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테크 라이터도 코딩을 해야할까?
만약 당신이 나 같은 선량한 문과인이라면, 이 질문은 자기 방해(self-sabotage)의 일종일 확률이 높다. “하기 싫은데, 안 하면 안 되는 건가?” 라는 은근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타인의 확인을 받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이다.
이건 마치 “술을 일주일에 한 번만 마시면 안 되나요?” 라고 의사 선생님과 타협하거나,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으면 안 되나요?” 라고 트레이너에게 허락을 받으려는 것과 같다.
사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누군가가 “이건 반드시 해야 해!” 라고 타일러주는 사람이 없고, 어떤 것에 들이는 노력의 정도에 절대적인 당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컴포트 존에 머무르게 된다.
당연히 코딩을 할 줄 알면 기회의 폭이 넓어진다. 비교적 신생 직업이라 그런지 조직마다 테크니컬 라이터에게 기대하는 바가 상이하다. 예를 들어, 기술 문서 번역을 주로 하는 테크니컬 라이터도 있고, 문서 엔지니어링을 하는 테크니컬 라이터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본인의 스킬셋이 넓을수록 업무 영역이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코딩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무작정 코딩을 배우기보다는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비효율적인 학습: 무작정 코딩에 뛰어든 경험
본인은 일단 무조건 행동하고 보는 타입이라 막무가내로 코딩에 뛰어들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결국 언어다.” 라는 개발자분들의 말을 순진하게 믿었지만, 개론 강의를 수강하고 연습 문제를 풀어도 남는 것이 없었고 괴로웠다.
수강했던 언어
• HTML, CSS, Java, JavaScript, Solidity, Python, C...
(심지어 흥미 유지를 위해 한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를 섞어 수강)
코딩이 너무 재밌는 사람이 아니라면, 본인처럼 하면 비효율적이다.
테크니컬 라이터를 위한 효율적인 학습 방법
코딩을 배우기 전에 ‘내 업무에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 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마다 테크니컬 라이터의 역할이 다르지만, 내 경험을 기준으로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겠다.
API 문서 관리 → Git, Markdown, JSON, YAML, API Platforms
테크니컬 라이터가 API 문서를 다루는 경우, 거의 모든 조직에서 Docs-as-Code(코드를 문서처럼 다루는 방식)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Git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이 필수다.
필요한 기술 스택
✔ Git → GitHub/GitLab에서 협업을 하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 효율적
✔ JSON, YAML → 요청/응답 포맷과 OpenAPI 등에서 사용됨
✔ Markdown → 기술 문서 표준 포맷
✔ Postman, Insomnia, Swagger → API 테스트 도구
Git을 모르면 다른 팀원의 도움을 받거나 우회해야 하는데, 리소스의 효율적인 활용 측면에서 Git을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르다.
이런 툴들을 다룰 줄 알면 API 관련 문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개발자들과 협업이 수월해진다.
기술 문서 사이트 → SSG(Static Site Generator) 활용
기술 문서를 제작할 때, 많은 기업들이 정적인 사이트 생성기(SSG, Static Site Generator) 를 사용한다. 사이트 관리를 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조직에 도움되는 테크라이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익숙해지면 좋다.
대표적인 툴
✔ Docusaurus, Mkdocs → 기술 문서 사이트 제작 및 관리
✔ VSCode, Markdown → 코드 에디터 및 기본 문서 형식
처음에는 Markdown으로만 작업하다가, 나중에는 직접 사이트를 수정하고 싶어졌고, 기본적인 HTML, CSS, JavaScript를 다루게 되면서 원하는 디자인과 기능을 추가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실제 업무를 하면서 필요한 기술을 익혀나가는 것이 가장 지속 가능하다.
API 만들기 → Django REST Framework 활용
최근에는 조금 더 심도있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API 문서를 다루는 데 실제 API를 만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직접 API를 구현했다.
작업한 내용
✔ 처음에는 Netlify Function을 활용해 간단한 GET 요청만 처리하는 아주 기본적인 형태로 시작
✔ 이후 Django REST Framework(DRF) 를 사용해 CRUD(생성, 조회, 수정, 삭제) 기능까지 확장
✔ 지원하는 감정을 더욱 다양하게 추가하여, 더 섬세하고 맞춤형 응원 메시지 제공
이 API를 기반으로 MBTI와 현재 기분을 선택하면 응원의 한 마디를 해주는 프론트엔드 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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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영어,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으며, 나중에는 다른 언어 추가 및 AI 연동을 계획(희망)하고 있다.
결론: 테크니컬 라이터에게 코딩이 필수인가?
당신은 성인이기 때문에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테크니컬 라이터가 코딩을 못한다고 해서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배우면 분명 유리하다.
API 문서를 다룬다면 Git, Markdown, JSON, API Platforms 정도는 배우는 것이 좋다. 더 나아가 SSG를 다룰 수 있다면 문서 사이트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게다가 API를 직접 만들어보면 개발자와의 협업이 훨씬 원활해진다.
본인은 5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서야 겨우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억지로 배우는 것은 시성비가 매우 떨어진다.
필요한 만큼, 실무에 맞게, 천천히 익히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