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로 글을 쓸 때는 어떤 언어로 생각할까?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외국어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질문의 전제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지만, 본인은 이 질문을 자주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을 쓸 때 본인은 80% 이상 영어로 사고한다. 하지만 이 질문이 '어떻게 하면 외국어로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방법론적 물음을 담고 있다면, 그에 앞서 고려해야 할 선행 조건들이 존재한다. 이는 영어 실력, 언어 감각, 글쓰기 능력 등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본인의 경우 오랜 시간 영어를 공부하여 영어로 생각하는 편이며, 다른 서양 언어도 대체로 영어를 기준으로 접근한다.
의미 전달의 신속함을 목적으로 한다면 한국어로 사고하며 작성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습관을 피하려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고와 표현의 범위가 한국어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모든 언어는 고유한 표현 방식을 내포하고 있는데, 한국어를 기준으로 글을 작성하면 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서양 언어들 간에는 비교적 진입 장벽도 낮고, 감으로 직역해도 대응되는 표현이 있을 확률이 높지만, 한국어를 출발점으로 삼으면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거나 표현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다. (주의해야할 점은 언어학에서 소위 거짓짝false friend이라고 부르는 단어들인데,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어색한 글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표현을 우회하거나 풀어서 써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외국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즉, 숙어를 검색하고 맥락을 위해 원어 자료를 참고해야 하므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한국어와 영어 단어는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을 때, “one-to-one correspondence”라는 직역 대신 “Korean and English words do not often have direct counterparts”라고 표현할 것이다. 독일어로는 “etw. nicht eins zu eins entsprechen”이나 “kein direktes Pendant” 같은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돈이 아깝다”라는 말도 흥미로운데, 검소함을 중시하는 프로이센 덕목의 영향 덕인지 독일어에는 정확한 대응 표현인 “Es ist schade um das Geld”가 있다. (독일 아마존 리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영어로는 “It’s a waste of money”라고 할 것이다.
둘째, 글쓴이의 국적이 드러나면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 외국어로 글을 쓸 때, 한국어로 먼저 사고하고 심지어 한국어로 글을 작성한 뒤 이를 외국어로 그대로 번역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전문 번역사가 수 시간을 공들인 번역이 아니라면, 한국어의 흔적이 남는다. 글의 성격에 따라 이러한 흔적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외국인 독자가 내용 자체에 집중하도록 하려면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물론, 본인이 한국어 흔적에 유난히 민감한 점을 인정하며, 이는 번역을 하면서 생긴 습관일 수 있다.)
한국어 논문 사이트에서 영어 초록을 보면 한국어식 사고가 연상되는 영어 표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학술적 맥락에서는 전문 용어가 많기 때문에 일대일 대응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를 통해”를 “through this”로, “연구 결과”를 “As a result of the study,...”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한국어로는 “연구 결과, A는 B라고 밝혀졌다”라는 식의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영어에서 “As a result”는 연구 자체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했음을 암시하는 느낌을 준다. 본인은 이런 경우 “The study demonstrated that…” 혹은 “According to the results of the study,...”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본인은 어떤 언어를 배우든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표현을 목표로 했고,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상황을 피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원어민의 표현과 원어 사전의 예문을 내재화하는 연습을 많이 했고, 영어로 글을 쓸 때는 영어로 사고하게 되었다. 독일어는 초기에는 영어를 보조바퀴로 삼다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의존성이 줄게 되었다.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도 영어로 접근하지만, 아프리칸스어나 네덜란드어는 독일어와의 문법적 유사성 덕분에 독일어로 배우는 것이 더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In which language do you think when writing?
Before one establishes a solid foundation in a language, the very idea of thinking in that foreign language becomes impractical, rendering the question somewhat moot. Nevertheless, I have frequently encountered this question. To address it directly, I find that I think in English more than 90% of the time when writing in English. However, if the question is asking how to become a proficient writer in a foreign language, several prerequisites must be considered. The approach varies depending on factors such as one's proficiency in English, linguistic sensitivity, and writing skills. In my case, having studied English extensively, I not only think in English, but I generally approach Western languages through the lens of English.
If the primary goal is to get a message across quickly and efficiently, it may seem more practical to think and write in Korean. However, I deliberately avoid this practice for several reasons.
First, thinking and writing in Korean confines the range of thoughts and expressions. Every language has its own distinct forms of expression, and writing from a Korean mindset makes it difficult to break free from its structural constraints. While Western languages share enough similarities to make translation easier, starting from Korean often leads to mismatches or entirely different modes of expression. (An important consideration here is the issue of "false friends," which I will address in a separate piece.) To avoid awkwardness in writing, one must either circumvent or expand on Korean expressions. This demands a more engaged interaction with the foreign language, which means looking up idiomatic phrases and consulting native materials for context—tasks that require additional time.
For example, to say the Korean phrase "한국어와 영어 단어는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I would avoid the literal translation "one-to-one correspondence" and instead opt for "Korean and English words do not often have direct counterparts." In German, I might use the phrases “etw. nicht eins zu eins entsprechen” or “kein direktes Pendant haben”. Another interesting example is the Korean phrase "돈이 아깝다", which, perhaps influenced by the Prussian value of frugality, has a precise German counterpart: “Es ist schade um das Geld” (a phrase commonly found in reviews on German Amazon). In English, I would translate this as “It’s a waste of money.”
Second, writing in a foreign language while thinking in Korean can unintentionally reveal the writer’s nationality, which may lead to bias. I have often seen instances where people draft their work in Korean and then translate it directly into the foreign language. Doing so will inevitably leave traces of Korean, unless a professional translator devotes significant time to refining the text. While such traces might not always be problematic depending on the context, it’s best to minimize these distractions if the goal is for a foreign reader to focus on the content itself. (I should note that I may be particularly sensitive to this issue due to habits formed through my translation work.)
Korean-influenced English expressions can frequently be found in the abstracts of Korean academic papers, largely because technical terms in academic contexts are often directly translatable. For instance, “이를 통해” is often translated as “through this,” and “연구 결과” as “As a result of the study,...” The latter poses a problem, as “연구 결과, A는 B라고 밝혀졌다” is a common structure in Korean, but in English, beginning with "As a result" suggests that the study itself directly caused a specific outcome. In such cases, I would use phrases like “The study demonstrated that...” or “According to the results of the study,...”
I have always strived for natural, fluency in any language I learn and have desperately worked to avoid the two pitfalls mentioned above. To achieve this, I spent considerable time internalizing natural expressions and studying examples from monolingual dictionaries. This approach has allowed me to think in English when writing in the language. With German, I initially leaned on English as a reference, but over time, my reliance on it steadily decreased. While I still approach French and Spanish through English, I’ve found that for languages like Afrikaans and Dutch, learning through German is more effective due to their shared grammatical structures.