 실은 상대의 존재를 통해 내 감각을 충족시키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개인적 욕망을 기반으로 한 저급한 사랑. 반면 남아공 사람들의 사랑은 직접적인 접촉이나 반응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멀리서 조용히 바라보며, 존재 자체를 향한 경외를 표현한다. 거리 두기를 기반으로 한 그 애정은 오히려 더 고결하게 느껴졌다. 반면 나는 상호작용이 없으면 흥미를 잃고, 반응이 없으면 애정이 흐려진다. 나의 사랑은 대상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충족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 나의 출판 번역 데뷔기 URL: https://jiwonkwak.co/translation-journey/ Last updated: 2025-05-30T21:49:54.000Z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출판 번역에 대한 은밀한 로망이 있다. 수익으로 따지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출판 업계는 늘 빠듯하고, 번역료는 고생에 비해 가볍다. 책 표지에 저자 이름 옆 내 이름을 보면 느껴지는 뿌듯함이 있다. 실속보다 감정의 서사에 가깝다. 테크니컬 라이터로 커리어 전환하기 전, 2020년 졸업 직후의 나는 그 흔한 실무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은 공부나 잘하라”는 낡은 덕목을 충실히 수행한, 말끔히 고립된 학구파였다. 마침 코로나 창궐과 시기가 겹쳐, 베를린에서 메르켈 총리 통역을 하겠다는 야심찬 꿈은 흐릿해져 가고 있었고, 일단 경험을 쌓자고 마음 먹었다. 일감이란 일감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출판 번역은 늘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현재 나는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까지 포함해 출판 경험이 10권 가까이 된다. 테크라이터로 전향한 지금도 “출판 번역은 어떻게 시작했어요?”라는 메시지를 종종 받는데, 나의 중요한 인생 모토 중 하나가 ***Pretty girls don’t gatekeep***이기때문에**,** 항상 상세히 대답해왔던 내용을 글로 정리해보려 한다. ## **마음 가짐** 실력과 기회는 이론상 비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은 다르다. 나는 대학원에서 뼈를 갈았고, 졸업 후에는 “걔 잘하잖아”라는 말로 일이 몇 건 들어오기도 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런 평판 이전에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내 허슬링(hustling)하는 자세였다. 일이 작든 크든 최선을 다했고, 경험과 배움을 위해 조건을 붙이지 않고 뛰어들었다. 통번역대학원 졸업생 특유의 “내가 어디 나온 사람인데…” 하는 그 특유의 자의식이 있다. 물론 들인 시간과 실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타고나길 경험과 현실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자다. 나는 내 부족함을 항상 냉정하게 들여다 보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면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덮쳤던 시기 전 세계가 멈춰 있었지만, 번역 일이 없는 날에는 아랍어를 4-5 시간씩 공부했다. 언어에 대한 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당시 독일어 수요가 예측보다 줄어들 것 같아, 만약을 대비해 **통대를 한 번 더 다니는 시나리오**까지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나중에는 입시 스터디에도 참여했다. “이걸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머릿속에서 수백 번쯤 굴려가며 공부했던 것 같다. ## **우연처럼 오는 타이밍** 당시 나의 하루는 일감 찾기로 시작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공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 전차에 대한 독일어 책 번역자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국제정치 전공에 전쟁사와 독일어 덕후였던 나는 즉시 심박수가 증가했고, 주저 없이 이력서를 보냈다. 결과는 이미 마감이었다. 다만 “나중에 기회 있으면 연락드릴게요”라는, 가능성은 희박하되 친절한 사족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그 미미한 가능성의 씨앗이 실제로 발화했다. 다 잊고 지낼 즈음, 몇달 후 연락이 왔다. 그런데 독일어가 아니라 프랑스어 번역자를 구하는데, 혹시 주변에 적임자가 있느냐는 문의였다. 책 제목은 『*원자폭탄* 』. *오펜하이머, 트루먼, 맨해튼 프로젝트, 리틀 보이, 나가사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것은 2차 대전의 절정부이며, 수십번 바온 다큐멘터리의 그 주제였다.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힌 뒤 답장을 보냈다. “당연히 찾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샘플 번역을 우선 제가 해보면 안 될까요?” 프랑스어는 대학 시절의 유산이었다. 감사하게도 언어 재능을 알아보신 부모님은 B1 자격증을 두 달 안에 따면 리옹으로 한 달 연수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프랑스를 위해 공부했고, 결국 단기간에 자격증을 땄다. 그 뒤로는 머리를 식히는 수준으로 공부를 해왔는데, 어디까지나 취미였고, 전공자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행히 담당자분이 샘플 번역 기회를 주셨고, 나는 통과했다. 준비된 상태였고 손을 뻗었기에 가능했다. 무조건 “저 잘 할 수 있습니다”라는 근거 없는 자기확신으로 막 던진 것이 아니다. “나와 계약하지 않으셔도 좋으니, 일단 판단하실 수 있게 보여드릴 기회를 달라”는 제안은 충분히 프로페셔널하다. 그렇게 내 번역 데뷔작은, 예상 밖으로 프랑스어 그래픽 노블이 되었다. ## **신뢰** 특히나 직업을 바꾼 탓에 나는 다른 번역사들과 교류가 거의 없다. 내 기준은 그래서 더더욱 개인적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신뢰다. 특히 졸업장에 찍힌 전공 언어가 아닌 경우, 아무리 번역을 잘 해도 출판사 입장에서는 나라는 사람의 실력, 태도, 성실성을 가늠할 길이 없다. 답답한 정보 비대칭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상대가 나를 모르기 때문에, 내가 더 신경 써야 했다. 가장 기본은 **일정**이다. 그건 ‘잘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번역사로서 갖춰야 할 최소 조건이다. 그런데도 출판사에서 “일정을 잘 맞춰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그 말인즉, 생각보다 그 기본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흔한 모양이다. 다음은 **커뮤니케이션**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담당자 입장에서는 내가 지금 막 처음 함께 일해보는 번역사고,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확신도 없고, 일단 믿고 맡기는 상황이다. 그리고 번역에 차질이 생긴다면 이후 교정, 인쇄, 홍보 등 의존성이 겹겹이 쌓인 작업 흐름 전체가 휘청일 수 있고, 그 분의 상황도 곤란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연락에 빠르게 응답했고, 진척 상황도 성실히 공유했다. 출간이 임박했을 때는 책 띠지에 들어갈 추천 문구 리서치를 요청받았는데, 몇 시간 동안 적절한 표현과 문장을 직접 발췌해 정리해서 전달했다. 그런다고 내 요율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 책에 대한 주인의식을 공유했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 출판사와 인연을 만들면 서로 득을 보는 구조가 형성된다. 대부분의 번역은 에이전시를 통해 이뤄지고, 그 구조 속에서 번역자의 몫은 눈에 띄게 축소된다. 요율도 그렇고, 커뮤니케이션의 흐름도 그렇다. 하지만 출판사와 직접 일하면, 중간 단계가 사라진 만큼 ‘책임’과 ‘보상’도 직선으로 맞닿는다. 전제는 하나다. 신뢰. 상대 입장을 헤아려서 신뢰를 쌓아야 이 구조가 작동한다. ## **기회는 기회를 증식시킨다** 『*원자폭탄* 』 이후, 어느 날 예고 없이 연락이 왔다. 이전 팀장님과 팀원분이 다른 출판사로 이직했는데, “그때 너무 잘해주셔서요”라며 다시 연락을 주신 것이었다. 이번엔 전쟁사가 아니라 아동 서적 팀이었다. 그렇게 프랑스어 어린이 책 3권, 영어 1권을 연달아 번역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연결이 찾아왔다. 그 팀장님이 나를 추천해 주신 덕에, *전쟁기념관 사업 입찰*이라는 무게감 있는 프로젝트, 6.25 기념 서적의 번역을 맡게 되었다. 이 시점부터는 번역 에이전시에서도 내 이름이 돌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독일어 샘플 번역 요청이 꾸준히 들어왔다. 물론 이 생태계는 만만하지 않다. 수십 권의 경력을 가진 선배 번역자들이 여전히 현역이시다. 개인적으로 은퇴가 없다는 것이 프리랜서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인이 들어설 자리는 유감스럽도록 협소하다. 그런데 가끔, 제목만 보고도 *“이건 내 책이다”*라는 직감이 오는 순간이 있다. 그런 책을 만났고, 결과적으로 전공 언어인 독일어 번역 계약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전공어다 보니 번역 속도는 취미 언어에 비해 비약적으로 빠른데, 이것은 큰 쾌감이다. ## **가능성은 스스로 만드는 것** 나의 첫 네덜란드어 책 번역은, 한 단톡방에 흘러든 공고에서 시작됐다. ‘내용이 어렵지 않은 교양서, 네덜란드어 출판 번역 가능자’ 문장을 읽는 순간 멈췄고, 심장이 요동쳤다. 게르만어계 언어들 간의 유사성, 대학 시절 듣던 네덜란드어 수업, 게다가 교양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문제는 출판사 입장에선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네덜란드어 경력도, 전공자 타이틀도 없었다. 그래서 장문의 메시지를 썼다. 내 이력, 내 동기, 실행력, 그리고 당연히 신뢰가 없는 상황이니 샘플 번역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러나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약 한 달 후, 출판사 대표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공자를 끝내 구하지 못했고, 내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온라인 소통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례적으로 사무실 방문을 요청하셨고, 나는 직접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말했다. “샘플 보시고 판단해 주세요.” 샘플은 마감 하루 전에 제출했고, 제출 후 1시간 만에 계약 확정 통보가 왔다. 내가 아무리 스스로를 신뢰해도, 타인에겐 ‘미지의 변수’일 뿐이다. 그렇다면 말보다 결과물을 먼저 내야 한다. ***기회는 언변이 아닌 실행에서 시작된다.*** 그 대표님과는 깊은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다. 시작은 모호했지만, 끝은 분명했다. ### **끝으로, 개인적인 단상** 겨우 몇 권 번역한 주제에 과몰입한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건 내 인생 전반에 작동하는 사고방식이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나아지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고, 늘 다음 기회를 만들기 위해 움직인다. 정리하자면, 아주 간단하다. - 언어를 공부하든, 출판사에 제안서를 써보든 기회를 계속 만들어 가자. - 말로 끝내지 말고, 보여주자. 상대가 신뢰할 수 있도록 샘플 번역을 먼저 제안하자. - 기회가 주어지면, 신뢰를 줌으로써 상대를 안심시키자 -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실력을 갈고 또 갈아두자. ### 남아공의 언어 및 다양한 관찰 URL: https://jiwonkwak.co/south-africa-observations/ Last updated: 2025-05-14T09:49:03.000Z 1869년 수에즈 운하 완공 이전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이를 잇는 유일한 무역로는 남아공의 희망봉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남아공의 언어에는 유럽 대륙 외에도 다양한 출처의 역사적 흔적이 남아있고, 타 대륙과 약 300여년 간 단절된 상태에서 발전시켜온 고유의 정체성이 있다. ## 바나나 = Piesang 영어: banana 한국어: 바나나 (banana) 독일어: Banane 프랑스어: banane 네덜란드: banaan 스웨덴어: banan 러시아어: банан (*banan*) 스페인어: plátano / banana 이탈리아어: banana 포르투갈어: banana 스페인권을 제외하면 바나나는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남아공의 바나나는 자바어 pisang에서 왔다. 말레이 쪽과 무역이 활발했던 흔적으로 추정된다. 발음은 \[ㅃ피쌍\]. ## Nike = 나이크 독일에서도 관찰한 현상으로, 나이키를 나이크\[**naɪk**\]로 정직하게(?) 읽는다. 