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에게 릴리스 노트를 보내다 (번역 트래커)
두 명에게 릴리스 노트를 보내다 - 마이크로 SaaS 운영자의 잔망스러운 책임감
누군가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는 번역사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번역 트래커를 만들었다. 번역 프로젝트는 대부분 마감일과 총 분량이 정해져 있는데, 그걸 매번 수기로 기록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데드라인을 입력하면 필요한 일일 작업량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단순한 번역 트래커를 만들었다.
모바일(iOS) 버전도 개발 중이긴 한데, iOS 빌드 속도를 참고 있을 여유가 없다. 게다가 본업도 바빠서 큰 진전이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번역사 대부분은 랩탑 + 브라우저로 작업하니, 웹 앱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날짜/작업량 계산 로직을 구현하고,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UX를 개선, 데이터베이스와 Authentication을 연동한 뒤 Reddit 번역가 포럼에 공유했다.
개인 프리랜서 번역사의 고충을 꽤 아는 편이다. 시중 번역 툴은 대체로 Windows 한정이고, 비싸고, UX도 후지다. 아주 구체적인 타겟이지만, 이 필요를 느낀 사람이라면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버전 2 릴리스
한동안 방치해뒀던 프로젝트에 애정을 쏟아주고 싶어졌다. 주말에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그동안 미뤄둔 기능을 몇 가지 추가했다.
추가된 기능
- 캘린더에서 드래그하여 휴식일 추가

- 프로젝트별 메모 기능

- 프로젝트 완료 시 팝업 및 완료 프로젝트로 이동
- 전반적인 UI 개선
- 프로젝트 캡처 기능 (에이전시나 출판사 공유를 위해)

https://translation-tracker.vercel.app/
도메인도 굳이 안 달았고, 이건 완전 취미 프로젝트다. 유료 서비스도 아니고, DB 용량도 적어서 Supabase 무료 플랜으로 잘 굴러간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다. "이거 혹시 누가 쓰고 있나?"
데이터베이스를 열어봤더니, 약 100명이 로그인을 해봤고, 놀랍게도 두 명이 규칙적으로 사용 중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타겟이 좁아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겐 꽂힌다는 걸 다시 느꼈다. 소소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묘한 책임감이 올라왔다.
릴리스 노트를 보내다
이 두 분께서 혹시나 갑자기 바뀐 UI나 기능에 당황할까 봐, 여러 번 빌드해본 뒤 배포했고, 직후에 새로 추가한 기능을 정리해 릴리즈 노트를 이메일로 보냈다.
이게 바로 마이크로 SaaS 운영자의 잔망스러운 책임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