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외국어가 제자리걸음인 이유

당신의 외국어가 제자리걸음인 이유

운동장에 몸만 던져놓는다고 근육이 생기지 않듯, 책상 앞에 앉아만 있다고 언어가 늘지는 않는다.

스쿼트를 할 때도 힙 힌지(Hip hinge)를 제대로 잡지 않고, 타겟 근육에 자극을 느끼지도 않으면서 그저 '숫자 채우기'식으로 몸만 움직이다 오면 몇 달을 해도 근육은 늘지 않는다. 무릎만 상할 뿐이다.

영어 공부, 혹은 외국어 공부도 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공부하는 '기분'만 내는 사람들에게 부족한 세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1. 공부하는 '기분'이라는 함정

일주일에 몇 번 영어 스터디에 나가거나 학원에 등록하는 것은 훌륭한 '시작점'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그것이 단지 시작점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몸만 덜렁 와서는 절대 실력이 늘지 않는다. 지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 모르는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 새로 알게 된 것을 기록하기
  • 집요하게 복습하기

이 과정이 빠진 공부는 아무 소용이 없다.

최근 유행하는 듀오링고 같은 앱의 맹점도 여기 있다. 게임화(Gamification) 전략은 훌륭하지만, 어느 순간 '연속 학습 일수'를 지키기 위해 뇌를 뺀 채 손가락만 움직이는 행위가 되어버린다. 남는 것 없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전형적인 코스다.

2. '집요한 호기심'의 부재

나는 외국어로 된 콘텐츠를 볼 때 병적으로 메모한다. 최근 즐겨보는 남아공 시리즈 Die Kantoor(The Office의 남아공 버전)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참고로 나는 스티브 카렐의 열혈 팬이지만, 단언컨대 남아공 버전이 10배는 더 재밌다. 아프리칸스어를 사용하는 소수 언어권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고퀄리티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지 경이로울 따름이다.

당장 블로그에 이 글을 쓰면서 기억나는 표현들은 아래와 같다.

  • Kruip jy weg? (Are you hiding? 너 숨어 있니?)
  • Bel my rêrig! (Call me really! 진짜 전화해!)
  • Kom haal my! (Come fetch me! 날 데려가세요!)

현재는 일주일에 에피소드가 하나씩 나오는데, 조만간 주말을 비워 'Kantoor 마라톤'을 할 예정이다.

어쨌든 나는 모르는 단어나 좋은 표현을 보면 메모해 놓고, 기억하기 위해 계속 찾아보고, 입에 붙을 때까지 혼잣말을 반복한다. 뉴욕 타임즈를 읽든, 프랑스어나 독일어 영상을 보든 주옥같은 표현은 수십 개씩 쏟아진다. 한창 공부할 때는 그 표현들을 받아 적고 복습하는 데 하루의 대부분을 썼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모르는 표현이 나와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냥 넘어가거나, 모르는 것을 인정하기 부끄러워서 덮어버린다.

공부할 동기에 불을 지피는 연료는 호기심이어야 한다. 호기심이 없으면 집요함도 생기지 않는다.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일찌감치 극복하는 것이 좋다.

3. '기본'을 무시하는 태도

주어와 동사 수 일치도 맞지 않는 엉망진창인 문장 구조에, 어디서 본 고급 어휘를 섞어 쓰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건 상대방에게 인지 부조화를 일으켜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할 뿐이다.

사람들은 쉬운 문법을 우습게 본다. '내가 다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독해는 누구나 하겠지만, 직접 말을 뱉을 때 문장이 망가지는 이유는 그 문법이 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기본 동사 100개 정도를 인칭대명사 별로 올바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 기본 전치사와 형용사의 정확한 쓰임새와 발음을 숙지했는가?
  • 기본 문법 오류를 스스로 찾고 검열할 수 있는가?

이 단계를 넘어서야 어려운 단계로 갈 자격이 생긴다.

영어는 동사 변화가 양반이다. 다른 언어에서 동사는 고통의 근원이며 정체성 혼란을 유발하기도 한다. 겨우 영어의 동사 변화 정도에서 귀찮음을 느낀다면, 다른 언어는 꿈도 꾸지 않는 게 좋다.


마치며

스쿼트의 핵심이 근육의 자극을 느끼는 것이듯, 공부의 핵심은 뇌의 자극을 느끼는 것이다. 오늘 당신의 공부는 '뇌를 뺀 행위'였는가, 아니면 '집요한 추적'이었는가?

만약 후자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듀오링고를 끄고 기본 동사 변화표부터 다시 펼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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