한국은 유난히 원어 발음을 잘 존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제품이든 지명이든 꽤 정확한 편인데, 모국어를 활발히 쓰는 남아공 사람들은 자신 언어 습관에 맞춰 발음해버리는 현상이 있다. ## Citroën = 시트룬 프랑스어에서 왔고, ë위에 붙여진 두 점은 분음 역할을 한다. 복모음(dipthong)의 형성을 방지하여 “로엥”의 \[ㅗ\]와 \[ㅔ\]이 각각 발음된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아프리칸스에서도 ë는 분음 역할을 하는 줄 알고 있았고, 실제 규칙 상 그게 맞다고 확인했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시트로엥\]이 아닌 \[시트룬\]으로 발음한다. 언어는 편리함을 기준으로 진화한다. ## Banting 남아공 전반에서 영어 사용이 지배적이지만, 다른 영미권에서는 잘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이 있다. 저탄수, 고지방, 고단백, 무설탕 식품에는 “케토제닉/Banting”이라는 표기가 있는 것을 관찰했는데, Banting을 검색해보니 18세기 비만 연구를 하신 영국 분이시다. ![](https://lh7-rt.googleusercontent.com/docsz/AD_4nXc9KTK4c9tGcLNps2cP3YjS71dGdAumFLFMAM9-qrQO769FUpJcTlUUNz9CR2jYbvdIOXbSKqiJPG-rM_37w30G0tGv1OI7yJNogBhNYRhiROFMvFphzfQvCOXoL_LJevV-dGBGwg?key=6H7_I_-lcS6Sx8qDx75JMA) 계몽주의 수백년간 억압되던 지적 해방이 이루어져 얼마나 정직한 팩폭을 하셨을 지 기대되어 나중에 따로 읽어볼 예정이다. ## 발음 시 단순 모음 선호 현상 내가 워낙 ei, ai, au, äu 등 이중 모음이 만연한 독일어에 익숙해서 그런지, 아프리칸스는 발음 자체가 이중 모음을 기피하고 최대한 구강 구조상 단순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느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보어(Boer)\*의 원어 발음은 \[보어, bɔːr\]가 아니라 \[부-르, buːr\]다. 먹이다를 뜻하는 voer도 헷갈리게 모음이 두 개이지만 발음은 \[fuːr\]이다. \* 원래 농부라는 뜻이지만, 네덜란드, 독일, 위그노(프랑스계 신교도) 혈통을 가진 아프리카너 정착민들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았다. 특히 1830\~1840년대 “대이동(Great Trek)” 시기, 영국 식민 지배를 피해 내륙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용되었다. 투박하지만 친근한 어감의 남아공 정체성을 대표하는 단어이다. ## 탄생과 발전, 의문 아프리칸스는 정교화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많이 생략되고 단순화된 언어이다. 유럽 이주가 시작된 17세기부터 네덜란드어에서 발전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문법 체계에 네덜란드어와 과감하게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의도된 스핀 오프가 아닐지 의문이 생겼다. 한국어로 예를 들자면, 훈민정음이 반포된 것만 해도 580년이 넘었고, 구어로서 한국어는 고대와 중세, 근대를 거친 언어로 역사와 족보, 근본이 있다. 그에 비해 아프리칸스는 300년 정도 밖에 안 된 신생 언어인데, 이렇게 의도가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문법적 변화가 300년 동안 자생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고, 굳이 그 노력을 했던 의도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 인종 차별 대부분 남아공 백인을 지칭하는 아프리카너들은 심성 자체가 좋고, 베푸는 것과 환대를 좋아한다. 진심으로 인종 차별을 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교육 수준 차이로 인해 대부분의 메이드가 흑인인 것이 현실일 뿐이다. 사실 능력만 있으면 인종 구분 없이 성공할 수 있는 곳에 비옥한 땅을 축복 받았지만, 믿기 힘든 수준의 부정부패로 인해 기회가 충분하지 않고, 다양한 집단을 아우르는 사회 불안정이 끊이질 않아 모두가 함께 후퇴하고 있다. 고소득 남아공 사람들은 이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미국, 싱가프로, 태국 등으로 이민을 하고 있는 심각한 브레인 드레인 현상도 진행 중이다. 흑백 갈등 외에도 아프리카 부족 간 갈등이 빈번하고, 인구의 전반적 교육 수준이 낮다. 인구의 80%가 흑인이니, 교육 수준이 낮은 것도 대부분 흑인들일 것이다. 인종 내러티브는 너무 신경증적으로 흘러와서 그 어떠한 언급도 조심하게 되었지만, 나는 내가 인종차별자가 아님을 확고하게 알고 있으므로 편하게 말 하겠다. 아직도 동네 상가 벽에 “암과 발기부전과 에이즈를 고치는 약”, “마음 떠난 사람 붙잡는 약” 등이 광고되는 것은 “미개하다”는 말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 나는 이 사람들의 피부색에는 관심도 없다. 중세에 연금술과 괴상한 의술이 성행했듯, 보편적 인류 발전 수준에서 봤을 때 미개한 것이다. 게다가 이곳의 백인이 우위에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제도적으로 흑인을 지원해주는 정책은 도를 넘어서, 공직 인종 비율이 인구 비율과 동일하게 80% 흑인이다. 백인 빈곤 현상도 심각하다. 세뇌된 패배주의에서 죽지 않고 하루하루 사는 빈곤한 백인들의 squatter camp 다큐멘터리를 보고 아주 오랜 만에 문화충격이란 것을 받기도 했다. ## 이 외에 한 관찰들: -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는 모습이 마치 덩치 큰 호비트족이 아닐까 싶다. 고열량의 영양 밀도가 높은 동물성 식품과 달콤한 디저트를 소비하는 데 심적 거부감이 상당히 낮아서 발육이 좋고 남자 덩치가 크다. - 직업이 의사인 사람의 대저택이라도 파리, 도마뱀, 원숭이, 박쥐, 거미가 있다. ### Awesome FAQ: a Markdown FAQ Site URL: https://jiwonkwak.co/awesome-faq-a-markdown-faq-site/ Last updated: 2025-03-18T11:00:45.000Z Every engineering team faces **the same problem**: scattered technical knowledge. In my case, I noticed our team **kept getting the same technical questions**, which led to redundant discussions and wasted time. Instead of relying on **manual document updates** (which no one wants to maintain), I built an **automated FAQ system**—one that: - Uses **Markdown** for simplicity. - **Auto-updates categories & search** via a Node.js script. - **Removes outdated FAQs & empty categories dynamically.** - Generates **a structured FAQ summary** without human intervention. What started as a humble prototype over a weekend evolved into a structured, searchable system after several iterations, feedback loops, and a few CSS-induced existential crises. It’s now polished enough to open-source.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3/using-1.gif) --- ## How it works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3/Untitled-diagram-2025-03-13-051144.png) ### Markdown-Based I evaluated different approaches for storing FAQs: - Database-backed system: Overkill for a simple FAQ. - Static JSON-based system: Hard to edit manually. - Markdown files: Lightweight, easy to version-control, and developer-friendly**.** Ultimately, I chose **Markdown + Eleventy** because it allows FAQs to be stored as **flat files**, which makes it easy for engineers to contribute via Git. This also meant I needed **a script to dynamically process FAQs**—which led to the next challenge: **categorization and automated updates.** (And this project allowed me some room for creativity: the world was my CSS oyster.) ### Auto-Categorized UI No manual updates. No missing FAQs. I built a system where each `.md` file contains a category field in front matter, and a Node.js script auto-updates the UI. - **New FAQs** automatically appear under the right category. - **Deleted files** disappear from the UI—no manual cleanup needed. Efficiency at its finest. ### **Easily Customizable UI with Tailwind.css** I wanted a design system that was **both flexible and fast to iterate on**. Tailwind turned out to be the perfect choice—especially when styling elements individually, like buttons. The syntax takes a little getting used to, but once you get the hang of it, it’s surprisingly intuitive. ### Auto-Generated FAQ Summary Since each FAQ is stored as its own `.md` file, keeping an overview of all topics isn't easy. Sure, we could manually maintain a list—but let’s be honest, humans forget things. **So, I automated it.** The script **auto-generates `faq-summary.txt`**, adding, updating, or removing entries as needed. No extra work, no forgotten updates.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3/using.gif) --- # FAQ Processing Script: Step-by-Step Breakdown This script **auto-categorizes**, **removes outdated FAQs**, and **generates summaries**, so everything stays clean and searchable. Here’s how it works. ### Prerequisites - **Dependencies**: `fs`, `path`, `gray-matter`, `marked`. - **Files**: - `faq.json` – Stores all FAQ data - `faq/` – Directory containing `.md` files - `faq-summary.txt` – Auto-generated summary of FAQs --- ### Step 1: Load and Parse FAQ Categories **Why validate `faq.json` first?** - A corrupted `faq.json` file **can break the entire system**. - It’s better to **fail fast** than risk storing broken data. ```javascript let faqCategories; try { faqCategories = JSON.parse(fs.readFileSync(faqJsonPath, "utf8")); if (!Array.isArray(faqCategories)) { console.warn("⚠️ Warning: `faq.json` format is incorrect."); process.exit(1); } } catch (error) { console.error("❌ Error parsing `faq.json`:", error); process.exit(1); } // Debug: Log loaded FAQ categories console.log("✅ Loaded FAQ Categories:", faqCategories.length, "categories"); // Get today's date const today = new Date().toISOString().split("T")[0]; // Track if updates are made let updated = false; ``` - **Explanation**: Parses `faq.json` into `faqCategories`. If it’s not an array or fails to parse, the script exits with an error. Logs the count for sanity—because counting categories is oddly satisfying. --- ### Step 2: Scan and Process Markdown FAQ Files - **Key Problem:** How do we keep the UI updated automatically when `.md` files change? - **Solution:** Each `.md` file includes a **front matter field** (`category`), and the script **dynamically updates categories & removes old FAQs.