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의 공식에는 항상 ‘인간 변동성’ 상수를 넣어야 한다.
협업의 공식에서 가장 흔하게 누락되는 값은 '인간'이라는 변동성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완결된 설계라 해도, 실행의 단계에서 그 공식은 반드시 사람이라는 필터를 통과한다.
학습의 속도, 집중의 밀도, 특정 유인에 반응하는 성향. 이 무궁무진한 차이와 천태만상의 변수들은 어느 조직에서든 불가피하게 마주하는 상수다. 이를 계산에서 제외하는 순간, 설계는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가설에 머문다.
한때는 '나만 완벽하게 제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는 논리가 유효하다고 믿었다. 내가 빠르고 정확하게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전체의 속도 또한 비례하여 상승할 것이라는 착각이었다. 이는 시스템 전체가 아닌 부분 최적화에 매몰된 시각이었다.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정교한 논리도 타인의 해석 체계를 통과하는 순간 그 궤적이 뒤틀리고, 한 부품이 뛰어나도 그것이 전체 공정의 속도를 보장하지 않는다. 개별 주체가 스스로의 완결성에만 몰입할 때,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결함은 ‘타인의 역량 부족’이라는 개인의 문제로 은폐된다. 시스템적 보완책(예: 가이드라인의 정교화, 확인 절차의 재설계)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상대의 무능’이라는 쉬운 결론에 안주하게 만든다.
협업의 좌절은 많은 경우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 '인간'의 변동성을 상수가 아닌 오차로 간주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역량의 척도는 본질적으로 상대적이며, 시스템의 맥락에 따라 가변적이다. 개인의 자질을 심판하는 행위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구조적 개선의 기회를 포기하게 만든다.
'저 사람은 왜 일머리가 없을까'라는 분노는 결국 관찰자 본인의 설계 역량이 타인의 변동성을 포용할 만큼 확장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진정한 의미의 실행력은 진공 상태에서의 속도가 아니라, 타인의 변동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구조 안에 포함시킨 상태에서도 목표를 달성해내는 복원력이라고 할 수 있다.
채용이 까다로운 이유 또한 단순히 '우수한 인재'를 찾기 위함이 아니라 조직이라는 구조물 안에서 발생할 마찰계수를 예측하고,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변동폭을 가진 인물을 선별하는 고도의 리스크 관리 과정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리더십은 타인의 모난 부분을 깎아내는 것이 아니라, 휜 소나무를 분재의 재료로 삼듯, 그 굴곡을 설계의 재료로 삼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직선적인 결과물만을 고집하는 이는 혼자 일할 때 가장 빠르겠지만, 거대한 구조물을 세우는 이는 비틀린 재료들을 맞물려 견고한 아치를 만든다.
협업은 개인의 유능함을 과시하는 무대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상수를 포함하여 시스템의 복원력을 설계하는 구조적 엔지니어링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