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부스터: 테스토스테론?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한 여성들에 대해 알아보다
최근 The New York Times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기존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위주로 이루어지던 폐경기 호르몬 대체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에서 테스토스테론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여성들에게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한다는 얘기다.
대학생 때 이탈리아인 리코가 자신의 시칠리아의 고향집은 바닥재가 돌이라 춥다고 설명하던 중, “추워죽겠는데 엄마가 덥다고 자꾸 창문을 연다”라고 덧붙인게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아들만 있는 여성이라면 폐경기가 도래했을 때 공감과 돌봄을 받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코의 어머니가 더위를 호소한 것은 폐경이행기 증상이다. 폐경기에 근접할 수록 난소에서 생성하는 에스트로겐이 점점 감소하다가 결국 급감한다. 에스트로겐은 성호르몬이지만, 시상하부에서 체온 조절에도 관여하고 관절 연골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부족해지면 열감(hot flashes)과 골다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성욕 감소, 기분 변화도 수반된다.

이러한 폐경기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HRT(Hormone Replacement Therapy, 호르몬 대체 요법)가 사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에스트로겐만 단독으로 투여할 경우 자궁내막이 두꺼워져서 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자궁내막 성장을 억제해주는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사용한다.
그런데 여자도 테스토스테론이 있고, 남자도 에스트로겐이 있다. 청소년기엔 남녀 호르몬 구성에 큰 차이가 없다가, 2차성징을 겪으면서 남성은 여성의 30배가 넘는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여성의 10배-20배의 테스토스테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남자의 호르몬 변화는 점진적이어서, 여성의 폐경 증상과 같은 불편함이 덜한 편이다.
아래는 여성 및 남성의 시기별 에스트로겐 수치 변화 테이블(Mayo Clinic의 자료), 연령대별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변화를 보여주는 차트다.



남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에스트로겐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한때 큰소리치며 살았으나 전세가 역전되어 매일 구박받는 할아버지, 혹은 눈물이 많아진 중년의 아버지 같은 원형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는 것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현상이다.
폐경 여성의 호르몬 치료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사용될 때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가장 활발한 30대의 평균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참고로 대체 요법에 사용되는 호르몬 자체는 Food and Drug Administration(FDA)의 승인을 받은 것이지만, 여성용 테스토스테론 치료제는 아직 승인된 제품이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일반 의사들은 처방을 꺼리며, 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다.
여성이 테스토스테론을 처방받으려면 대체 요법에 개방적인 웰니스 센터나 폐경 전문 클리닉을 찾아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호르몬 제제는 일반 약국이 아닌 컴파운딩 약국(compounding pharmacy,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용량과 성분을 조정하는 약국)에서 제조된다. 한 번 시술에 약 $350(한화 약 50만 원) 정도가 들며, 3~4개월에 한 번씩 주입해야 하므로 1년에 약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규제가 느슨한 법적 회색지대인 만큼, 권장량의 몇 배에 달하는 고용량을 주입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제형은 피부에 바르는 크림 형태 또는 펠렛(pellet) 형태가 일반적이며, 펠렛은 작은 원통형 알약처럼 생겨 피하에 삽입된다. 현재 테스토스테론 제제 중 FDA 승인을 받은 것은 Endo사의 Testopel이 유일하나, Testopel은 명시적으로 여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에게는 주로 BioTE나 SottoPelle 등 브랜드의 제제가 처방되는 것으로 보인다.

펠렛은 피부에 작은 절개를 한 후 피하 지방에 바늘을 통해 주입된다. 한번 들어가면 꺼내지 못하므로,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약효가 다 할 때까지 3-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효과는 어떨까?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들의 후기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폭발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매일 힘이 나고, 머리가 맑아졌으며, 우울함이 사라지고, 의욕이 생기고, 근육이 더 잘 붙고, 살이 빠지고, 성욕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정신적·신체적으로 자기 실현이 가능해져 행복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고, “젊음의 샘”이라고 묘사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간증들을 보고 있자면 의문이 들 것이다. "아니, 이렇게나 많은 여성들이 거의 전설의 엘릭서급 효과를 증언하는데, 도대체 왜 아직도 음지에서만 처방되는 것이며, FDA는 당장 승인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 (여성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남자들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현 시점에서 폐경기 여성용 테스토스테론 처방이 공식적으로 승인된 국가는 호주,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질랜드 등 일부 영연방 국가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아마 임상 연구의 부족, 그리고 의학계에서 폐경기 증상이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다뤄져온 역사적 배경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호르몬 치료는 본질적으로 매우 민감한 분야다. 실제로 여성들의 후기를 보면 부작용에 대한 언급도 자주 등장한다. “턱에 수염이 난다”, “공격성이 높아졌다”, “언쟁이 잦아졌다”, “목소리가 굵어졌다”, “머리가 많이 빠진다” 등.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런 부작용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야 수염은 제거하면 되는 거니까...’)
한 40대 후반의 캘리포니아 사업가 여성은 아이들도 육아와 사업 3개를 병행 하면서 매일 너무 힘들었는데, 기준치 3배 이상 테스토스테론을 주입 받고 약효를 즉시 느꼈다고 한다. “마치 제2의 심장이 생긴 듯 했고, 활기가 넘친다”라고 말했다. 덕분에 박사 학위 과정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머리가 40% 빠졌는데, 현재는 30대 여성의 수치로 용량을 낮췄음에도 빠진 머리는 회복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후회는 없다고 한다.
경제활동 욕구가 강하고 구매력이 있는 중년 여성들이 테스토스테론을 찾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으며,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트랜스젠더 이슈와도 맞닿아 있고, 여성의 성욕이라는 주제도 기존 보수 집단에서는 금기시되어 왔지만, 여성의 자기실현 욕구만큼은 어쩌면 초당파적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기존에 다소 보수적이던 FDA의 태도도 변하고 있는 듯하다. 올해 7월에는 ‘폐경 및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한 전문가 패널을 개최했고, 트럼프가 지명한 FDA 위원장 마틴 매커리(Martin Makary)는 꽤나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공식 승인된 약이 신속히 나와 이 법적 공백을 메워야 할 것이다. 근시일 내에 보험 적용도 되고, 부작용이 없는 테스토스테론 제제가 나올 수 있을까? (그러면 여성이 실제 세상을 지배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