** Now, we scour the `faq/` directory for `.md` files, extract their metadata, and update or add them to the right category. It’s like herding cats, but with files. ```javascript // **STEP 1: Scan for existing Markdown FAQ files** const faqFiles = fs.readdirSync(faqDirectory).filter(file => file.endsWith(".md")); const existingTitles = new Set(); // Track existing titles to detect deleted ones faqFiles.forEach(file => { const filePath = path.join(faqDirectory, file); const fileContent = fs.readFileSync(filePath, "utf8"); const parsed = matter(fileContent); // Extract front matter metadata const title = parsed.data.title || file.replace(".md", ""); // Default to filename if no title const category = parsed.data.category || "Uncategorized"; // Default category const tags = parsed.data.tags || []; // Tags from front matter const body = parsed.content.trim(); // Extract markdown body const cleanedBody = body.replace(/^#+ /gm, ""); const htmlBody = marked.parseInline(cleanedBody); existingTitles.add(title); // Store title as existing // **STEP 1.1: Remove FAQ from any previous category** faqCategories.forEach(cat => { cat.faqs = cat.faqs.filter(faq => faq.title !== title); }); // **STEP 1.2: Find or create the new category** let categoryEntry = faqCategories.find(c => c.category === category); if (!categoryEntry) { categoryEntry = { category: category, faqs: [] }; faqCategories.push(categoryEntry); } // **STEP 1.3: Add or update the FAQ in the correct category** let existingFAQ = categoryEntry.faqs.find(faq => faq.title === title); if (existingFAQ) { // **Update existing FAQ** existingFAQ.tags = tags; existingFAQ.body = htmlBody; existingFAQ.author = defaultAuthor; existingFAQ.createdDate = today; existingFAQ.fileName = file; } else { // **Add new FAQ if it doesn't exist** categoryEntry.faqs.push({ title: title, slug: title.toLowerCase().replace(/\s+/g, "-"), tags: tags, body: htmlBody, author: defaultAuthor, createdDate: today, fileName: file }); } updated = true; }); ``` - **Explanation**: - Scans `.md` files, extracts front matter (title, category, tags) with `gray-matter`. - **Auto-generates missing categories**. - **Ensures UI stays up-to-date** without manual intervention. --- ### Step 3: Remove Stale Data Problem: What if an `.md` file gets deleted but still appears in the FAQ UI? Solution: The script removes orphaned FAQs & prunes empty categories automatically. We clean up—any FAQ without a matching `.md` file gets the boot. Efficiency over sentimentality. ```javascript // **STEP 2: Remove FAQs that no longer have corresponding Markdown files** faqCategories.forEach(category => { category.faqs = category.faqs.filter(faq => existingTitles.has(faq.title)); }); // **STEP 3: Remove empty categories before saving `faq.json`** faqCategories = faqCategories.filter(category => category.faqs.length > 0); ``` - **Explanation**: - Filters out FAQs whose titles aren’t in `existingTitles`, ensuring `faq.json` reflects only current files. - No stale FAQs cluttering the UI. - Ensures every category has at least one FAQ. --- ### Step 4: Generate FAQ Summary File Finally, we generate `faq-summary.txt`, a neatly structured Markdown table—because spreadsheets are overrated. The script scans Markdown FAQ files, extracts metadata (file name, category, title, etc.), and automatically updates the summary. It even sorts FAQs numerically to keep the newest entries at the bottom. Just edit your `.md` files, and the summary updates like magic! ```javascript let markdownContent = `# FAQ Summary ## Maintained by: Jiwon ## Last Updated: ${today} | File Name | Category | Title | Author | Created Date | |----------------|-------------|-----------------------------------------|---------|--------------| `; // Flatten all FAQs into a single array for sorting let allFaqs = []; faqCategories.forEach(category => { category.faqs.forEach(faq => { allFaqs.push({ fileName: faq.fileName, category: category.category, title: faq.title, author: faq.author, createdDate: faq.createdDate }); }); }); // **Sort by file number, extracting numeric parts and sorting in ascending order** allFaqs.sort((a, b) => { let numA = parseInt(a.fileName.match(/\d+/)?.[0] || "0", 10); let numB = parseInt(b.fileName.match(/\d+/)?.[0] || "0", 10); return numA - numB; // Sorting in ascending order (most recent at the bottom) }); // Append sorted FAQs to markdown content allFaqs.forEach(faq => { markdownContent += `| ${faq.fileName} | ${faq.category} | ${faq.title} | ${faq.author} | ${faq.createdDate} |\n`; }); // **STEP 5: Write to faq-summary.txt** try { fs.writeFileSync(faqTxtPath, markdownContent, "utf8"); console.log("Awesomesss! FAQ is up to date!"); } catch (error) { console.error("❌ Error writing `faq-summary.txt`:", error); } ``` - **Explanation**: - **Builds a Markdown table of all FAQs**. Saves it to `faq-summary.txt`.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3/Adding-new-faq-1.gif) --- This project taught me **valuable lessons** about **automation, data processing, and scalability**. - **Error handling is crucial**—even a small JSON corruption can break the entire workflow. - **Keeping things simple works**—Markdown + Eleventy was the best decision for this use case. - **Automation beats manual updates**—the script ensures the FAQ is always accurate. Check out the GitHub repo: \[[https://github.com/jiwon-lieb/faq\_md](https://github.com/jiwon-lieb/faq%5Fmd?ref=jiwonkwak.co)\]. ### 문과 테크 라이터도 코딩을 해야할까? URL: https://jiwonkwak.co/should-tech-writers-code/ Last updated: 2025-02-16T10:24:57.000Z 만약 당신이 나 같은 선량한 문과인이라면, 이 질문은 자기 방해(self-sabotage)의 일종일 확률이 높다. **“하기 싫은데, 안 하면 안 되는 건가?”** 라는 은근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타인의 확인을 받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이다. 이건 마치 **“술을 일주일에 한 번만 마시면 안 되나요?”** 라고 의사 선생님과 타협하거나,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으면 안 되나요?”** 라고 트레이너에게 허락을 받으려는 것과 같다. 사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누군가가 **“이건 반드시 해야 해!”** 라고 타일러주는 사람이 없고, 어떤 것에 들이는 노력의 정도에 **절대적인 당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컴포트 존에 머무르게 된다. **당연히** 코딩을 할 줄 알면 **기회의 폭이 넓어진다.** 비교적 신생 직업이라 그런지 **조직마다 테크니컬 라이터에게 기대하는 바가 상이**하다. 예를 들어, **기술 문서 번역**을 주로 하는 테크니컬 라이터도 있고, **문서 엔지니어링**을 하는 테크니컬 라이터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본인의 스킬셋이 넓을수록 업무 영역이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코딩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무작정 코딩을 배우기보다는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 **비효율적인 학습: 무작정 코딩에 뛰어든 경험** 본인은 일단 **무조건 행동하고 보는 타입**이라 막무가내로 코딩에 뛰어들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결국 언어다.”** 라는 개발자분들의 말을 순진하게 믿었지만, 개론 강의를 수강하고 연습 문제를 풀어도 남는 것이 없었고 괴로웠다. **수강했던 언어** • HTML, CSS, Java, JavaScript, Solidity, Python, C... (심지어 흥미 유지를 위해 한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를 섞어 수강) **코딩이 너무 재밌는 사람이 아니라면**, 본인처럼 하면 비효율적이다. ## **테크니컬 라이터를 위한 효율적인 학습 방법** 코딩을 배우기 전에 **‘내 업무에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 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마다 테크니컬 라이터의 역할이 다르지만, **내 경험을 기준으로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겠다. ### **API 문서 관리 → Git, Markdown, JSON, YAML, API Platforms** 테크니컬 라이터가 API 문서를 다루는 경우, 거의 모든 조직에서 **Docs-as-Code(코드를 문서처럼 다루는 방식)**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Git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이 필수**다. **필요한 기술 스택** ✔ **Git** → GitHub/GitLab에서 협업을 하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 효율적 ✔ **JSON, YAML** → 요청/응답 포맷과 OpenAPI 등에서 사용됨 ✔ **Markdown** → 기술 문서 표준 포맷 ✔ **Postman, Insomnia, Swagger** → API 테스트 도구 Git을 모르면 다른 팀원의 도움을 받거나 우회해야 하는데, **리소스의 효율적인 활용 측면에서 Git을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르다.** 이런 툴들을 다룰 줄 알면 **API 관련 문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개발자들과 협업이 수월해진다.