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는 데 도움이 된 방법들

30대를 살아가며 배운 가장 큰 교훈

신경 끄는 데 도움이 된 방법들
Photo by Arno Senoner / Unsplash

30대 초중반에 접어든 지금, 가장 큰 시간 낭비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고민이다. 세상에 테레사 수녀님도, 교황님도 욕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당에, 내가 뭐라고 모두의 사랑을 받겠는가.

신경을 끈다고 해서 남한테 관심이 없다는 뜻도, 불친절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남의 말에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면, 나는 유리창을 닦다가 놓친 얼룩을 발견하듯 스스로를 살핀다. 어떤 지점에서 상처받는지를 아는 순간, 그것이 곧 자기 성찰의 출발점이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남의 말은 더 이상 나를 크게 흔들지 못한다.

기대를 하지 않을 것

나에게 먹을 것과 물을 얻어 먹은 고양이가 배은망덕하게 하악거린다고 해도, 아쉽기는 하겠지만 상처받지는 않는다. (이는 수 차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양이에게 원래 아무 기대도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비합리적인 행동이나 적대감을 보이더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 또한 크나큰 시간 낭비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것이다. ‘인간이면 응당 이렇게 해야지’라는 발상 자체가 순진한 희망적 사고의 산물이다. 물론 나의 애정과 선의가 매번 상호적으로 응답 받는다면, 그것은 친한척하는 고양이와 같이 정말 아름다운 일이지만, 아니어도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정서적 노동’과 ‘기대’가 맞물릴 때 좌절감이 커진다. 정서적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기대치를 줄이는 것은 심리적 에너지 관리 전략이다.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도 똑같이 말한다. 기대를 덜 할수록 마음은 평정에 가까워진다.

스스로 떳떳할 것

자기 일관성(self-congruence). 외부의 기대보다 내적 가치에 따라 살아갈 때 인간은 더 건강하고 만족 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는 나의 철칙 중 몇 가지다.

  • 모두에게 친절할 것
  • 여성들에게 특히 친절할 것
  • 의리를 지킬 것

즉각적인 보상이 오지 않더라도, 언젠가 “나는 최소한 의리를 지켰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는 순간이 온다. 예를 들어, 나는 여성 간의 연대가 인류 진보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아주 드물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자매님들도 계시지만, 적어도 내가 떳떳하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게다가 남에게 적대적인 사람은 종종 자기 문제를 투영(projection)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적 기제를 약간이라도 이해하면 상대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 즉, 내가 선의로 대했다면, 그 이후부터는 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이해하는 순간 불필요한 자기비난을 줄이고 경계 설정(boundary setting)에 도움이 된다.

개인 기준와 취향을 가질 것

남의 인정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불안정한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아름다움에는 수만가지 색조가 있다. 나만의 개성을 찾아서 극대화하는 것이 이상적이지, 남의 말에 좌우되어서는 안정적일 수 없다. 특히 힘든 연애를 하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평범한 이성애자 남성의 미감과 취향에 종속되어서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내 눈에 내가 괜찮은 사람인가가 중요하지,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 취향이 유행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취향과 유행이 겹칠 수도 있지만, 기준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이어야 한다. 내적 통제 위치를 가진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고, 외부 평가에 덜 휘둘린다.

물론 권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특정 분야 권위자의 조언은 새겨 듣는 것이 좋다. 조언을 잘 듣기 위해서도 스스로 기준이 어느 정도 확고해야 한다.

자기 객관화를 할 것

칭찬을 들었을 때 아니라고 극구 거절하는 것도, 며칠간 그 칭찬에 들떠 있는 것도 건강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알고 있는가’다. 내가 부족한 점과 강점을 알고 있으면, 칭찬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되 그것이 자존감의 전부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피드백도 방어적이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방어적 태도는 매력적이지 않다. 상대의 방어적인 태도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감정을 살피느라 에너지가 크게 소모된다. 

누군가는 나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두고 “연예인도 아닌데 그 정도까지 하냐, 그건 마음의 결핍이 있어서 그렇다”는 정신분석적인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맞다, 고맙다. 내가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상대의 텐션이 확 꺼지는 것을 느꼈다.

남이 뭐라 해도 크게 동요하지 않거나, 동요하더라도 금방 균형을 되찾는 상태에 있으면 인생이 편하다. 실제 자기 수용(self-acceptance)과 개방성(openness)은 대인관계에서 호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스스로 편해야 남들도 편하기 때문이다.

결론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는 순간, 누구에게도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없다. 이는 내가 30대를 살아가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Don’t shrink to be lo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