** ### **기술 문서 사이트 → SSG(Static Site Generator) 활용** 기술 문서를 제작할 때, 많은 기업들이 **정적인 사이트 생성기(SSG, Static Site Generator)** 를 사용한다. 사이트 관리를 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조직에 도움되는 테크라이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익숙해지면 좋다. **대표적인 툴** ✔ **Docusaurus, Mkdocs** → 기술 문서 사이트 제작 및 관리 ✔ **VSCode**, **Markdown** → 코드 에디터 및 기본 문서 형식 처음에는 Markdown으로만 작업하다가, 나중에는 직접 사이트를 수정하고 싶어졌고, 기본적인 **HTML, CSS, JavaScript**를 다루게 되면서 원하는 디자인과 기능을 추가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실제 업무를 하면서 필요한 기술을 익혀나가는 것이 가장 지속 가능하다.** ### **API 만들기 → Django REST Framework 활용** 최근에는 조금 더 심도있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API 문서를 다루는 데 **실제 API를 만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직접 API를 구현했다.** **작업한 내용** ✔ **처음에는 Netlify Function을 활용**해 간단한 GET 요청만 처리하는 아주 기본적인 형태로 시작 ✔ 이후 **Django REST Framework(DRF)** 를 사용해 **CRUD(생성, 조회, 수정, 삭제) 기능까지 확장** ✔ 지원하는 감정을 더욱 다양하게 추가하여, **더 섬세하고 맞춤형 응원 메시지 제공** 이 API를 기반으로 **MBTI와 현재 기분을 선택하면 응원의 한 마디를 해주는 프론트엔드 앱**을 만들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5/02/Screenshot-2025-02-16-at-6.56.19-PM.png) [사용해보기](https://peptalk.jiwonkwak.co/?ref=jiwonkwak.co) 현재는 **영어,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으며, 나중에는 **다른 언어 추가 및 AI 연동을 계획(희망)**하고 있다. ## **결론: 테크니컬 라이터에게 코딩이 필수인가?** 당신은 성인이기 때문에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테크니컬 라이터가 코딩을 못한다고 해서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배우면 분명 유리하다.** API 문서를 다룬다면 **Git, Markdown, JSON, API Platforms** 정도는 배우는 것이 좋다. 더 나아가 SSG를 다룰 수 있다면 **문서 사이트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게다가 API를 직접 만들어보면 **개발자와의 협업이 훨씬 원활해진다.** 본인은 5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서야 겨우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억지로 배우는 것은 시성비가 매우 떨어진다.** **필요한 만큼, 실무에 맞게, 천천히 익히면 된다.** ### 2024 Recap URL: https://jiwonkwak.co/2024-recap/ Last updated: 2025-01-05T07:36:50.000Z 사회생활을 한 이후로는 매년 다사다난했다고 느꼈는데, 올해는 특히 많은 성장과 배움이 있던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 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내면을 많이 돌아봤고, 의도적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사유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 **Career** 게임 회사 재직 중 많은 현타를 느끼던 중, 우연히 헤드헌터의 연락을 받고 현재 회사를 알게 되었다. 처음 듣는 회사였지만 대표님의 영상을 하나 보고 바로 이직을 결심했다. 면접을 준비하던 2024년 1월 말에 쓴 일기를 보면 민망할 정도로 행복과 기대감에 가득차있다. 테크니컬 라이팅 스킬 대부분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쌓아 왔는데, 분야를 옮기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별 고민도 하지 않고 다소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우리 대표님의 감화를 받아 확신이 생겼던 것 같다. 돌이켜봤을 때 후회는 절대 없고, 오히려 전반적인 업무 능력과 정신력(?)에는 큰 성장이 있었다. 소프트웨어 관련 스킬은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공부를 하다보니 오히려 더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 Technical Fluency/Critical Abstraction AI 연산 가속기 개념을 최초로 접했을 때의 막막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상당히 전문화된 각 구성요소들을 담당하는 박사급 엔지니어분들이 계시는 상황에서, 이 모든 내용 하나하나를 깊이 이해하려 드는 것은 내 역할이 아님을 많은 고생 끝에 깨달을 수 있었다. 큰 그림과 내러티브를 잡는 것을 목표로 삼고 모든 글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있음을 기억함으로써 복잡한 개념들 사이에서 좌절하지 않고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 Resourcefulness 원래 독립적인 성격에 첫 회사도 스타트업이다 보니 혼자서 일 하는 것 자체에는 큰 거부감이 없었지만,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조직이다 보니 제대로된 관리자가 부재했다. 그 와중에 스스로라도 체계를 갖추려고 노력했고, 정보 습득과 도움 요청 등에 있어서 나름의 요령이 생긴 것 같다. 다들 협조적이고 친절하셔서 가능했던 점도 있기에,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 Tools and Programming 주 업무는 하드웨어 관련이지만, 다방면의 직무 능력 향상을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들이고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css, html을 적극 사용해보기 시작했고, API를 만들고 이를 연동한 프로젝트도 만들었다. 다양한 생산성/자동화 툴을 사용하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오히려 틈틈이 개인 시간을 활용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더 능률이 좋은 것 같다. (외시 준비할 때 독일어가 너무 재밌었던 것 같이...) ## **Health and Wellness** ### Disciplined Eating 1년 내내 거의 예외없이 매일 같은 아침 식사를 하면서 운동도 했고, 16:8 간헐적 단식도 계속 진행 중이다. 당류나 정제 탄수화물은 최대한 피하는 편이고, 균형잡힌 매크로 영양소를 섭취를 중점으로 둔 단조로운 식단 덕분에 엥겔지수도 비교적 낮게 유지되고 있다. ### Self Care 원래도 어느 정도 관심은 있었지만, 2024년은 의식적으로 자기관리에 상당한 자원을 쏟았고, 이는 심신의 행복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현재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원동력이되고 있다. ### Prioritizing Sleep 제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잠을 줄이고'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고, 많이 자는 것을 수치스러워 하던 학생 시절 사고방식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브라이언 존슨의 잠이 중요하다는 말에 수면의 우선순위가 격상되었다. 항노화 및 인지 능력 유지를 위해 최소 7-8시간의 수면을 확보하려는 중이고, 요새는 졸리면 그냥 잔다. ## Mental and Emotional Growth ### Staying Unbothered 칭찬 받고 인정 받으면 물론 좋지만, 나만의 기준이 확고하면 그걸로도 자존감이 충족되기 때문에 타인을 통해 결핍을 채울 필요가 줄어든다. 남의 인정을 구하려고 발버둥치다 보면 불편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 Friends Cleanse 모두와 친구가 될 수도 없고, 모두에게 호감이 될 필요도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자끼리의 "자매 연대"를 매우 중시하기에, 항상 격려하고 칭찬하고 발전을 독려하는 편이다. 상대의 미묘한 적대감이나 질투가 느껴지는 경우도 이해하고 넘기곤 했다. 하지만 성장 곡선에서 나와 다른 지점에 있는 사람들은 만나도 힘들기만 한데, 내가 굳이 자원을 쓸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인맥을 한번 정리했다. ### Boundaries 차갑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사실 나는 상당힌 공감 과잉형 인간이다. 남들을 도와주겠다며 오지랖도 많이 부리고 감정 및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한 전력이 꽤 화려하다. 2024년에는 내가 타인의 구원자가 될 수 없으며, 그들이 자신의 여정을 갈 수 있도록 거리를 두어야 함을 깨달았다. ### Looking Inside 외부의 어떤 사건이나 사람으로 인해 불편한 감정이 들면 즉시 저널링을 하거나 자기성찰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려 했다. 분노든 질투든 외부 자극에 의해 트리거될 뿐, 원인은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내면이 많이 단단해졌다. ## Regrets 명색(?)이 외국어 덕후인데 외국어 공부를 너무 못했다. 마음의 부채감이 여전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인데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는 어른의 삶이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시간을 더 잘 써서 공부를 잘 해볼 예정이다. 말만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들이 몇 가지 있지만, 올해 하면 되니까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다. 잘 까먹는 타입이라 큰 후회는 없는 것 같다. 매 순간 내 최선을 다 한 것일테니... ## 2025 이제 적지 않은 나이가 된 만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삶이 행복할 지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2024년에는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찾았으니,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예정이고, 비전 보드도 만들었다. 2025년에 있을 많은 발전, 배움, 성장이 기대되고, 내가 꿈꾸는 삶에 한걸음 더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독일어 전공자가 공부하는 아프리칸스 URL: https://jiwonkwak.co/learning-afrikaans/ Last updated: 2024-12-07T02:47:41.000Z \* *본인은 통사론이나 음운론 같은 언어학적 지식이 전무하며, 내재화된 언어 지식을 기준으로 의식의 흐름을 따랐음을 밝힌다.* 아프리칸스는 게르만어족에 속하며, 17세기 중반 희망봉에 정착한 네덜란드인들으로 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네덜란드어와 상당히 비슷하다. 본인은 독일어를 전공하면서 네덜란드어를 잠깐 취미로 배운 적이 있기 때문에 아프리칸스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았다. 아프리칸스의 가장 큰 특징은 문법의 복잡성이 상당히 희석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맨스어, 게르만어, 러시아어, 아랍어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동사 변화**, **격변화** 및 그에 수반되는 **어미 변화** 등이 전무하다. 앞서 언급한 언어를 한 개라도 배워본 사람이라면 더 크게 와닿을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연구개 마찰음(가래 뱉기 전 나는 소리)이 유난히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독일어의 ch, 러시아어의 x, 네덜란드어의 g 발음에 해당하는데, 듣고 있다 보면 유난히 해당 소리가 두드러진다. 이 글에서는 독일어 전공자가 아프리칸스 공부를 시작하며 느낀 특이점들을 정리해보았다. ### 동사 인칭변화의 부재 대부분 서양 언어에서는 인칭에 따라 동사가 변화하는데, 영어는 3인칭 단수에 -s가 붙는 정도여서 정말 원시적인 편에 속한다. 프랑스어, 스페인어와 독일어만 하더라도 동사는 절망의 늪이다(물론 본인은 재밌었음). ![](https://lh7-rt.googleusercontent.com/docsz/AD_4nXflNuVh9o7TDVHBn1NK6y5K8nM7ajT68Rrs8JeZHuH90CXRnSdj3Olk1NbXsfNfNw9PAk1NnBUnO7xP4-MZAxBw_fshi8mL8jkhrGis6gYaF40PF9l_PbP7rPrn-3qnRbJm1-eFpQ?key=ifRE_mJxusrYgIaQu2juxw) 독일어 그럼에도 동사변화를 체득하기 위한 지리한 반복과 연습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특히 회화에 있어서는 문장 구조가 복잡해지면 동사 위치가 변하기도 하기 때문에, 최초에 뱉어낸 주어를 기억하고 올바른 동사를 매끄럽게 구사하기 까지 수 많은 좌절과 인내가 요구된다. 아니 그런데, 아프리칸스는 동사의 인칭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히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내가 짖든, 개가 짖든, 우리가 짖든, 그들이 짖든 동일한 형태의 동사 blaf가 사용된다는 것.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12/image-2-1.png) 동사는 사실상 문법의 주인공이기에, 이것 하나만으로 절약되는 학습 시간을 생각하면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 이해 안 되는 발음 규칙 그렇다고 아프리칸스가 쉽기만한 언어는 아니다. 전세계 인구 3%만 사용하는 희귀 언어인 만큼 자료가 한정적이고, 발음 규칙이 혼돈 그 자체다. 아래는 몇 가지 패턴들만 적은 것이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개별 사례들이 수도 없이 많다. #### **부정관사 ‘n** 본인이 파악한 아프리칸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발음규칙이다. 그 중 최초로 어이 없음을 선사했던 것이 바로 부정관사 ’n인데, 결론부터 말 하자면 a (UH, 어)로 발음된다. - ‘n appel (an apple) 일단 생긴 것은 네덜란드어의 부정관사 een의 복모음이 ‘로 축약된 것으로 보이고, 발음은 매우 뜬금 없게도 영어 부정관사 a와 동일하다. 아포스트로피도 눈에 거슬리고, 대체 굳이 이래야 하는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지만 너무 열을 내지 말고 받아 들여야 한다. #### **지소사 jie의 발음** 지소사라 함은 단어를 귀엽게 만들어주는 접미사로, 독일어의 경우 대표적으로 "-chen"이 있다. 이것을 독일어로는 Verniedlichung이라고 한다. (참고로 niedlich는 귀엽다는 뜻의 형용사다.) - 빵 Brot - 작은 빵 Brötchen - 고양이 Katze - 작은 고양이 Kätchen 스페인어에서도 -ito/-ita, 이탈리어에도 -ino/-ina가 동일한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어에서는 -je, -tje, -etje, -pje가 사용되고, 아프리칸스에서는 jie가 사용된다. - 빵 brood - 작은 빵 broodjie (조어론적으론 이러하지만 사실상 그릴 샌드위치 같은 것을 뜻함) - 개 hond - 작은 개 hondjie 그런데 j가 영어의 y로 발음된다는 게르만어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칸스어 broodjie는 *브로우키,* hondjie는 *호잉키*로 발음된다. 표기를 j로 해놓고 난데 없이 k로 읽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아서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hondjie는 *혼트키도* 아니고 들어보면 *호잉키*다. 깊은 한숨...) ### 부정부사 nie의 이중 사용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부정부사 not이 한 번만 등장하는 것에 큰 의문을 갖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게르만어족 독일어와 네덜란드어의 경우에도 각각 nicht와 niet가 대체로 한 번만 등장한다. - 영어: This is **not** my house. - 독일어: Das ist **nicht** mein Haus. - 네덜란드어: Dit is **niet** mijn huis. 하지만 아프리칸스에서는 말미에 한 번 더 등장한다. - 아프리칸스: Dit is **nie** my huis **nie**. 프랑스어에도 부정문을 만들 때 ne pas라는 두 단어가 사용되긴 하지만 계보가 다르기도 하고, 아프리칸스에서는 말미에 등장한다는 점이 차별적이다. - 프랑스어: Ce **n'**est **pas** ma maison. 물론 예외도 있다. 짧은 문장 중 주어 + 자동사 또는 인칭대명사가 주어인 경우에는 nie가 한번만 사용되고, 독일어(네덜란드어)와 마찬가지로 동사 뒤에 위치한다. - Die hond hardloop nie - Der Hund rennt nicht (The dog doesn't run) - Sy skryf nie - Sie schreibt nicht (She doesn't write) 참고로 nie는 독일어로 절대부정을 나타내는 부사 never에 해당하는데, 아프리칸스에서는 nie가 두 번이나 사용되어 독일어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어감이 다소 강하게 들릴 수 있다. 아프리칸스에서 절대부정 부사는 nooit이며, 이 역시 nie와 함께 쓰인다. - Die hond hardloop nooit nie. (The dog never runs) - Sy skryf nooit nie. (She never writes) ### 독해가 쉽다 물론 본인이 독일어 C2 소지자이고 언어감이 발달한 편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긴 학습 시간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대부분의 가벼운 글은 의미 파악이 가능하다. 관심 주제 글을 읽고 단어와 표현을 정리하는 것은 실제 자주 사용하는 공부 방법이다. 몇 문장만 의식의 흐름을 따라 기록해보겠다. “gesonde kos (건강한 음식)”, “wenke (팁)”, “za (네덜란드와 겹칠 수 있으므로 남아공 도메인 확장자를 추가)”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여 랜덤한 텍스트를 찾았다. **10 maniere om elke dag gesonder te eet** 제목부터 사전의 도움 없이 바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눈에 10 Tipps/Wege um jeden Tag gesunder zu essen이라는 독일어가 겹쳐 보인다. maniere는 프랑스어의 manière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방법”이라고 즉시 유추할 수 있다. “매일 더 건강하게 먹는 법 10가지” *Is dit vir jou moeilik om by 'n gesonde dieet te hou?* 첫 문장도 독일어가 겹쳐보여서 즉각적인 의미 파악이 가능하다. “Ist es für dich einfach um bei einem gesundem Diët zu halten?"라고 직역이 되는데, "당신은 건강한 다이어트를 지속하기가 어려우십니까*"*라는 뜻이다*.* (참고로 실제 독일어에서 다이어트 얘기를 할때는 "bei... halten"을 사용하지 않고, eine Diät halten, 또는 eine Diät durchhalten과 같은 조합을 사용한다.) moeilik은 독일어와 다르게 생겼지만 감으로 유추할 수 있고, 사전을 찾아보니 예측이 맞았다. hou라는 동사가 by라는 전치사와 함께 쓰인 다는 사실도 유의미한 배움이다. 너무 덕후같이 더 파고들기 전에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결론 독일어 능통자라면 게르만어족의 뼈대만 남은 아프리칸스 문법이 굉장히 수월할 것이다. 글을 읽는 것은 몇 주만 투자하면 가능해진다. 하지만 회화의 경우, 자료가 한정된 가운데 발음을 모방하기도 까다롭고 규칙 자체가 혼란스럽기 때문에 독학으로 실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단호한 결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엔지니어와의 커뮤니케이션 URL: https://jiwonkwak.co/communicating-with-engineers/ Last updated: 2024-11-27T01:57:54.000Z 본인에게는 바쁜 사람의 시간을 뺏는 것을 매우 불편해하는 특성이 있다. '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이 어린 시절부터 심어진 탓일 수도 있고, 대학원생 시절 스스로 과도한 시간 강박을 가져봤던 경험 탓일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테크니컬 라이터로 일하며 가장 익숙해져야 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바쁜 엔지니어분들의 시간을 뺏는 일이었다. 초반에는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까지 더해져 사소한 질문을 하나 하는 데에도 안절부절못하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결 수월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의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항상 업무를 위한 소통 방식의 최적화를 위해 신경쓰고 있다. 아래에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하였다. *\*실제 만나 본 수십명의 엔지니어들은 국적, 성별, 나이, 전공 불문 단 한명도 빠짐없이 세상 친절하셨으며, 이 모든 노력은 본인의 평정심 유지를 위해서임을 밝힌다.* ### 엄밀함의 정도 라이프니츠가 집필한 하노버 가문 연대기는 지구의 탄생에서 시작된다. 학자의 집요하고 엄밀한 세계관에서는 일가의 족보를 쓸 때조차 지질시대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엔지니어분들도 어떤 것을 설명하시는 데 있어서 비슷한 엄밀함을 지닌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전부 그대로 수용하다보면 결국 남는 것은 사용성이 떨어지는 정직하고 건조한 팩트 뿐이다. 이런 경우 설명 시간에 비해 수확이 적어 시성비가 떨어지게 된다. 대화가 너무 깊은 영역으로 빠지지 않도록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 독자 수준 설정 내가 만난 엔지니어분들은 대체로 선량한 문과인의 눈높이를 가늠하지 못하신다. 특히 이공계 박사 학위를 소지하신 분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한번은 그런 분께서 정말 악의 없이 '그것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학부 전공부터 해야 알 수 있는 것'이라 답해주셨는데, 좀 더 어린 신입 엔지니어분은 답을 주셨다.) 불필요한 시간 낭비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상 독자 수준과 글의 깊이를 미리 생각해서 전달해야 한다. 선량한 문과인의 대변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되뇌곤 한다. ### 구체적인 질문하기 이것은 초반에 파악한 사실인데, 입력값이 있어야 출력값이 나오듯 최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답변하는 엔지니어분들 입장에서도 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엔지니어분께 바로 질문하기 위해 미팅을 진행하는 경우도 봤는데, 조악하더라도 글의 구조는 갖춰 놓고 논리적 공백이나 결여된 정보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질문을 준비해야 마음이 한결 편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내용이 필요한지, 무엇이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 질문자가 완전한 백지 상태라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이라도 잡기 위해 준비를 하고 최대한의 메타 인지력을 발휘해야 한다. ### 비대면 및 비동시적 소통 회의를 하고 나면 본래 업무로 돌아갈 때 문맥 전환Context Switching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이므로 불필요한 미팅은 가급적 지양하고자 한다. 반드시 대면 회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비대면으로 자료를 전달하고, 상대방이 편리한 시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 결론 테크니컬 라이터로 일한 몇 년 동안 눈치가 늘었고, 주체적인 정보 획득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시간을 뺏어도 항상 친절하게 협조해주신 엔지니어분들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인 선입관이 생겼다고도 할 수 있다. ### 외국어로 글을 쓸 때는 어떤 언어로 생각할까? URL: https://jiwonkwak.co/thinking-language/ Last updated: 2024-11-27T01:58:13.000Z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외국어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질문의 전제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지만, 본인은 이 질문을 자주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을 쓸 때 본인은 80% 이상 영어로 사고한다. 하지만 이 질문이 '어떻게 하면 외국어로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방법론적 물음을 담고 있다면, 그에 앞서 고려해야 할 선행 조건들이 존재한다. 이는 영어 실력, 언어 감각, 글쓰기 능력 등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본인의 경우 오랜 시간 영어를 공부하여 영어로 생각하는 편이며, 다른 서양 언어도 대체로 영어를 기준으로 접근한다. 의미 전달의 신속함을 목적으로 한다면 한국어로 사고하며 작성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습관을 피하려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고와 표현의 범위가 한국어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모든 언어는 고유한 표현 방식을 내포하고 있는데, 한국어를 기준으로 글을 작성하면 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서양 언어들 간에는 비교적 진입 장벽도 낮고, 감으로 직역해도 대응되는 표현이 있을 확률이 높지만, 한국어를 출발점으로 삼으면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거나 표현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다. (주의해야할 점은 언어학에서 소위 거짓짝false friend이라고 부르는 단어들인데,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어색한 글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표현을 우회하거나 풀어서 써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외국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즉, 숙어를 검색하고 맥락을 위해 원어 자료를 참고해야 하므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한국어와 영어 단어는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을 때, “one-to-one correspondence”라는 직역 대신 “Korean and English words do not often have direct counterparts”라고 표현할 것이다. 독일어로는 “etw. nicht eins zu eins entsprechen”이나 “kein direktes Pendant” 같은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돈이 아깝다”라는 말도 흥미로운데, 검소함을 중시하는 프로이센 덕목의 영향 덕인지 독일어에는 정확한 대응 표현인 “Es ist schade um das Geld”가 있다. (독일 아마존 리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영어로는 “It’s a waste of money”라고 할 것이다. 둘째, 글쓴이의 국적이 드러나면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 외국어로 글을 쓸 때, 한국어로 먼저 사고하고 심지어 한국어로 글을 작성한 뒤 이를 외국어로 그대로 번역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전문 번역사가 수 시간을 공들인 번역이 아니라면, 한국어의 흔적이 남는다. 글의 성격에 따라 이러한 흔적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외국인 독자가 내용 자체에 집중하도록 하려면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물론, 본인이 한국어 흔적에 유난히 민감한 점을 인정하며, 이는 번역을 하면서 생긴 습관일 수 있다.) 한국어 논문 사이트에서 영어 초록을 보면 한국어식 사고가 연상되는 영어 표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학술적 맥락에서는 전문 용어가 많기 때문에 일대일 대응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를 통해”를 “through this”로, “연구 결과”를 “As a result of the study,...”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한국어로는 “연구 결과, A는 B라고 밝혀졌다”라는 식의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영어에서 “As a result”는 연구 자체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했음을 암시하는 느낌을 준다. 본인은 이런 경우 “The study demonstrated that…” 혹은 “According to the results of the study,...”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본인은 어떤 언어를 배우든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표현을 목표로 했고,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상황을 피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원어민의 표현과 원어 사전의 예문을 내재화하는 연습을 많이 했고, 영어로 글을 쓸 때는 영어로 사고하게 되었다. 독일어는 초기에는 영어를 보조바퀴로 삼다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의존성이 줄게 되었다.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도 영어로 접근하지만, 아프리칸스어나 네덜란드어는 독일어와의 문법적 유사성 덕분에 독일어로 배우는 것이 더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In which language do you think when writing? Before one establishes a solid foundation in a language, the very idea of thinking in that foreign language becomes impractical, rendering the question somewhat moot. Nevertheless, I have frequently encountered this question. To address it directly, I find that I think in English more than 90% of the time when writing in English. However, if the question is asking how to become a proficient writer in a foreign language, several prerequisites must be considered. The approach varies depending on factors such as one's proficiency in English, linguistic sensitivity, and writing skills. In my case, having studied English extensively, I not only think in English, but I generally approach Western languages through the lens of English. If the primary goal is to get a message across quickly and efficiently, it may seem more practical to think and write in Korean. However, I deliberately avoid this practice for several reasons. First, thinking and writing in Korean confines the range of thoughts and expressions. Every language has its own distinct forms of expression, and writing from a Korean mindset makes it difficult to break free from its structural constraints. While Western languages share enough similarities to make translation easier, starting from Korean often leads to mismatches or entirely different modes of expression. (An important consideration here is the issue of "false friends," which I will address in a separate piece.) To avoid awkwardness in writing, one must either circumvent or expand on Korean expressions. This demands a more engaged interaction with the foreign language, which means looking up idiomatic phrases and consulting native materials for context—tasks that require additional time. For example, to say the Korean phrase "한국어와 영어 단어는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I would avoid the literal translation "one-to-one correspondence" and instead opt for "Korean and English words do not often have direct counterparts." In German, I might use the phrases “etw. nicht eins zu eins entsprechen” or “kein direktes Pendant haben”. Another interesting example is the Korean phrase "돈이 아깝다", which, perhaps influenced by the Prussian value of frugality, has a precise German counterpart: “Es ist schade um das Geld” (a phrase commonly found in reviews on German Amazon). In English, I would translate this as “It’s a waste of money.” Second, writing in a foreign language while thinking in Korean can unintentionally reveal the writer’s nationality, which may lead to bias. I have often seen instances where people draft their work in Korean and then translate it directly into the foreign language. Doing so will inevitably leave traces of Korean, unless a professional translator devotes significant time to refining the text. While such traces might not always be problematic depending on the context, it’s best to minimize these distractions if the goal is for a foreign reader to focus on the content itself. (I should note that I may be particularly sensitive to this issue due to habits formed through my translation work.) Korean-influenced English expressions can frequently be found in the abstracts of Korean academic papers, largely because technical terms in academic contexts are often directly translatable. For instance, “이를 통해” is often translated as “through this,” and “연구 결과” as “As a result of the study,...” The latter poses a problem, as “연구 결과, A는 B라고 밝혀졌다” is a common structure in Korean, but in English, beginning with "As a result" suggests that the study itself directly caused a specific outcome. In such cases, I would use phrases like “The study demonstrated that...” or “According to the results of the study,...” I have always strived for natural, fluency in any language I learn and have desperately worked to avoid the two pitfalls mentioned above. To achieve this, I spent considerable time internalizing natural expressions and studying examples from monolingual dictionaries. This approach has allowed me to think in English when writing in the language. With German, I initially leaned on English as a reference, but over time, my reliance on it steadily decreased. While I still approach French and Spanish through English, I’ve found that for languages like Afrikaans and Dutch, learning through German is more effective due to their shared grammatical structures. ### 외국어 공부는 왜 갈수록 어려워지는가 URL: https://jiwonkwak.co/sprachen-lernen/ Last updated: 2024-11-27T01:58:52.000Z ## *\*본 텍스트의 원문은 본인이 독일어로 작성하였으며, 영어와 한국어로 번역했다.* ## **Warum wird Sprachenlernen schwieriger mit Fortschritt?** In jeder Disziplin gilt die folgende Tatsache: je mehr man weiß, desto kleiner fühlt man sich. Mir wurde dies zum ersten Mal klar beim Deutschlernen. Am Anfang geht es nur um das Statische: was festgelegt und unveränderlich ist. Das sind die Grammatik und die Sprachregeln, die einem nur Fleiß und Konsequenz abverlangen. Die kleinen Euphorien nach der Überwindung der kleinen Hürden, wie den Kasus und das Genus, machen einen süchtig und treiben die Motivation an. Die erste Herausforderung beginnt damit, wenn man seine eigenen Meinungen auszudrücken versucht. Man fühlt sich frustriert von der ungewollten Sprachlosigkeit. Denn ohne genügend Vokabeln ist man gezwungen, seine Gedanken in verflachter Einfachheit zu äußern, aller subtilen Bedeutungsnuancen beraubt. Mit jedem weiteren Gespräch tritt die Begrenztheit des Wortschatzes deutlicher zutage, was die Machtlosigkeit ins Unermessliche steigert. Doch genau wegen der Frustration setzt man fort. An jedem Stolperstein auf dem Weg wird man stärker. Das Problem ist nur, dass es unzählige Stolpersteine geben wird. Denn beim Sprachenlernen geht es nicht nur um das Statische, sondern auch das Dynamische: die Kultur, den Zeitgeist, und den Humor. Das Gefühl der Überforderung wächst gleichzeitig mit jedem Fortschritt. Jeder, der über gute Sprachkenntnisse verfügt, ist sich dessen bewusst: Je mehr man weiß, um so mehr weiß man, dass man nicht weiß. Jeder ernsthafte Sprachlernende hat nur seine eigene Limitation im Blick. Deswegen wird das Lernen nicht einfacher mit der Zeit. Noch schlimmer: das Verlernen dauert gefühlt nur etwa ein Drittel der Zeit des Lernens. Wenn man eine Weile nachlässig gewesen ist, führt dies zu noch größerer Frustration, sodass nur die Erwähnung des Wortes "Deutsch" ein schweres Schuldgefühl auslöst. Die unerklärliche Sehnsucht nach Perfektion ist aber immer noch da, und dieser Antrieb lässt einen weitermachen. Denn am Ende des Tages ist der Weg das Ziel. ## Why does language learning become more difficult with progress? The following fact applies to every discipline: the more one knows, the smaller one feels. I first realized this while learning German. At the beginning, the focus is primarily on the static aspects of the language—grammar and linguistic rules—which require only diligence and consistency to master. These elements, while difficult, offer clear milestones and rewards, such as learning cases and gender. Overcoming these hurdles provides small bursts of euphoria that keep motivation high. However, the real challenge begins when a learner attempts to express their own thoughts and opinions. The frustration of being unable to fully articulate oneself due to a limited vocabulary becomes apparent. Without sufficient words, thoughts are dumbed down to simple expressions, stripped of subtle nuances. With every conversation, the learner becomes more acutely aware of their linguistic limitations, amplifying a sense of powerlessness. Despite the frustration, learners continue on their journey, gaining strength with each setback. The problem, however, is that the number of obstacles seems endless. Language learning is not confined to static rules; it also encompasses dynamic elements such as culture, the zeitgeist, and humor. As progress is made, the feeling of being overwhelmed grows. Anyone who has acquired advanced language skills understands this dynamic: the more one learns, the more one realizes how much remains unknown. Serious language learners tend to fixate on their limitations, which is why learning does not become easier over time. Worse still, forgetting what has been learned often seems to happen in a fraction of the time it took to acquire the knowledge in the first place. Especially after periods of neglect, simply hearing the word "German" can evoke feelings of guilt. Yet, the inexplicable desire for perfection persists, and this drive pushes one to continue. In the end, the journey itself is the ultimate goal. ## 외국어는 왜 갈수록 어려워지는가 분야를 불문하고 더 많이 배울수록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더 크게 느끼게 된다. 내가 이것을 최초로 깨달은 것은 독일어를 배울 때였다. 처음에는 *고정된 것*, 즉 변하지 않는 규칙과 체계를 다룬다. 문법과 언어 규칙이 이에 해당되는데, 이러한 것들은 부지런함과 꾸준함만 있으면 배울 수 있다. 작은 도전을 극복할 때마다 (예를 들어 격과 성을 익히는 순간) 느끼는 작은 기쁨의 순간들이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를 강화해준다. 첫 번째 위기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 할 때 맞닥뜨리게 된다. 원치 않게 말문이 막힐 때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다. 충분한 어휘가 부재한 상태에서는 섬세한 의미 차이가 소실된, 매우 단순화된 말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화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어휘적 한계가 더욱 명확해지며 무력감은 더욱 커져간다. 그러나 바로 그 좌절감 때문에 학습을 계속하게 된다. 길 위에 놓인 걸림돌마다 점점 강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이 여정에서 그 걸림돌이 끝없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언어 학습은 단지 고정된 것에 그치지 않고, 문화, 시대정신, 유머와 같은 *동적인 것*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발전할수록 벅찬 느낌도 함께 커진다. 높은 수준의 언어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배우면 배울 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 진지한 언어 학습자라면 자신의 한계에만 집중하게 되므로 학습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쉬워지지 않는다. 더 부당한 사실은, 배운 것을 잊는 데 걸리는 시간은 배움에 들인 시간의 체감상 약 삼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동안 학습을 소홀히 하면 그 좌절감은 더욱 커지며, '독일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깊은 죄책감이 생긴다. 그러나 설명할 수 없는 완벽함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존재하며, 바로 그 열망이 계속해서 나아가게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과정 그 자체니까. ### 커리어 단상 URL: https://jiwonkwak.co/career-thoughts/ Last updated: 2024-11-27T01:58:30.000Z 아직도 종종 회사를 다닌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것은 불과 4년 전 코로나 시절로, 완전한 원격 재택 근무 형태였다. 당시 나는 통번역 프리랜서 일을 1년 정도 한 것을 제외하면 사회 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였다. 첫 근무를 앞둔 나의 마음가짐은 어린 시절 저항 없이 주입된 두 가지 원칙에 기반했는데, 첫째는 “남에게 고용되었을 때의 월급의 3배를 벌어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라"는 어느 불교 가르침에 기반한 노동 윤리관이었고, 둘째는 남이 보지 않을 때 더욱 삼가고 조심하라는 신독(愼獨)의 덕목이었다. 내 회로가 단순한 탓인지 조기 교육(세뇌?)의 힘인는 모르겠지만, 약간 희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 가치관의 일부로서 자리잡고 있다. IT 업계는 모든 측면에서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청교도적 노동관에 의해 집요하게 시달린 동시에 거의 평생을 언어 외골수로 살다가 처음으로 접한 블록체인은 나에게 공황 상태에 가까운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의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건은 나를 강렬한 투쟁-도피 반응 상태로 몰아 넣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과도한 열정으로 표출되었다. 처음이다 보니 실제 결과물이 훌륭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지만, 지금 떠올리기 다소 민망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하루 8시간 내내 일관된 업무 강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도 몰라서 재택 근무 와중에도 점심 시간에 뻗어버릴 정도로 집중력을 혹사시켰다. 조직 내 업무 R&R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일과 그 이상을 하려고 안달했다. 원격 근무와 스타트업이라는 상황 덕분에 일부 용납되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시기가 궁극적으로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어느 순간 초년생의 마법이 풀리고 아드레날린 분비가 정상화되면서 내가 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보자면 나는 회사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술적 내용의 글을 작성하도록 고용된 사람인데,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진실된 열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점점 가치관과 책임감의 관성으로 일을 하는 내 모습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 시점부터 회의감이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계약 관계를 배제하면 사실상 회사의 성패와 흥망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질문도 해봤지만, 필요한 답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공감 자체를 받지 못했다.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회사와 입장을 동일시 하기 위해 아무리 스스로를 세뇌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내면의 아우성을 입막음할 정도로 금전적 보상이 높았다면 달랐을까? 하지만 단순 금전을 매개로 열정을 연명시킨다 한들 결국엔 허무하지 않을까? 물론 성취감이나 자기 효능감, 경험과 이력의 축적 자체는 굉장히 유의미했지만, 나는 회사가 내는 성과나 처한 상황에 근본적인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임하고 싶었고, 여전히 그렇다. 내 순진한 욕심일 수도 있다. 결국에는 뜬구름 같은 블록체인에서 시작하여 점점 더 의미있고 진심으로 가치에 공감할 수 있는 업계를 찾기 위해 본의 아니게 잦은 이직을 하게 되었다. 궁극적으로는 나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경험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최대한 감정적 동일시를 이루면서 진심을 다 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여러 회사와 창업자의 비전 등에 큰 관심이 생겨 더 유심히 보게 되었다. 하드웨어를 다루는 현재 회사에서는 그나마 가장 큰 안정감을 느끼고 있지만, 인생을 길게 본다면 이런 고민은 앞으로도 진행형일 것 같다. ### 번역서 리스트 URL: https://jiwonkwak.co/translated-list/ Last updated: 2026-01-10T00:24:40.000Z 본인은 현재 전업 통번역사는 아님에도 연차에 비해 출판 번역 경력이 꽤 있는 편이다. 게다가 전공 언어인 독일어가 아닌 프랑스어 번역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운이 매우 좋았다. (통대 졸업생들은 알겠지만 출판 번역은 진입이 힘든 편이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image-10.png) 가장 최신 번역서 프로필 이 글은 여태 번역했던 책들의 리스트로, 짧은 소감과 함께 출간될 때마다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 1\. 글로벌 트렌드 2040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349751907g.jpg) [링크](https://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5Fmethod=detail&sc.saNo=001&sc.prdNo=349751907&product2020=true&ref=jiwonkwak.co) 처음으로 번역했던 책인데, 공동 역자로 참여했다. 영-한 번역이었고, 국제정치 전공자로서 익숙했던 주제였다. 뭐, 돈이 되는 건 아니고 사실 당시에는 그저 내 이름 석자가 들어가는 것에 들떠 있었다. ## 2\. 원자폭탄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XL.jpeg) [링크](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756830?ref=jiwonkwak.co) 첫 불-한 번역이었는데, 프랑스 국방부 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은 엄청난 성공작이다. 국내에서도 부천 국제 만화축제 상도 받았다. 그래픽 노블 분야에서는 대성공작이라 할 수 있었고,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한 책이다. ## 3\. 고민하는 리더를 위한 삐뚤어진 리더들의 전쟁사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355140388g.jpg) [링크](http://www.yes24.com/Product/Goods/112198256?ref=jiwonkwak.co) 영-한 번역이었다. 이 책을 번역할 당시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있어서 몹시 벅찼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이 출간 되고 많이 불안했었는데, 출간 후 호의적인 온라인 서점 리뷰를 보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독자들로부터 번역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경우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 ## 4\. 선생님도 몰랐던 미래의 직업 가이드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355519183g.jpg) [링크](https://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5Fmethod=detail&sc.shopNo=0000400000&sc.prdNo=355519183&sc.saNo=007&bnid1=book%5F2015&bnid2=bottom&bnid3=Author&bnid4=relate%5Fbook&ref=jiwonkwak.co) 두 번째 불-한 역서.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한 책이다. 어린이 책은 단순 번역이 아니고, 가독성을 위해 상당한 의역이 요구된다. 한국 아이들 수준에 맞춘 현지화 작업도 필요한데, 그것은 편집자의 영역이다. 이 책을 계기로 어린이 책을 몇 권 더 담당하게 되었다. ## 5\. 안녕! 미래도시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image-3-1-1.png) [링크](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588?ref=jiwonkwak.co) 세 번째 불-한 역서. 바로 위의 미래의 직업과 같은 시리즈의 어린이 책이다. 어린이 책이지만 배우는 내용이 많다. 물론 휘발성도 강함. ## 6\. 한계를 넘어서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image-6-1.png) 전쟁기념관에서 추진한 프로젝트에 번역사로 참여한 것이고, 나는 147명의 미군 참전용사들의 수훈 기록을 번역했다. 국제학 전공생으로서 너무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한 기회였다. 일 맡겨주신 디자이너 대표님도 너무 친절하셨다. 검색해도 안 나오는 것 보면 정식 출간된 도서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본인은 샘플을 받아 소장 중이다. ## 7\. 에센셜 오일로 하는 시니어테라피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image-7-1.png) [링크](https://champsdarome.com/55/?idx=23&ref=jiwonkwak.co) 공동 번역을 한 건인데 타이트한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관련 협회에서 단독 출판한 것으로 보이며,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다. ## 8\. 코드 밖 커뮤니케이션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image-8-1.png) [링크](https://www.hanbit.co.kr/store/books/look.php?p%5Fcode=B1493233905&ref=jiwonkwak.co) 처음으로 맡은 IT 분야 출판 번역이라 테크라이터로서 마일스톤이었다.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배운 점도 많았고, 실제 전문 서적을 번역한다는 것은 기존의 서적들과 차원이 다른 세심함을 요한다는 것을 배웠다. ### 회화 독학하기 URL: https://jiwonkwak.co/learning-speaking/ Last updated: 2024-11-27T01:55:45.000Z ## 들어가며 필자는 언어 공부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학습 과정 자체에서 강렬한 몰입과 즐거움을 느낀다. 언어 공부를 후원해주는 메디치 같은 존재가 있다면 평생 앉아서 언어 공부만 하고 싶을 정도다(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그나마 연관이 있는 글쓰기를 살린 커리어로 나름 만족하고 있다). 짧은 미국 체류 후 영어 특기자로 입시를 했고, 통번역대학원에서는 독일어를 전공했다. 취미로 공부한 언어가 8개가 넘는다. 프랑스어는 잘 맞아서 5권의 출판 번역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2024년 8월 기준 현재는 아랍어와 아프리칸스어에 집중하고 있다. 문법과 독해는 독학이 수월한 편이지만, 혼자서 회화 실력을 키우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명한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회화 공부를 시도해보았고, 그 과정에서 정착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공유한다. *\*증명하기 애매한 부분이지만, 어느 외국어를 공부하든 해당 모국어 화자들에게 교포냐, 오래 살다 왔냐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본 글의 내용은 필자가 모든 언어를 공부할 때 기본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지만, 공부 흔적이 가장 많은 *독일어*를 기준으로 작성이 되었다. 글 말미에 독일어 학습 자료도 공유했다.* ## 회화 독학 3단계 ### 답답함 느끼기 영어는 미국 체류 경험과 3년 간의 짧고 굵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덕질 덕에 회화에 문제 없지만, 독일어는 순수 국내파로서 인위적인 인풋을 주입해야 했기에 시작점이 달랐다. 특히 통번역대학원에서는 주로 연설문을 다루는데, 실제 독일인과 일상 대화를 나눌 때면 매번 숨막히는 답답함을 느꼈다. 연설문에 등장하는 고급 어휘나 표현만으로는 **실제 나의 가치관, 경험, 의견이 반영된 말**을 하기가 어려웠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면서 **진정 나다운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언어는 결국 소통의 수단인데, 단순화된 표현에 한정된 이 현실을 타파하고 싶었다. > 예를 들면 독일인 견주를 만났을 때 강아지 발톱을 깎다가 피가 나서 패닉했던 경험이나, 중성화 수술 후 체중이 증가해서 고민이라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이 답답함이 축적되면서 약간의 광기가 발동했고, 학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하지 않았던가. 독일인 교수님과의 스몰토크나 통역 현장에서 만난 독일인들과의 대화에서 답답함을 느낀 포인트가 있으면 무조건 메모를 하고, 집에 와서 정리를 했다. ### 주제별 표현 정리하기 암기가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필자는 사실 웬만한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단어는 한두번 보면 외우지만(중국어, 일본어는 예외였고, 그래서 중단했다), 설사 단번에 기억을 할 수 없더라도 반복하면 결국엔 외워진다. 나에게 아랍어와 러시아어가 그러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어휘를 암기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예컨대 나는 아직 살면서 18살 때 암기한 hirsute, pulchritudinous라는 영어 단어나 23살 때 외운 Duckmäusertum이라는 독일어 단어를 직접 써본 적이 한번도 없다(높은 수준의 글을 읽을 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래서 어떤 주제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의식의 흐름대로 정리했다. 아래는 한창 독일어에 몰입하던 시절 만들었던 목록 예시이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Screenshot-2024-08-18-at-10.13.03-AM.png) 당시 한창 발레를 배우고 있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image-1.png) 초밥을 보고 생각나서 정리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image.png) 손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추가로 독일인 특유의 빈정대는 말투를 탐구하기 위해 구글 맵에 들어가서 평점이 낮은 식당을 골라 리뷰를 보고 정리해놓기도 했다. ![](https://storage.ghost.io/c/c7/10/c710599b-83a3-4c66-a66d-86fbc08da68b/content/images/2024/08/Screenshot-2024-08-18-at-9.01.19-AM-1.png) ### 혼잣말하기 원어민을 대상으로 연습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독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러한 여건이 안 되는 경우일 것이다. 온라인이나 앱으로 스터디 파트너를 찾을 수도 있지만, 본인의 경우 유의미한 학습으로 이어진 케이스는 지난 10년 단 한건에 불과했고(프랑스 친구 멜로디를 이렇게 만났다), 이마저도 운이 좋았다고 본다. 그 대신 기회가 될 때마다 독일어 일인극을 벌였는데, 밥 먹을 때, 운동 할 때, 길을 걸을 때 시도 때도 없이 혼잣말을 했다. 독일어의 경우 개인적으로 발음이 마음에 들었던 서독 출신 유튜버 한 명을 지정해 기준으로 삼았다. 이 모든 과정을 매일 길게는 10시간씩 반복하다 보니 2년 정도 후에는 실제 독일 체류 경험이 거의 없었음에도 어느 정도 회화가 가능해졌다. > 외국어로 진정 나답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해방감을 준다. 이 모습을 상상하면서 현실과의 괴리를 좁혀나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관건이다. ## 맺음말 비단 언어 학습에만 해당되는 사실은 아니지만, 단순히 어떤 것에 시간을 투자한다고 실력이 상승하지 않는다. 답답함은 잘 하고 싶은 마음과 현재 상태의 괴리에서 비롯되는데, 이 감정을 잘 활용하면 폭발적인 모멘텀이 생긴다. **외국어로 진정 나답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해방감을 준다.** 이 모습을 상상하면서 현실과의 괴리를 좁혀나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관건이다. **독일어 학습 자료 추천** 1. [dict.cc](https://www.dict.cc/?ref=jiwonkwak.co) 1. (영어가 된다면) 단연컨대 독일어에 최고의 학습 자료다. 단어 뿐 아니라 유용한 통문장도 많이 있다. 2. 안타깝게도 다른 언어쌍들의 경우 표제 수가 많지 않다. 2. [context.reverso.net](https://context.reverso.net/translation/?ref=jiwonkwak.co) 1.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웹 스크롤링을 통해 수 많은 예시 문장을 보여준다. 3. **온라인 포럼(상급자 추천) 1. 구어체가 많이 섞여 있는 생생한 독일 누리꾼들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2. 예를 들어 임산부 포럼을 찾는다면 구글에 "Schwangerschaft", "Forum"을 검색하면 된다. 4. [GuteFrage](http://www.gutefrage.net/?ref=jiwonkwak.co)(상급자 추천) 1. 지식인에 해당하는 사이트로, 차갑지만 따뜻한 게르만족의 진지한 답변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